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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송은일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4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고흥

최근작
2022년 7월 <[큰글씨책] 나는 홍범도>

남녀실종지사

한 편 한 편 쓸 때는 주인공 각각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있었던 탓에 의식하지 못했다.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모아놓았더니 보인다. 느닷없이 낯선 곳에 부려졌거나 갓 인생을 시작한 듯 서투르고 불안한 몸직으로 자신의 삶을 부유하듯 서성이는 사람들과 스스로 택했던 주어졌건 자신의 삶의 자장 안에서 기를 쓰며 살아가다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여기 모인 글들은 그러므로 삶의 불안에 대한 기록들이라 해야 할 것이다.

딸꾹질

첫 소설집을 묶기 위해 내가 쓴 것들을 모아 추려 봤더니 맨 시시한 사람들의 시시한 삶에 관한 이야기투성이다. 긴 몸에 유난한 곱슬머리와 잘 웃던 작은 눈을 가졌던 나의 동갑내기 이종 사촌이 생각난 건 그래서일 터이다. 놈은 시시하게 살기 싫었던지 스물여덟 살에 트럭을 몰고 저세상으로 훌쩍 건너가 버렸다. 나는 시시한 살림살이를 특별하게 만드느라 나날이 시시하다.

반야 1

늘 안팎의 억압에 찌들려 살았다는 우리 땅 백성들, 우리 선조들 삶에 태생을 넘어설 수 있는 평등과 자유를 인생의 지표로 삼고 움직였던 사람들이 존재했더라면 재미있지 않을까. 혹은 어딘가에 그런 사람들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 숨어 있지 않을까. 사신계가 그렇게 오랜 세월 지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살이의 핍진함에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의 곤고함이 사신계의 자양분이었다. 유사 이래 무당이 존재했고 존재 할 이유와 같다고나 할까. [……] 신과 인간의 매개자로서 사람들의 맺힘을 풀고 고통을 덜어 주는, 진정한 의미의 무녀로 다시 태어난다. 고통이 있는 곳에 꿈과 현실이 어우러진, 눈물과 웃음이 한 장단을 타고 쏟아지는 해원(解寃)과 비원(悲願)의 굿판이 벌어진다. 현실과 비현실이 상통하는 굿판처럼 <반야>도 두 세계를 경계 없이 드나든다. <반야>의 주인공은 반야가 아니라 사신계 사람들이다.

반야 2

늘 안팎의 억압에 찌들려 살았다는 우리 땅 백성들, 우리 선조들 삶에 태생을 넘어설 수 있는 평등과 자유를 인생의 지표로 삼고 움직였던 사람들이 존재했더라면 재미있지 않을까. 혹은 어딘가에 그런 사람들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 숨어 있지 않을까. 사신계가 그렇게 오랜 세월 지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살이의 핍진함에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의 곤고함이 사신계의 자양분이었다. 유사 이래 무당이 존재했고 존재 할 이유와 같다고나 할까. [……] 신과 인간의 매개자로서 사람들의 맺힘을 풀고 고통을 덜어 주는, 진정한 의미의 무녀로 다시 태어난다. 고통이 있는 곳에 꿈과 현실이 어우러진, 눈물과 웃음이 한 장단을 타고 쏟아지는 해원(解寃)과 비원(悲願)의 굿판이 벌어진다. 현실과 비현실이 상통하는 굿판처럼 <반야>도 두 세계를 경계 없이 드나든다. <반야>의 주인공은 반야가 아니라 사신계 사람들이다.

사랑을 묻다

여기서도 사랑에 관해 물으려던 건 아니었다. 사랑을 이야기 하려던 것도 아니다. ‘결혼 이주민 여성’으로 불리는 사람들. 꿈을 좇아 찾아든 이방(異邦)에서 꿈을 이루려 애쓰는 젊은 삶에 대해 이야기 하려 했다. 스스로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 줄 깨닫지 못한 채 별처럼 빛나는 것들을 향해 줄달음치는 젊음과 그 젊음을 맞아들인 ‘우리들’의 삶을, 하얼빈 출신의 조선족 여성을 통해 그려보고자 했다. 한국의 대 스타 ‘비’를 좋아하는 최부용, 희망 없는 현실을 벗어나 이상향처럼 보이던 한국을 찾아온 그. 한국에 오기 위해 선택한 결혼과 이방인으로서의 삶. 사방에 잠복돼 있다가 삶의 발목을 잡아채는 덫들. 따라서 <사랑을 묻다>에 이른바 사랑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처음에는 거의 없었다. 사랑으로 부용의 삶을 희석시키지 않을 작정이었다. 부용이 마주한 유, 무형의 온갖 편견과 억압들에 맞장 뜨듯 대들어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부용의 꿈과 삶, 그 빛남과 쓸쓸함에 관해 얘길 하자니 날마다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밥처럼 사랑이 필요했다. 사랑이 아니라면 이방인인 부용이, 너무 젊은 그가 살아내야 하는 삶이 혹독했기 때문이다. ('작가 후기'에서)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기절을 했던가. 깨어났더니 저녁이었다. 담장엔 횃불이 꽂혔고 감나무 가지며 처마 밑엔 호롱불이 매달렸고, 덕석 깔린 마당 가득 사람들이 북적이고, 모깃불이 사방에서 일렁이고 술 냄새와 고기냄새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날은 말복 날이었고 말복엔 온 집안사람들이 모여 천렵을 한다는 걸 그때 나는 알았던가, 몰랐던가. 그 해엔 우리 집이 개를 내놓을 차례라는 설명을 그때 들었던가, 나중에 들었던가. 명확한 것이라고는 내가, 저 죽을 줄 알고 한사코 피해 다니던 녀석을 불러들여 목에 올가미를 씌우고 나무둥치에 매달았다는 사실뿐이다. 그 뒤 폭력이라는 단어를 만나고 그 뜻을 알게 되었을 때 맨 먼저 떠올린 게 그 장면이었다. 그 사건은 내가 처음으로 행사한 폭력이었고 내가 처음으로 당한 폭력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이 들면서 폭력이라는 단어와 밥 먹듯이 만나야 했다. 60년대와 70년대로 갈리던 무렵, 미처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았던 시골 마을에서 한 계집아이한테 벌어진 천렵사건쯤은 폭력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걸 수시로 깨달아야 했다. 최소한 그때 그 장면에 악의는 어려 있지 않지만 그 또한 폭력이었다는 사실도. 이 <꽃살문 전설>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폭력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면서 행하는, 악의 서린, 어쩔 수 없는, 사랑이나 아름다움이나 운명의 이름으로도 저지를 수 있는, 온갖 명분을 둘러쓰고 자행되는 치명적인 그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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