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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과학/공학/기술
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김성호

출생:1961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당진

최근작
2024년 5월 <살아 있다는 것>

빨간 모자를 쓴 딱따구리야

한 생명이 존재하려면 기적이 끝도 없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토록 귀한 존재를 보낼 때 빈 가슴으로 보내지는 않았다고 믿습니다. 사람마다 겉모습이 다른 것처럼 속 모습도 다르니, 가슴에서 빛나는 것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몇 가지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새 박사’, ‘딱따구리 아빠’, ‘딱따구리에 미친 남자’, 등입니다. 내 가슴에서 새를 사랑하는 마음이 빛나고 있을 줄은 나도 몰랐습니다. 1991년, 식물학 전공하고 지리산과 섬진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내 발로 움직여 그 안에 깃들인 다양한 생명들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새로운 꿈으로 삼은 것입니다. 시간이 있으면, 없으면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자연이 품은 생명들을 15년 가까이 쉼 없이 만났으나 어김없이 돌아오는 겨울은 무척 긴 시간이었습니다. 마흔 중반에 이른 어느 해의 첫날, 더 이상 봄만 기다리며 긴 겨울을 보낼 수 없었고, 15년이 흘렀으나 책 한 권을 쓰지 못한 부끄러움도 있었습니다. 2년의 시간이 더 흐른 2007년 봄날, 지리산 자락에서 내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은 친구와 인연이 닿습니다. 딱따구리였습니다. 딱따구리 한 쌍은 새끼를 키워 낼 둥지를 막 짓고 있었습니다. 둥지를 완성하고, 알을 낳아 품고, 먹이를 날라 새끼를 키워 내는 과정 전체를 관찰하기로 결심합니다. 이유는 하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정의 마지막 순간까지 동행하면서 마침내 나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내 가슴에서 빛나고 있는 것을 찾은 것입니다. 나는 하루 종일 새 하나만 바라보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딱따구리와 인연이 닿은 이후로 현재까지 10년의 시간이 또 흘렀습니다. 짧을 수도, 길다 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딱따구리와의 사랑에 푹 빠져 지낸 시간이었음은 분명합니다. 딱따구리 한살이 이야기를 그림책의 모습으로 세상에 전합니다. 딱따구리는 이렇게 생겼다는 겉모습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저들은 세상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얼마나 간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곧 저들의 속 모습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들의 삶을 지켜보는 시간이 이 책을 만날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한껏 키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말입니다.

새를 사랑한 소년

무엇 하나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라도 아름답습니다. 그 무엇이 새라면 어떨까요? 책을 펴는 순간, 평생 새를 사랑한 과학자의 특별한 감동의 세계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숲 청소부 버섯

자연에 깃들인 생명에 다가서서 눈높이를 맞추고 오래도록 그들의 삶을 지켜본 지 30년이 가깝습니다. 그중 10년은 버섯에 단단히 미쳐 살았습니다. 이유는 하나, 버섯은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었습니다. 생태계는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분해자라는 세 개의 커다란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 톱니 하나가 빠지면 언젠가는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버섯은 분해자 쪽에 치우쳐 있는 생명체입니다. 죽은 생명을 분해하여 그중 일부를 취해 자신이 살고, 나머지는 다른 생명체의 것으로 되돌려 줍니다. 더러 살아 있는 나무를 죽게 하기도 하지만 그마저 결국 더 많은 나무를 살리는 길이 됩니다. 버섯은 또한 귀한 약성분을 지니고 있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도 열어 주고 있습니다. 천연자원이 딱히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원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버섯은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식용 버섯, 독버섯, 그리고 식용 불명 버섯으로 구분합니다. 독버섯은 먹으면 바로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기준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완벽해야 합니다. 하지만 “독버섯은 화려하다.”를 포함하여 상식처럼 되어 있는 독버섯에 대한 이야기는 예외가 너무 많습니다. 더군다나 버섯은 시간에 따라 모습이 계속해서 변할 뿐만 아니라 같은 종류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모양과 색이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전문가라 할지라도 정밀조사를 통해서만 정확히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숲속의 야생 버섯은 생태계의 분해자로서 자기의 몫을 잘 감당하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독버섯도 다르지 않습니다. 독버섯이라 하여 분해자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독버섯이 우리에게 더 유용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식용버섯은 먹을거리가 되지만 독버섯은 우리를 질병에서 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독을 잘 다스린 것이 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식용버섯이든 독버섯이든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친구들인 셈입니다. 이제 버섯의 한살이를 그림책으로 엮어 세상에 전합니다. 버섯의 겉모습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저들은 세상을 어떻게 맞이하며 살아가는지, 곧 저들의 속 모습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들의 삶을 지켜보는 시간이 이 책을 만날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한껏 키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말입니다. 2018년 4월 지리산 자락에서

어여쁜 각시붕어야

몇 년 전, 햇살이 적당히 간지러운 봄날 아침이었어요. 여기 저기 드러난 돌을 이어 밟으며 섬진강 줄기를 따라 한참을 거닐다 강둑을 넘어 이웃한 저수지로 발길을 옮겼지요. 저수지 주변으로 틀림없이 남아 있을 동물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서였어요. 젖은 땅 위로 또렷하게 새겨진 너구리의 발자국을 뒤따르다 보니 발자국은 물에 이르며 사라진 대신 말조개 하나가 느긋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내 마음으로는 무척 답답한 움직임이었지요. 하지만 말조개는 온힘을 다하는 것이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조개가 움직이며 그려내는 말조개의 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하루해는 그렇게 저물었어요. 말조개를 보면 함께 떠오르는 친구가 있어요. 각시붕어예요. 생김새가 새색시처럼 예뻐서 붙인 이름이지요. 각시붕어와 말조개는 아주 특별한 사이예요. 각시붕어는 돌 틈이나 물풀이 아니라 말조개의 몸속에 알을 낳거든요. 각시붕어와 말조개,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겠죠? 이틀 뒤였어요. 아직 이른 봄이어서 각시붕어와 말조개를 함께 만날 수는 없지만 말조개의 그 느릿한 움직임이 자꾸만 마음을 몰아세워 저수지를 다시 찾았지요. 그런데…… 저수지는 이미 여러 곳에서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 있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수많은 말조개가 입을 벌린 채 모두 멈춰 있었어요. 그 가운데에서도 물이 맨 마지막까지 고여 있었을 조금 옴폭한 곳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움직이다 죽어 있는 말조개 하나에서는 정말 눈을 떼기가 힘들었어요. 저수지의 물을 급하게 빼느라 생긴 일이었어요. 필요에 따라 저수지의 물을 뺄 수는 있지만 저수지에 기대어 사는 동작이 느린 친구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일이었는지 정말 화가 났어요.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우리 강과 저수지가 시름시름 앓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각시붕어도 말조개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각시붕어와 말조개만이 아니겠지요. 다 알지 못하고 또 알아도 눈앞의 일이 아니라고 그냥 지나쳐서 그렇지 자연에 깃든 생명은 모두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어요. 말조개가 사라지고, 각시붕어가 사라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결국 우리에게도 그 순서가 온다는 뜻이에요. 각시붕어와 말조개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 가슴에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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