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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최용준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충청남도 대전

직업:천문학자 번역가

기타:서울대학교 천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비(飛)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작
2022년 11월 <사랑의 책>

공포로의 여행

우리의 마음속, 벨벳을 두른 유인원들의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책을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이유다.

끌림

세라 워터스가 발표한 소설 한 권 한 권은 모두가 아름답게 반짝이는 보석이며 각각 고유한 색깔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부디 독자들이 그 보석들이 내는 색과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즐겼으면 좋겠다.

다운빌로 스테이션 1

제한된 물자와 공간에 대한 권력 다툼과 그 틈바구니에서의 생존의 이야기들이 마치 우리가 실제로 우주에 살 때 겪게 될 일들처럼 실감나게 펼쳐지고 있다.

다운빌로 스테이션 2

제한된 물자와 공간에 대한 권력 다툼과 그 틈바구니에서의 생존의 이야기들이 마치 우리가 실제로 우주에 살 때 겪게 될 일들처럼 실감나게 펼쳐지고 있다.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뛰어난 작가들이 모두 그러하듯, 앰블러를 어느 한 장르로 한정해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앰블러는 훌륭한 〈스파이〉 소설이 아닌, 스파이가 등장하는 훌륭한 〈소설〉들을 썼기 때문이다.

렉시콘

에밀리와 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언어와 설득력이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사생활 보호, 빅 브라더, 빅 데이터 같은 현재 진행형인 문제들과 멋지게 엮어 냈다.

로드 짐

『로드 짐』은 진짜 경험에서 우러나온 박진감과 재미가 가득한, 소설이 추구해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시공을 초월해 사랑받아 온 이 모험담을 부디 놓치지 말고 흠뻑 즐겨 주길 바란다.

보물섬

영웅과 악당의 이미지가 혼합되어 있는 실버는 당연히 이후 여러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 재탄생되었다. 영화에서는 오손 웰스, 찰턴 헤스턴, 앤서니 퀸, 잭 팰런스와 같이 당대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자신이 해석한 실버를 선보였다. 연극과 애니메이션에도 다양하게 해석된 실버가 등장했다. 이렇게 재해석, 재탄생한 실버 가운데 으뜸은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애니메이션 <보물섬>에 등장하는 실버이다. 데자키 오사무의 작품에서도 실버는 영락없는 악당이지만 동료들에게는 진정한 바다의 사나이이자 의리의 화신이며 짐에게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려 애쓰는 자상한 아버지이자 형과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보물섬』이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더 큰 이유는 빅토리아 시대의 아동 문학 작품에 흔히 나타나는 교훈 따위가 이 작품에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1860년대까지 영국의 아동 문학 작품은 상류층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무교육으로 인해 가독 인구가 늘어나면서 독서는 점차 보편화되었고, 독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아동 문학은 점차 읽는 즐거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흐름에 맞춰 나온 『보물섬』은 오롯이 읽는 즐거움을 위해 쓰인 책이다. 스티븐슨은 독자가 사서 볼 만한 소설을 썼고, 그 덕분에 <아동 문학은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굴레에 묶이지 않은 『보물섬』은 위에서 언급한 실버와 같이 교활하고 야비하지만 근사한 악당을 탄생시킬 수 있었으며 또한 이국적인 배경, 빠른 장면 전환, 인상적인 악당들이 멋지게 결합된 신나는 모험담을 담을 수 있었다.

올클리어 1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 번역이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열어주는 것, 알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껍데기를 깨주는 것, 성스러운 땅을 볼 수 있도록 커튼을 젖혀주는 것.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우물 뚜껑을 열어주는 것. - 옮긴이가 독자에게, 《킹 제임스 성서》 H.G. 웰스의 직업 - 시간 여행으로 인해 고통받는 직업군 - 옥스퍼드 - 시간 여행의 규칙 - 셰익스피어 - 휴대 전화의 중요성 - 결국은 희극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문명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H.G. 웰스가 1895년에 《타임머신》을 쓴 이후, 많은 작가가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시간 여행은 SF 장르를 통틀어 초광속 비행과 함께 가장 널리 이용되는 소재가 되었다. 물론 웰스 이전에 시간 여행에 관한 소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마크 트웨인의 《아서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1889)를 그 한 예로 들 수 있다), 시간 여행을 초월적 존재에게 의지한 소원 들어주기 형식이나 타임 슬립류가 아닌 (소설 속의) 과학적 방법을 통해 소개한 작품은 웰스의 《타임머신》이 최초였다. 즉 《타임머신》은 정통파 시간 여행 소설로서, 웰스의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과 SF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소설적 상상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미래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당시 사회 구조를 미래에 빗댄 날카로운 풍자들이 잘 조합된 작품이다. 특히 태양의 종말 부분에 관한 묘사는 작품이 발표된 당시 아직 별의 진화에 관한 천문학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하던 시대임을 고려해볼 때 놀랍기까지 하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양자 역학이나 상대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논의를 넘길 문제이지만, 현재 추세를 따라가 보자면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시간 여행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킵 손과 스티븐 호킹 사이에 있었던 웜홀-타임머신 논쟁이 가장 유명하다. 이 둘 사이에 있던 논쟁과 시간 여행의 가능성에 대해 궁금하다면 《칼 세이건의 우주(Carl Sagan’s Universe)》(1997)에 킵 손이 기고한 <물리 법칙은 웜홀을 이용한 항성 간 여행과 시간 여행을 허용할까?(Do the Laws of Physics Permit Wormholes for Interstellar Travel and Machines for Time Travel?)>를 참조하라).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기에 시간 여행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따라서 시간 여행에 대한 꿈 역시 버릴 필요가 없으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시간 여행 뒤 쓸 글을 위해 시제에 관해 관심을 가져두면 좋을 듯하다. (시간 여행에 따른 시제를 규정해야 하는 문제는 이론언어학자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시간 여행과 시제에 관해 더 관심이 있다면 《링 월드》(1970)로 유명한 래리 니븐의 《시간 여행의 이론과 실행(The Theory and Practice of Time Travel)》(1973)을 참조하라. 그리고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신학자들 역시 관련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과거나 미래로 가서 만나 회개시킨 사람들의 영혼은 ‘현재’의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시간 여행의 신학적 관점에 관해서는 잉겔라 매드포의 <과거로의 시간 여행 그리고 그와 관련된 신학 연구(Backward Time Travel and Its Relevance for Theological Study)>(2011)를 참조하라.) 앞에서 보았듯이, 비록 과학 분야에서도 시간 여행이라는 아이디어를 다루고 미래에는 다른 분야에서도 다룰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가장 활발히 다뤄지는 곳은 역시나 소설 분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간 여행을 소재로 나온 수많은 소설 가운데 최고를 들자면, 바로 옥스퍼드 대학을 배경으로 하는 코니 윌리스의 시간 여행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는 중편인 《화재 감시원》 (1982)을 시작으로 해서 장편 《둠즈데이북》(1992), 《개는 말할 것도 없고》(1997), 그리고 2부작으로 구성된 《블랙아웃》과 《올클리어》(2010)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 작품 모두 휴고상을 받았고, 세 작품이 네뷸러상을 받았다(《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네뷸러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휴고상이 독자들의 인기투표 방식으로 선정되는 반면, 네뷸러상은 작가와 평론가들이 수상작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코니 윌리스의 이 시리즈는 독자와 평단 양쪽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1982년에 발표한 중편 《화재 감시원》으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 된 21세기 중반,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과를 현재 배경으로 삼아 과거로 여행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살펴보면 작가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웰스는 시간 여행에서 허용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규칙, 즉 등장인물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과거와 미래를 방문할 수 있다는 규칙을 가정했다. 따라서 《타임머신》에서 시간 여행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으며, 주인공이 마주치는 어려움은 단지 주인공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 하지만 코니 윌리스는 시간 여행의 규칙들 중 가장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시공간의 탄력성으로 인해 시간 여행자는 절대로 인과 관계를 뒤집을 수 없으며, 심지어 편차 때문에 원하는 시공간에도 정확하게 도착할 수 없다고 가정했다. 또한 인과 관계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가지고 오거나 가지고 갈 수도 없다고 가정했다(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둠즈데이북》에서 콜린이 아스피린과 손전등을 가지고 중세로 간 것은 설정 오류가 아니라 이미 주위의 모든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아무 상황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는 현재나 미래의 인물에 의해 농락당하는 바보들이 살던 시대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를 이룬 시대이며, 시간 여행자는 결과를 알면서도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철저한 관찰자 역할만을 하게 된다. 《화재 감시원》과 《둠즈데이북》, 그리고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이러한 기본 규칙을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최근작인 《블랙아웃》과 《올클리어》에서는 이 규칙이 좀 더 확장되고 복잡해져서, 편차는 모순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일어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사후 조치라고 가정한다. 이 시리즈에는 방대한 고증을 통한 역사적 현실의 재현이라는 중요한 특징이 있으며, 그 때문에 이 시리즈는 SF인 동시에 역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코니 윌리스는 역사 고증 자료를 모으기 위해 각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8년에 이르는 시간이 걸렸다. 이 시리즈를 꿰뚫는 코니 윌리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그가 희극과 비극 모두에 능하다는 점이다.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우주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우스꽝스럽지만 심각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시종일관 유쾌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먼저 본 독자들이 흑사병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둠즈데이북》를 읽고는 암울하기 끝이 없는 그 전개에 충격을 받았다는 고백은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이렇게 희극과 비극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글솜씨로 인해 희극을 쓰는 이와 비극을 쓰는 이가 따로 있다는 ‘코니 윌리스 2인설’이라는 음모 이론까지 있다. 이러한 그의 재능은 《블랙아웃》과 《올클리어》에서 정점을 찍어, 희극과 비극을 모두 아우르는 절묘한 조합,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시대 배경 묘사, 그리고 (추리 소설 팬이라는 작가의 자인처럼) 추리 소설과 같은 치밀한 플롯 설정을 통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 시리즈 전체를 포괄할 때 독자들의 불만이 있다면 2050~60년의 옥스퍼드가 전혀 미래 세계 같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둠즈데이북》 소설에서 묘사하는 2054년의 옥스퍼드는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심지어 과학 기술에서는 현재보다도 뒤떨어진 부분들이 있다(휴대 전화가 없는 2054년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SF의 목적이 결코 ‘외삽을 통한 미래의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시리즈가 묘사하는 미래 사회의 과학 기술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은 큰 결점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타임머신은 있지만 휴대 전화는 없는 세계를 다룬 대체 역사 소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자신은 역사에 그 어떤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관자적 자세를 유지하던 《화재 감시원》의 존 바솔로뮤,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하려 애쓰던 《둠즈데이북》의 키브린,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들의 실수로 전쟁의 승패가 바뀔까 봐 전전긍긍하며 오류를 수정하려 애쓰는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베리티와 네드를 거쳐, 이제는 직접 본인이 역사의 일부가 되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블랙아웃》과 《올클리어》의 폴리, 에일린, 마이크에 이르기까지 코니 윌리스의 작품들은 계속 발전하고 변화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은, 고드프리 경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라는 질문에 폴리가 “희극입니다.”라고 대답했듯이, 모든 결말이 결국은 희극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40여 년간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그 모든 작품에서 인간의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코니 윌리스가 품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번역하던 2000년에만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시리즈를 전부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후 《둠즈데이북》을 번역했고, 연이 닿아 《화재 감시원》 그리고 《블랙아웃》과 《올클리어》까지 옮기게 되었다. 번역물이 오역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 시리즈에서 여러분이 되도록 환한 빛과 멋진 경치를 느끼고 맛난 알맹이와 맑은 물을 먹고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

올클리어 2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 번역이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열어주는 것, 알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껍데기를 깨주는 것, 성스러운 땅을 볼 수 있도록 커튼을 젖혀주는 것.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우물 뚜껑을 열어주는 것. - 옮긴이가 독자에게, 《킹 제임스 성서》 H.G. 웰스의 직업 - 시간 여행으로 인해 고통받는 직업군 - 옥스퍼드 - 시간 여행의 규칙 - 셰익스피어 - 휴대 전화의 중요성 - 결국은 희극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문명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H.G. 웰스가 1895년에 《타임머신》을 쓴 이후, 많은 작가가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시간 여행은 SF 장르를 통틀어 초광속 비행과 함께 가장 널리 이용되는 소재가 되었다. 물론 웰스 이전에 시간 여행에 관한 소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마크 트웨인의 《아서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1889)를 그 한 예로 들 수 있다), 시간 여행을 초월적 존재에게 의지한 소원 들어주기 형식이나 타임 슬립류가 아닌 (소설 속의) 과학적 방법을 통해 소개한 작품은 웰스의 《타임머신》이 최초였다. 즉 《타임머신》은 정통파 시간 여행 소설로서, 웰스의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과 SF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소설적 상상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미래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당시 사회 구조를 미래에 빗댄 날카로운 풍자들이 잘 조합된 작품이다. 특히 태양의 종말 부분에 관한 묘사는 작품이 발표된 당시 아직 별의 진화에 관한 천문학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하던 시대임을 고려해볼 때 놀랍기까지 하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양자 역학이나 상대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논의를 넘길 문제이지만, 현재 추세를 따라가 보자면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시간 여행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킵 손과 스티븐 호킹 사이에 있었던 웜홀-타임머신 논쟁이 가장 유명하다. 이 둘 사이에 있던 논쟁과 시간 여행의 가능성에 대해 궁금하다면 《칼 세이건의 우주(Carl Sagan’s Universe)》(1997)에 킵 손이 기고한 <물리 법칙은 웜홀을 이용한 항성 간 여행과 시간 여행을 허용할까?(Do the Laws of Physics Permit Wormholes for Interstellar Travel and Machines for Time Travel?)>를 참조하라).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기에 시간 여행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따라서 시간 여행에 대한 꿈 역시 버릴 필요가 없으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시간 여행 뒤 쓸 글을 위해 시제에 관해 관심을 가져두면 좋을 듯하다. (시간 여행에 따른 시제를 규정해야 하는 문제는 이론언어학자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시간 여행과 시제에 관해 더 관심이 있다면 《링 월드》(1970)로 유명한 래리 니븐의 《시간 여행의 이론과 실행(The Theory and Practice of Time Travel)》(1973)을 참조하라. 그리고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신학자들 역시 관련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과거나 미래로 가서 만나 회개시킨 사람들의 영혼은 ‘현재’의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시간 여행의 신학적 관점에 관해서는 잉겔라 매드포의 <과거로의 시간 여행 그리고 그와 관련된 신학 연구(Backward Time Travel and Its Relevance for Theological Study)>(2011)를 참조하라.) 앞에서 보았듯이, 비록 과학 분야에서도 시간 여행이라는 아이디어를 다루고 미래에는 다른 분야에서도 다룰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가장 활발히 다뤄지는 곳은 역시나 소설 분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간 여행을 소재로 나온 수많은 소설 가운데 최고를 들자면, 바로 옥스퍼드 대학을 배경으로 하는 코니 윌리스의 시간 여행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는 중편인 《화재 감시원》 (1982)을 시작으로 해서 장편 《둠즈데이북》(1992), 《개는 말할 것도 없고》(1997), 그리고 2부작으로 구성된 《블랙아웃》과 《올클리어》(2010)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 작품 모두 휴고상을 받았고, 세 작품이 네뷸러상을 받았다(《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네뷸러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휴고상이 독자들의 인기투표 방식으로 선정되는 반면, 네뷸러상은 작가와 평론가들이 수상작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코니 윌리스의 이 시리즈는 독자와 평단 양쪽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1982년에 발표한 중편 《화재 감시원》으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 된 21세기 중반,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과를 현재 배경으로 삼아 과거로 여행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살펴보면 작가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웰스는 시간 여행에서 허용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규칙, 즉 등장인물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과거와 미래를 방문할 수 있다는 규칙을 가정했다. 따라서 《타임머신》에서 시간 여행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으며, 주인공이 마주치는 어려움은 단지 주인공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 하지만 코니 윌리스는 시간 여행의 규칙들 중 가장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시공간의 탄력성으로 인해 시간 여행자는 절대로 인과 관계를 뒤집을 수 없으며, 심지어 편차 때문에 원하는 시공간에도 정확하게 도착할 수 없다고 가정했다. 또한 인과 관계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가지고 오거나 가지고 갈 수도 없다고 가정했다(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둠즈데이북》에서 콜린이 아스피린과 손전등을 가지고 중세로 간 것은 설정 오류가 아니라 이미 주위의 모든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아무 상황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는 현재나 미래의 인물에 의해 농락당하는 바보들이 살던 시대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를 이룬 시대이며, 시간 여행자는 결과를 알면서도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철저한 관찰자 역할만을 하게 된다. 《화재 감시원》과 《둠즈데이북》, 그리고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이러한 기본 규칙을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최근작인 《블랙아웃》과 《올클리어》에서는 이 규칙이 좀 더 확장되고 복잡해져서, 편차는 모순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일어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사후 조치라고 가정한다. 이 시리즈에는 방대한 고증을 통한 역사적 현실의 재현이라는 중요한 특징이 있으며, 그 때문에 이 시리즈는 SF인 동시에 역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코니 윌리스는 역사 고증 자료를 모으기 위해 각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8년에 이르는 시간이 걸렸다. 이 시리즈를 꿰뚫는 코니 윌리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그가 희극과 비극 모두에 능하다는 점이다.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우주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우스꽝스럽지만 심각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시종일관 유쾌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먼저 본 독자들이 흑사병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둠즈데이북》를 읽고는 암울하기 끝이 없는 그 전개에 충격을 받았다는 고백은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이렇게 희극과 비극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글솜씨로 인해 희극을 쓰는 이와 비극을 쓰는 이가 따로 있다는 ‘코니 윌리스 2인설’이라는 음모 이론까지 있다. 이러한 그의 재능은 《블랙아웃》과 《올클리어》에서 정점을 찍어, 희극과 비극을 모두 아우르는 절묘한 조합,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시대 배경 묘사, 그리고 (추리 소설 팬이라는 작가의 자인처럼) 추리 소설과 같은 치밀한 플롯 설정을 통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 시리즈 전체를 포괄할 때 독자들의 불만이 있다면 2050~60년의 옥스퍼드가 전혀 미래 세계 같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둠즈데이북》 소설에서 묘사하는 2054년의 옥스퍼드는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심지어 과학 기술에서는 현재보다도 뒤떨어진 부분들이 있다(휴대 전화가 없는 2054년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SF의 목적이 결코 ‘외삽을 통한 미래의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시리즈가 묘사하는 미래 사회의 과학 기술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은 큰 결점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타임머신은 있지만 휴대 전화는 없는 세계를 다룬 대체 역사 소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차피 자신은 역사에 그 어떤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관자적 자세를 유지하던 《화재 감시원》의 존 바솔로뮤,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하려 애쓰던 《둠즈데이북》의 키브린,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들의 실수로 전쟁의 승패가 바뀔까 봐 전전긍긍하며 오류를 수정하려 애쓰는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베리티와 네드를 거쳐, 이제는 직접 본인이 역사의 일부가 되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블랙아웃》과 《올클리어》의 폴리, 에일린, 마이크에 이르기까지 코니 윌리스의 작품들은 계속 발전하고 변화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은, 고드프리 경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라는 질문에 폴리가 “희극입니다.”라고 대답했듯이, 모든 결말이 결국은 희극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40여 년간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그 모든 작품에서 인간의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코니 윌리스가 품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번역하던 2000년에만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시리즈를 전부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후 《둠즈데이북》을 번역했고, 연이 닿아 《화재 감시원》 그리고 《블랙아웃》과 《올클리어》까지 옮기게 되었다. 번역물이 오역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 시리즈에서 여러분이 되도록 환한 빛과 멋진 경치를 느끼고 맛난 알맹이와 맑은 물을 먹고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

티핑 더 벨벳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롭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티핑 더 벨벳』에는 찰스 디킨스의 작품처럼 대중적이면서도 치밀한 플롯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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