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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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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잠자는 학생은 깨워야 한다>

時間의 복수

서너 장짜리 단편 한번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감히, ‘장편소설’을 쓰겠다고 나선 것부터 큰 오류를 범하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독자들의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게 글을 써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기억하면서, 어휘를 선택하고 문장을 구성했다. ‘스티븐 킹’이 세탁소에서 구더기를 떨어내며 글을 썼듯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두려움이 시작되는 끄트머리에서 글을 마무리했다. 덕분에, 이야기는 멈출 수 없었고 문장은 쓰러지지 않았다. 청계천 뒷골목 철공소에서 소하리 자동차공장을 거쳐,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까지, 그리고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을 거치기까지의 기억은 원고를 마칠 때 즈음 더욱 또렷해졌다. 먼 가시밭길을 헤치고, 파도를 가르며 도착한 그곳에서, 꿈은 희망으로 용솟음쳤다. “용기란 삶이 주는 상처에 무릎 꿇지 않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한 세상을 산다는 것은 고난과 재앙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인내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에 불과할 뿐인 것을. 갈등과 공포, 고민과 고통이 주는, ‘기회의 신(God of Opportunity)’들이 이 세상에 존재함을 나는 믿는다.

어제 쓴 이력서는 찢어버려라

오랫동안 행복한 순간을 느끼고 싶습니다. 찬란하게 떠 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꿈과 희망의 대지를 달리고 싶습니다. 푸른 하늘을 끝없이 날고 싶습니다. 맨델스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부르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들으며 깊고 애잔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슴 찡하는 감동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책 한 권을 읽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위한 이상(理想)”을 헤매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루를 존재하는 것 조차 지겨울 수 있고, 작은 일 한 가지를 해내는 데에도 힘겨워 할 수 있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큰 고통을 쓰다듬어야 하는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얼마나 힘든 세월을 꿈꾸어야 하는지 겪어보지 아니한 사람은 모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시작한지 1년쯤 되는 ‘98년 9월. 이 땅을 떠나려고 15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몇 달 후, 영문이력서 수십 장을 써 들고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거쳐 네바다주 모하비사막을 가로질러 라스베가스까지 갔습니다. 그 곳에서 한 전기회사에 취직이 되어 안정을 찾고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몇 달 동안 잘 버티고 있던 중, 취업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원망스러운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이력서는 다시 한글로 바꿔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인(知人)을 만나 학원을 설립하기도 하고, 몇 군데 나가 강의도 했습니다. 1년 반이 넘는 저의 짧은 여정은 2000년 2월 중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여러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과 어울려 일을 하며, 수시로 부딪혀야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걸 느끼고,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런데 저에겐 괴팍한 버릇 한가지가 생겼습니다. 회사를 그만 둔 후부터 그런 생활과 느낌을 수시로 기록하고 많은 자료를 모아 두었습니다. 다시 어려움이 닥치기 시작한 요즘, 오랫동안 겪어 온, 기업 현장에서의 사실과 느낌들을 정리하면서, 몇 가지 자료와 생각들을 글로 엮어내고 싶은 충동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급하지 않으나 게으르지 않게 살고 싶었습니다. 말은 쉽습니다. 다들 아는 내용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쳐 왔을 때” 무얼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해야 할지 막연할 때가 있습니다. 읽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말과 글이니까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말과 글의 뜻에 공감하고, 자신의 행동을 그려보며, 쉬지 않고, 약해지지 않으며,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미래의 성공을 상상하며 오늘을 참을 수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은 문제 하나를 놓고,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과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 중에 누가 더 그 문제를 잘 풀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2001년 3월 13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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