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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노지양

최근작
2024년 4월 <[세트] 비비언 고닉 선집 1~3 세트 - 전3권>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이 책을 번역하고 집으로 갈 때 나의 표정은 엄숙했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다소 비관적인 세계관이 오히려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게 했고, 차갑고 이성적인 문장들은 생을 향한 열렬한 고백처럼 느껴졌다. 죽음 앞에서 나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와 함께 사색하면서 존재의 근원과 생의 아름다움을 직시하려 노력했고,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깊고 오묘한 세계의 문을 열 수 있었다. _ 노지양, 번역가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어린 메리를 상상해 봅니다. 바지를 입고 신나게 뛰놀며 새 세상을 만났을 메리를. 하지만 얼마나 많은 어른들에게, 때로는 친구들에게 심한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을까요. 그래도 메리는 제 믿음대로 행동했습니다. 잘못된 건 자기가 아니라 낡은 관습이라는 걸 직감하고, 옷을 바꾸면 저와 제 여자 친구들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성과 여성 운동을 다룬 책을 적지 않게 우리말로 옮겼지만 메리 에드워즈 워커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그동안 묻혀 있던 여성들의 굳은 신념과 뛰어난 활약상을 배우는 것은 책을 번역하고 읽으며 누리는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아직도 발굴해야 할 여성 위인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그들에게서 우리는 많은 영감과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용감한 사람들이 낡은 관습에 도전하여 우리의 길을 넓혀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사람이 될 것입니다.

북유럽 스타일 100

- 북유럽, 산뜻하고 담백한 매력에 빠지다 그동안 나는 북유럽에 관한 것들을 특별히 선호하거나 관심을 갖진 않았던 것 같다. 인테리어 카페나 여성 잡지에 소개되는 북유럽 인테리어를 보며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왜 이렇게 모든 것이 획일적이고 몰개성적으로 변해버리는지 조금은 안타깝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출판계의 북유럽 소설 열풍을 보면서도 트렌드를 따라가기 싫어서인지 찾아 읽지는 않았다. 또한 서유럽이나 동유럽 여행도 제대로 못한 나에게 북유럽 여행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번역을 마칠 무렵에는 나도 한 명의 북유럽 마니아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은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아이템들을 콕 짚어 알차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도 편할 뿐 아니라 새롭게 배우게 되는 내용들도 많다. 우리나라 매체나 여행기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소재들인 러브 스푼이라든가 도어 하프, 칵슬라우타넨 호텔이나 스칸센 등은 북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내게 배경 지식이 있는 드라마나 소설 관련 번역이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더 흥미를 갖게 된 아이템들은 자연과 요리였다. 청어 요리와 링온베리 잼을 먹어보고 싶었고 하지 축제를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무시무시한 바다의 소용돌이 모스크스트라우멘과 아이슬란드의 굴포스 폭포와 노르웨이의 베르겐스바넨 철도를 검색하며 그 신비로움에 빠져들기도 했다. 모든 글마다 그림과 사진이 곁들여져서 눈도 즐거울 뿐만 아니라 글과 이미지가 연결되어 쉽게 기억하게 된다. ‘불필요한 디자인은 걷어내고 간결하고 단순하게 기본만 남기는’ 디자인 철학을 통해 우리가 근래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철학도 배우게 된다. 겨울이 춥고 길기 때문에 그만큼 실내 공간을 최대한 편리하며 아늑하게 꾸미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사회가 안정되어 있기에 정치 드라마나 범죄소설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 부럽기도 했다.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인 ‘휘게’에 대한 묘사는 아름답기 그지없어 자꾸만 읽고 싶었다. 얼마 전에 스웨덴의 인테리어 스토어 이케아에 가서 미트볼을 먹을 때 같이 간 사람에게 ‘미트볼은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정확히 반반 섞은 다음에 볶은 양파와 우유에 적신 빵조각을 넣어 만들어. 그리고 북유럽 사람들은 미트볼을 아침에도 먹고 점심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는대.’라고 설명해주었다. 북유럽 여행을 간다는 친구에게는 캐서린홀름 그릇과 일세 야콥센 부츠 쇼핑 잘 하고 오라는 말도 남겼다. <노마>란 영화가 개봉할 때는 ‘노르딕과 마드(음식)라는 단어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 노마 레스토랑이야. 미슐랭 투 스타 받았다지?’라며 아는 척도 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 깨알 정보들과 근사한 인상들이 사라지기 전에 북유럽 여행을 떠나 직접 하들그리뮈르 성당을 보고 베델의 나무 새 한 쌍도 사고 글뢰그를 마실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여자들의 사회

내 상상 속에서는 이 지적이고 창의적인 두 여인이 마치 미술관의 야외 정원이나 프랑수아즈의 작업실에서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놓고 길고 긴 대화를 나누는 듯하고, 우리는 그 대화를 엿듣는 호사를 누리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또한 자서전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보다 더 편안하고 느긋한 자세로 질로의 어린 시절과 피카소 이후 그녀의 삶과 프랑스 패션의 변천사를 듣고, 리사 앨더의 소설 창작 과정과 미국 남부의 여성들과 미국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접한다. 마치 누군가의 살롱에 초대받아 앉아 있거나 TV의 대담을 시청하듯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는다. (…) 프랑수아즈가 말한 대로 여성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경청자이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과거를 새롭게 해석하고, 삶에서 긍정적인 면을 끌어내고, 상처를 치유하며, 꿈을 다시 찾곤 한다. 나는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우리 사이에 오간 이야기들을 오후의 수다로만 흘려보내기에는 그것이 너무나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져서 내 일기에 대화체 그대로 적어놓기도 했었다. 그것만으로도 한 편의 훌륭한 에세이가 되고, 소설의 한 장면이 될 듯했다. 우리는 남성 예술가의 그림자에 가려져 뮤즈나 조력자로만 그려졌거나, 묵묵히 자기 길을 걸으면서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았던 여성 예술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더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이야기 또한 꼼꼼히 기록하여 영감을 찾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나 우리 다음 세대에게 다시 들려주어야 한다.

여자를 완성한 여자 메리 퀀트

읽으면 읽을수록 메리 퀀트는 패션과 성격이 그대로 일치되는 캐릭터이다. 미니스커트처럼 거침없이 자기를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장식이 없는 대신 독특한 패턴과 색깔이 있다. ‘나 좀 봐주세요, 멋지죠?’ 하면서 거리낌 없이 세상으로 발랄하게 걸어 들어간다. 아마 독자들은 그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자신의 잠재력을 풀어내고 그러면서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일상을 멋지게 색칠하고 싶어질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미니스커트만 입고 나간다면 뭐든지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을 제공한다. 아직도 손가락 없는 장갑에 형광 매니큐어를 칠하고 영국 패션 위크의 패션쇼 장의 맨 앞줄에 앉아 있다는 메리 퀀트를 꼭 한 번 보고 싶다.

인종 토크

번역을 마치기도 전에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었다. 독자들도 나처럼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되길.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

“한 걸음씩만 내딛다보면 나 자신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저자인 너새니얼 브랜든은 생애의 대부분을 자존감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면서 모호했던 자존감 개념에 명확성을 부여한 상담가이자 심리학자이다. 이 책은 명망 있는 저자의 고전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다. 기본 정의부터 명확하게 짚어준다. 쉬운 문장으로 이루어졌지만 깊이 있고 우아하고 명료하며 따뜻하기도 하다. “자존감은 나라는 사람을 삶의 기본적인 도전에 대처할 능력이 있고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서 인식하는 자질이다.” 이렇듯 자존감은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것이라든가, 자신감이 넘쳐서 이 세상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개념이었다. 저자는 마치 교수님이 칠판에 적어주듯이 자존감을 이루는 여섯 가지 요소들을 차분히 설명한다. 그러다가 바로 그다음부터는 마치 할아버지가 벽난로 앞에서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것만 같은 쉽고 정감 있고 실생활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담 사례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수없이 보던 여성들이고 나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을 조금도 판단하지 않고 이해하면서 서서히 해결점을 찾아간다. 그러면서도 욕심 내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면 단 5퍼센트만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당부하며 이렇게 한 걸음씩만 내딛다보면 나 자신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을 받았고 종종 떠올리게 되는 챕터는 자존감이 양심이나 도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말한 대로 다른 자존감 저서나 자기계발서에서는 간과하는 가치이지만 나에게는 자존감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고 할 수 있다. 세상과 타인과 나 자신을 크고 작게 속이고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도 무사히 빠져나가고(결국에는 밝혀지리라 생각하지만) 외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행복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세계는 닮고 싶지도,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다. 또한 점점 더 화려하고 성공한 사람보다는 정직하고 양심 있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나오는 은은한 빛을 알아보게 된다. 돌아보면 내가 작은 재능으로 빛을 보거나 삶의 조건에 만족하거나 부러움을 샀을 때가 아니라 나와의 사소한 약속을 지켰을 때, 해야 할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고, 내가 늘 소망해왔던,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너그러운 사람이 조금씩 되고 있다고 느꼈을 때, 그럴 때 나는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책임감 있고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내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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