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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병률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7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제천

기타:서울예대 문예창작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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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 이병률 (추천0,댓글0) 몽트뢰   2014-11-28 04:01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 / 2005년7월1일 초판1쇄 발행


《끌림》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찾게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끌림》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부재에 나와 있는 대로 1994년에서 2005년까지 지은이 이병률이 세계 각지를 돌면서 보고 느낀 점을 적어놓은 여행산문집이다. 장르가 그렇게 분류되는 만큼 분명히 여행을 소재로 하고는 있지만 뒤에 붙은 산문집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가 더욱 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때론 두세 줄의 짤막한 메모 같은 글로 때론 대여섯 페이지에 걸친 빽빽한 설명들로 여행 중에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 이병률은 라디오의 구성작가로도 일을 했다지만 원래는 시인으로 불리던 사람이란다. 그래서인지 이 책 《끌림》 속에는 한 편의 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들이 참 많다. 자유롭게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너무나 부러운데 그 여행을 발판삼아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이렇듯 편안하고 아름답게 풀어내는 재주까지 가졌다는 것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저자에게 질투를 느끼게 되었다.


*   *   *


10년 동안 50여 개국 200개가 넘는 도시를 돌아다녔다고 하니 이 사람 이병률은 여행에 관해서는 달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책 속에서 나타나는 그의 여행방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느껴진다. 여행의 달인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없었던 여유가 생겨난 건지 아님 원래부터 이런 식의 여행을 지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속에서 유명 관광지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 곳이나 숙소를 정해서 짐을 풀어놓고 며칠씩 같은 코스를 산책하기도 하고 문득 잊고 지내던 친구가 생각나 그를 만나기 위해서 약속도 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 이런 여행이야말로 정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끌림》은 이렇게 때론 휴식 같고 때론 전쟁처럼 느껴지는 여행 속에서 저자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풍경에 관한 이야기,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잘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보통 수준은 훨씬 넘어 보이는 강렬한 느낌의 사진들과 함께 그는 특히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관한 많은 생각들을 적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어디라도 상관없다 아무 곳으로나 떠나고 싶다. 그렇게 떠나서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뭔가를 느껴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가슴 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   *   *


글 못지않게 사진이 큰 역할을 하는 이 책에는 맨 뒤 챕터에 카메라 노트가 붙어 있다. 각 장에 있는 사진이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찍은 건지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첨부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사진이 찍힌 출처 외에도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된다. 그건 저자가 이 책 속에서 반드시 사진과 일치하는 나라와 도시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베트남 호이안에서 찍은 고양이 사진을 통해서는 우리나라에 있을 때 버젓이 집이 있는데도 여관에서 며칠씩 묵고 싶은 기분이 들곤 했다는 얘기를 하고 터키 이스탄불에서 찍은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할아버지 사진으로는 스페인에서 만난 교회 짓는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여행지침서가 아니기 때문에 사진과 글의 느낌만 통하면 그뿐이다. 저자 이병률은 이 책을 통해서 그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여행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말하려 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자유의 여신상 대신에 뷰파인더 한가득 꽃을 찍고 런던에서는 타워브릿지 대신에 흐릿한 창밖 풍경을 배경삼아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찍고 파리에서는 에펠탑 대신에 열심히 엽서를 고르고 있는 흑인남자와 백인여자 커플의 모습을 찍었던 것이다.


*   *   *


수많은 여행지침서들은 여행에 대한 목마름으로 그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 그곳을 잘 아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또는 먼저 그곳을 경험한 선배의 입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즐길 것인가를 가르쳐 준다. 이 책 《끌림》은 현재 여행을 계획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언젠간 나도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저 사람처럼 세상구경을 떠나고 싶다는 기분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낯선 곳에서 누군가 낯선 이와 함께 자신의 온기를 나누는 모습을 꿈꾸게 한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이런 감상에 젖는 것만으로 손쉽게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아무튼 나는 그런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만들어준 이 책에게 감사한다. 작가 이병률과 함께 멕시코의 이발사 할아버지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머리도 잘라보고 여행갈 때면 화분을 가지고 가는 별난 취향의 프랑스인 친구와도 만나고 지옥의 냄새를 견디며 일하는 모로코 무두쟁이들의 힘겨운 삶도 따라가다 보면 지구의 또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리와 비교할 때 산다는 것 자체가 뭐 그리 대단히 다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가 보여주는 그네들의 삶을 잠자코 보고 있노라면 때론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때론 쓴웃음이 피식 새어나오기하고 때론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게 저려오기도 한다.


*   *   *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나 그 책이 여행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라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에 그 즐거움은 2배가 된다. 책 한 권을 통해서 내가 가본적도 없는 곳의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는 이런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왜 CD는 겉에 있는 비닐을 벗기는 순간부터 가격을 알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책은 항상 자신의 가격표를 뒷면에 붙이고 있는 걸까? 하는. 나는 책 뒤에 책값이 적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보잘 것 없는 자기만족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방에는 시간 날 때마다 사 모은 CD와 책이 제법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비싼 돈을 주고 샀음에도 영 정이 안 가는 물건도 있고 싼 돈을 들여서 구입했지만 꼬질꼬질할 정도로 손때가 많이 묻은 놈도 있다. 그것이 CD인 경우에는 대게 가격을 기억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일단 한번 구입하면 내게 있어 그 가치는 순수하게 음악적인 부분으로만 매겨지게 된다. 하지만 책인 경우에는 언제나 가격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비싼 책, 싼 책으로 구분 짓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과연 책의 가치를 가격으로 매길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늘상 하고 사는 것이다. 만 2천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이 책 《끌림》은 내가 가진 책 중에서 비교적 비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만큼이나 내가 자주 찾는 책이 될 것 같다. 단돈 만 2천원으로 이처럼 기분 좋은 세계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하지만 난 그래도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이 책을 손에 드는 순간 이 책의 가격 따위는 이미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없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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