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언젠가 시들기 마련인 꽃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들 것을 알면서도 늘 꽃을 산다. 예쁘니까. 그리고 그게 여자 아닐까, 라고 짐작한다.
‘맏며느리 삼아야겠다’며 만점을 주신 면접관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잡지를 만드는 것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M&B, <ELLE>, <W>를 거쳐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까지 오는 사이 10년이 흘렀다. 여전히 패션매거진의 에디터이지만, 아직 그 누구의 맏며느리도 아니다.
1년에 1백 권 정도의 책을 읽고, 지하철 2호선이나 일행이 도착하지 않은 식당, 병원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데 책이 없으면 벽에 붙은 전단지라도 읽어야 하는 가벼운 활자중독증을 앓고 있다. 이 책이 누군가의 활자중독증을 부추기길 바라는 당치 않은 바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