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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호금전 (胡金銓, King Hu)

본명:King Hu

국적:아시아 > 중국

출생:1931년 (황소자리)

사망:1997년

최근작
2018년 8월 <산중전기 (2disc)>

호금전(胡金銓, King Hu)

호금전(후진첸)은 홍콩 무협영화에 베이징 경극의 장엄함과 우아함을 끌어들여 이 장르에서 ‘예술’을 일궈낸 거장이다. 호금전은 자기 영화를 ‘스타일의 순수한 결집체’라고 평했다. “내 영화에는 내용이 별 것 아니더라도 음표를 연주하듯이 찍은 장면이 많다.” 호금전 영화에서 만끽할 수 있는 움직임의 쾌감은 도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열락과 비슷하다. 호금전의 대표작인 <협녀 俠女>(1971)에선 약 10여분간 무사들이 대나무숲에서 칼싸움을 벌이는 클라이맥스 장면이 숨을 막히게 한다. 호금전은 경극의 리듬과 몸짓을 온전히 이 장면에 옮겨놓은 것이라 한다. 호금전 영화의 특징은 쉴새없는 움직임에 있다. <협녀>의 영어 제목이 ‘선의 감촉’(Touch of Zen)인 것에는 나름의 뜻이 있다. 대나무숲 결투장면은 ‘영화역사에서 스타일이 한차원 더 높은 도약’을 이뤄낸 쾌거이자 ‘생각하지 않고 바로 깨달음에 이르는 방식’인 참선의 정서를 화면에 옮겨놓은 불가사의한 쾌감을 준다.

대륙 출신인 호금전은 중국의 문학과 회화,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교양인이다. 쇼브러더스에서 <대취협 大醉俠>(1966)이란 검술영화로 데뷔한 호금전도 무협영화를 베이징 경극의 화려한 전통에 실어 이 장르를 혁신시켰다. 무협영화 형식을 빌렸지만 그의 영화는 전래의 여러 중국문화전통을 영화로 옮겨놓은 형식이 볼 만하지,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 영화에는 플롯이 없다. 플롯이 간단하면 스타일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 플롯에 신경을 쓰면 줄거리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게 된다. 그럼 스타일에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호금전은 중국회화에서 화면구도를 빌려온 다음 도가에서 말하는 명상적인 경지를 화면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황홀한 형식미를 일궈놓았다.

호금전은 <공산영우 空山靈雨>(1979)를 찍을 때 구름 장면을 담기 위해 스모그 효과를 많이 썼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호금전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호금전은 후배감독들에게 왜 스모그 효과를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대개 비슷했다. “화면을 아름답게 꾸미려고요.” 호금전은 실소했다. “내가 스모그를 써서 구름장면을 많이 집어넣은 것은 화면 장식용이 아니었다. 난 여백의 공간을 화면에 잡아놓기 위해 구름장면을 집어넣은 것이다. 서구회화와 달리 중국회화는 자연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중국회화에는 여백의 공간이 많다. 여백은 중국회화 구도의 중요한 부분이다.”

스티븐 테오의 분류에 따르면 호금전의 영화는 <대취협>(1966) <용문객잔 龍門客棧> (1967) <희로애락지로>(1970) <영춘각의 풍파 迎春閣之風波>(1973) 등 ‘객잔 4부작’과 <협녀>(1971) <충열도>(1975) <공산영우>(1979) <산중전기 山中傳奇>(1979) 등 ‘야외 4부작’이 꼽힌다. ‘객잔 4부작’은 주막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호금전이 공간분할 연출에 얼마나 능한가를 증명하는 작품들이며 ‘야외 4부작’은 자연을 초자연적인 분위기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호금전은 몽환적인 풍경 속에 인간과 자연을 뒤섞어버린다. 인간과 대상을 조화롭게 묶어버리는 것. ‘객잔 4부작’이 이야기꾼 호금전의 솜씨를 보여준다면 ‘야외 4부작’은 한편으론 도의 형이상학을 화면에 배어나게 하고 다른 한편에선 형식미를 깨친 화가이자 선사 호금전의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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