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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홍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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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얼음장 밑에서도 늘 물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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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아름다움속에서 살다 보니 심성이 따뜻하다. 자연 친화는 감성을 자극해 펜을 들게 했다. ‘경인일보 신춘문예’(1988년) 당선, ‘한국시조 신인상’(1991년)을 수상했고 시집 《꽃비》는 ‘현대시조 100인선’, 수필집 《꽃길에 서다》는 ‘세종도서’에 선정됐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 시조시인협회’ 회원이다. 또, 언론사 객원논설위원이자 자유기고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이 평생 직업이었고 40년을 공직자로 살았다. 공무원들의 맏형 같은 도우미이자 전설로 정평이 나있다. ‘2010 다산청렴봉사대상’, ‘2013 경기도를 빛낸 영웅’, ‘2014 홍조근정훈장’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인사행정 전문가로도 유명했다.

이웃돕기에도 앞장섰다. 2019년 ‘어린이재단 초록우산 명예의 전당’에 헌액(獻額)됐고, 2020년 ‘대한적십자사 회원 유공장(금장)’ 등을 받았다. 공무원 명예퇴직 후, 3년간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일했다. 소통과경영을 통해 적자였던 이 회사를 3년 연속 흑자로 바꿨다. ‘2015 한국문화관광산업대전 관광부문 대상’, ‘2016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공사부문 내부만족도 전국 1위’, ‘2017 코리아 혁신대상’ 등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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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얼음장 밑에서도 늘 물은 흐른다> - 2021년 11월  더보기

물 흐르듯 여여하게 ‘여여(如如)하다’,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즐겨 쓰기도 하고요. 우리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란 것은 흔적이 없습니다. 끝없이 떠오르는 생각의 근본을 추적해 보면 실제로는 텅 비어 있지요. 성품이나 성질, 형상이나 현상이 수없이 변화를 거듭해도 근본은 늘 그대로입니다. 사상·사건·사실이라는 것도, 도리나 이치라는 것도 나뉘어 있는 수 있지요. 저는 이 말을 ‘한결같이’, ‘흔들림 없이’, 또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평온하게’, ‘마음을 놓고’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제가 너른 고을(廣州)에서 태어나 자란 것은 행운입니다. 산자락을 타고 조잘거리면서 내려오는 시내와 여여하게 흐르는 남한강이 어우러진 곳. 이를 바라보면 바라보는 이도 저절로 산이 되고, 물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는 곳. 아름다운 자연 속의 생활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고 한 편의 시였지요. 넉넉하진 않았지만 크게 불편한 것도 몰랐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전기가 들어왔지요. 1970년 농어촌 전기 보급률이 20% 정도였으니 고교 입학 때인 1972년에는 조금 더 높았을 테지만, 사는 게 다 그런 건 줄로 알았습니다. 전봇대는 껍질을 벗긴 낙엽송에 콜타르를 잔뜩 칠한 것이었는데,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던 그때는 이것도 놀이 대상이었지요. 누가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나 내기를 하다가 손바닥이나 허벅지를 찔리기도 했습니다. 산이나 들로 나가 나물을 캐거나 열매를 따고, 냇물에 들어가 천렵하는 게 고작이었던 농촌. 가끔 반딧불이 떼 지어 날아드는 원두막에서 은하수를 바라보다 잠이 들기도 했지요. 돌이켜보니 그때의 아련한 파스텔 톤 삶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생각한 것을 종이에 옮겼지요. 중학교 때는 교내 백일장에서 입상,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썼습니다. 고교 시절 연세대학교가 주최한 ‘전국 고교생 문예작품 현상공모’에, 이후에는 198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지요. 자연과 함께한 삶이 가슴 한구석에 감성을 뿌리내리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정작 등단 이후, 특히 나이가 들수록 글 쓰는 일이 조심스러웠지요. 사는 게 연륜을 더하면서 무르익듯 글도 그렇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뒤돌아 살펴보니 젊은 시절에 쓴 것은 말 그대로 내키는 대로 써 내려간 글이 많았지요. 생뚱맞은 문장이 적지 않았는데, 그때는 그게 부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불혹을 넘기면서 달라지더군요. 객기 부리지 말자, 넘치지 않게 쓰자, 많이 쓰기보다 제대로 쓰자 다짐했습니다. 말과는 달리 글은 벌거숭이로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짙었으니까요. 피고 지는 순환의 흐름을 통해 스스로 옥토를 넓히는 자연은 삶을 경건하게 합니다. 그 경외감이 가슴속 깊이 뿌리를 내려 정신적 지주가 되고 스승이 되지요. 이를 명심하면 작위적으로 글을 쓰는 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생각이라는 무형을 유추해 글이라는 실체로 옮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비우고 내려놓는 걸 우선으로 하는 삶도 지난한 일이거니와 이를 글로 옮긴다는 건 정말 겁나는 일이지요. 그나마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글에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는 듯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글에는 글쓴이의 의지나 철학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구호나 이론에 그치기 쉽지요. 뿌리가 밖으로 훤히 드러나면 모양도 흉하거니와 나무 자체가 죽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뿌리만으로는 나무가 될 수 없지요. 어떻게 하면 뿌리를 튼실하게 하되 그 뿌리가 드러나지 않게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릴케가 ‘표면장력이 될 때까지 기다려 시를 쓴다.’고 했듯 어떻게 하면 비운 마음이 절로 무르익어 가지와 잎들이 무성하게 할 수 있을까? 글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제가 안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 쓰는 법이 마음속에 각인돼 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도 생각하지요. 문학을 전공하면 기초가 단단해질 수는 있지만, 자칫 틀에 얽매여 문장이 제대로 숨 쉬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서툴면 서투른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쓸 생각입니다. 물론, 어깨너머 살얼음이 깔리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요. 하지만 물 흐르듯 여여하게 옮겨 보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깨어있는 마음으로 저만의 색깔을 채색하고자 합니다. 2021년 가을 글쓴이 홍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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