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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백현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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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상상력의 기원, 마술>

백현충

1991년 6월 부산일보사에 입사해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라이프레저부 등을 거쳐 지금은 편집3팀장으로 있다.
세계인 인터뷰 연중 시리즈 ‘지구촌 E-메일 인터뷰’로 2008년 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고, 2010년 4월에는 부산 문화의 데이터베이스를 탐구한 『신문화지리지』(공저)를 펴냈다. 또 2015년 5월에는 전국 40여개 폐교문화공간을 탐사한 『폐교, 문화로 열리다』를 출간했다.
삶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예술경영을 공부했고, 2015년 2월 박사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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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상상력의 기원, 마술> - 2023년 6월  더보기

마술은 무엇일까? 마술사는 예술가일까, 과학자일까, 아니면 사기꾼일까. 창의적이라는 측면에서 마술사는 예술가에 가깝다. 각종 도구와 과학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으로 보면 과학자 같기도 하다. 빠른 손놀림과 눈속임에선 사기꾼이란 비난도 받았다. 마술사는 가장 오래된 직업인 중 하나다. 마술사에 대한 시선이 이렇게 다양한 이유도 그만큼 오래된 역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예술가, 과학자, 사기꾼은 물론이고 사제나 악마의 대리인으로 불린 적도 있다. 최초의 마술 기록이 공인된 것은 아직 없다. 하지만 이집트에선 기원전 5000년, 혹은 기원전 2500년 된 마술 기록이 발견됐다고 한다. 마술은 아니지만 ‘마술적 사고’로 추정되는 그림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3만 5000년 전의 동굴 벽화에 남아 있다. 사냥감을 제압해서 더 많은 사냥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술이라고 선사학자들은 분석했다. 이 같은 ‘사냥 주술’까지 마술, 혹은 ‘마술적 사고’ 범주에 넣는다면 마술 역사는 인류 탄생과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마술은 손기술을 이용한 눈속임 묘기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상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상상은 동물이 아닌 인간만이 가진 ‘능력’ 중 하나다. 그 상상이란 단어는 ‘想(상)’과 ‘像(상)’을 결합한 한자어다. ‘생각 상(想)’은 눈(目)으로 나무(木)를 뚫어지게 바라본 뒤 마음속(心)에 담아둔다는 뜻이고, ‘형상 상(像)’은 사람(人)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코끼리(象)를 떠올리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본 것은 더 열중해서 바라보고, 보지 못한 것은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심적 행위가 바로 상상일 테다. ‘상상력’은 그래서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있는 것은 없는 것처럼 만드는 힘이고,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나 아이디어, 감각이 전부 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하는 능력이 없다면 주술이나 마술이 성립될 수 없다. 상상력은 마술의 원천이고, 거꾸로 마술도 상상력의 기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마술 역사를 다뤘다. 우리나라 마술 역사를 주로 탐색했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마술이 어떻게 변형되고 발전해 왔는지가 궁금했다. 부산매직페스티벌을 계기로 우리 마술이 세계 중심부로 진입했지만, 정작 그 뿌리가 희미하다는 지적에 대한 성찰이 집필의 직접 동기가 됐다. 그래야 우리 마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목표를 지녀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능의 시대에, 마술 예능의 역사를 다룬 책이 한 권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강열우(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의 제안도 한몫했다. 이왕이면 전작 <축제가 된 마술>의 저자가 맡아야 한다고 했다. 설득 같은 강제였다. 하지만 또 한 차례 ‘미친’ 진짜 이유는 빔프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책은 모두 7개 장(章)으로 구성했다.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게 옳지만, ‘근대 마술사’ 편을 일부러 맨 앞에 배치했다. 시대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대나 중세가 아니고 지금과 가장 가까운 ‘근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우리의 많은 것이 그렇듯이 마술도 근대를 부정하고는 역사 탐색이 이뤄질 수 없다. 마술이란 용어부터 근대어다. ‘환술’, ‘얼른’이란 고유어가 있었고 한때 ‘기술’이란 외래어도 함께 경쟁했지만 근대어 ‘마술’만 지금껏 살아남아 유통되고 있다. 으레 대한민국 최초 마술사라고 하면 컬러TV와 함께 대중 곁으로 다가온 이흥선을 들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서 신문에 이름을 올린 마술사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책에 담았다. 그중에는 러시아 유학파 출신의 마술사(김문필, 김완실), 일본을 거쳐서 도미해 마술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꾼 마술사(김영주)도 있다. 그러나 1920년대 나라 잃은 조선인에게 꿈과 희망, 자존감을 자극하던 ‘조선 마술사’들이 어느 시기부터 일제히 언론 보도에서 사라진 것은 불가사의다. 이에 대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유희로서 고대 한국 마술의 뿌리는 ‘신라 입호무’에서 찾을 수 있다. 두 개의 항아리를 마술사가 오가는 마술이 그림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처럼 구체적인 그림으로 기록된 고대 마술은 드물다. 대부분은 기록보다 풍문으로 전승된다. 풍문은 세월과 함께 쌓여서 전설과 설화로 남았다. 수로와 탈해의 둔갑술 대결, 밀본법사와 인혜사의 어벤저스급 마술 시합도 화석처럼 굳어진 풍문이고 설화다. 그 화석에서 고대 마술의 흔적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어룡만연지희’는 시쳇말로 월드 클래스 블록버스터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북아 전체 공연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신화와 전설을 가미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환상적인 장면이 많고, 이를 위해 환술이 동원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부분이다. 어룡만연지희는 동북아 곳곳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변하고 발전했는데, 한반도에서는 귀신을 쫓는 ‘구나행’을 거쳐서 조선의 핼러윈 ‘나례’로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에서 환술보다 춤과 노래, 이른바 예악의 범주로 예능 종목이 축소됐지만 환술적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룡만연지희에 주목하고 탐색한 이유다. ‘조선 환술사들’ 편에선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전우치, 홍길동은 실존 인물일 수도,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왜 도술에 능한 사람으로 설정됐을까, 하는 ‘시대’에 대한 궁금증이다. 당대 지배계급이 환술을 아무리 억압했더라도 고단한 현실을 이겨내고 싶은 수단, 즉 환술에 대한 욕구는 컸을 것 같다. 그 수단, 아니 그 ‘위험한’ 생각과 사상은 그래서 늘 경계하고 지탄받았는지 모른다. 환술이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보통 이치로는 이해하기가 힘든’, 바로 ‘능견난사(能見難思)’로 불렸던 이유다. 그 까닭을 톺아보고 싶었다. 유학 사회를 표방한 조선에서 당대 최고 유학자로 손꼽힌 화담 서경덕, 북창 정렴, 윤세평 같은 인물이 도술에 심취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 그런 ‘상상’을 욕구했을 듯하다. 하지만 개혁과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무위자연과 신선 사상에 갇힌 것은 안타깝다. ‘한국 마술, 근대의 시작’ 편은 근대에 가장 혁신적인 매체인 신문을 통해서 서양 마술이 어떻게 유입되고 대중화됐는지를 탐구했다. 일본 여성 마술사 ‘천승’, 그로부터 자극받아 마술사가 된 기생들, 우리나라 최초 무용수 배구자의 마술쇼, 이들과 다른 환경에서 마술 붐을 일으킨 조선인 마술사 이야기를 당시 기사에서 찾았다. 전통 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환술’의 종적을 찾는 것도 의미가 컸다. 실제로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런데 근대에 유입된 서양 마술과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고 떠돌이 예인집단 속에 ‘얼른’이란 종목으로 아릿한 기억만을 남긴 채 사라진 것은 애처롭다. 전승되지 못하고 단절된 까닭은 무엇일까. 조선 환술의 근대화에서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재인청, 광대, 남사당패, 편놈과 경강상인은 학술적 근거가 부족했으나 역사적 상상력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목록에 넣었다. 근대는 혼란의 시대였다. 일제강점기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 전통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조선 500년을 관통한 예악이 그랬으니, 사회악처럼 늘 배척된 환술은 오죽했을까. 복원 욕구가 유난히 강했던 것도 그래서일까. 이 책은 땅속 깊이 파묻힌 사금파리 하나를 발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곧 다른 사금파리 하나를 더 찾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떤 그릇인지 윤곽이 짐작될 것 같다. 마지막은 ‘빔프’(BIMF·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를 담았다. 2006년 “한 번 해볼까”란 결의와 ‘발칙한’ 상상으로 시작된 빔프 17년의 역사를 요약했다. 우리 마술은 왜 강한지, 빔프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앞으로 문화로써 마술을 어떻게 진화시켜 나갈지를 논의했다. 빔프는 그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전작 <축제가 된 마술>에서 충분히 다뤘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연도별 행사에 대한 요약과 집행위원장 인터뷰, 부록으로 갈무리했다. 휴일이면 도서관을 전전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웹서핑은 기본이고, 작은 단서라도 찾으면 이를 토대로 각종 논문과 단행본을 뒤졌다. 상당수 자료가 한자, 일본어, 옛말로 기록돼 해독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말로 이미 번역된 자료가 적지 않았고, 일제강점기 신문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거쳐서 한곳에 모아져 있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한국연구재단의 <한국 학술지 인용색인>은 짧은 시간에 많은 자료를 탐색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 전경욱, 김은영, 신근영의 출판물은 고대와 중세 환술의 얼개를 잡도록 해주었고, 로버트 네프의 영문 칼럼은 근대 마술사의 흔적을 찾는 안갯속에서 끝없이 헤맬 때 나침반처럼 길을 열어 주었다. 사진실과 윤아영, 손태도, 이두현, 송석하, 홍선영, 안상복, 김광영, 심우성 등의 논문과 저작물은 나례와 어룡만연지희, 산대, 민속 개념을 가늠하는 지침서였다. 이종필, 정은정, 김철웅, 김영국, 김광언, 조풍연, 김은신, 송방송, 김재철, 안승준, 이상준, 유승훈, 송진호, 윤주필, 이종필, 강문종, 이종호, 홍나래, 정재서, 박성수, 이윤석, 유민영, 문순희, 임종국, 이준식, 유대용, 정상박, 정의연, 남성진, 강용권, 최상수, 문진수, 남정숙, 이병옥, 이경엽, 김준권, 김헌선, 장휘주, 이원철, 권도희, 강명관, 이태화, 한민주, 그리고 크리스토퍼 델 등의 각종 책과 문헌자료도 인용하고 참조했다. 이 지면을 빌어서 감사 뜻을 전한다. 세상의 모든 마술사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출간 기회를 준 강열우(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집행위원장) 님, 자료를 챙겨준 빔프 사무국 직원들(박재성 김혜림 박주원), 예쁜 책을 만들어 준 세종출판사 임직원(이동균 김미화 천재숙)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집필 내용이 주어진 업무 밖의 것이라서 회사(부산일보사)에 송구스러운 마음이 남는다. 가족에게 감사한다. 조언과 격려로 집필을 도와준 아내(심정숙)와 두 아들(규민, 규성), 그리고 어머니(공봉학 여사님)께 무한한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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