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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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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세 개의 전쟁>

김정섭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천착해왔다. 외교·안보 현장의 경험과 학문적 성찰을 결합하며, 국제정치를 이론적·역사적 맥락으로 짚어내고 있다. 국방부, 청와대 NSC 등에서 근무하며 국방·안보 정책을 담당한 바 있고, 현재는 세종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국제정치의 이론과 역사를 다룬 《외교 상상력: 지나간 백년 다가올 미래》와 의도하지 않은 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조명한 《낙엽이 지기 전에: 1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가 있다. 이 외에 영문 단행본 《International Politics and Security in Korea》가 있고, 공저로는 《미래를 생각한다 2013+5》, 《미·중 경쟁과 한국의 외교 유연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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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낙엽이 지기 전에> - 2017년 6월  더보기

왜 1차 대전인가? 책을 쓰면서 여러 번 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100년도 더 지난 전쟁, 그것도 유럽의 한 복판에서 터졌던 사건이 아닌가? 이미 서구 학자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전쟁이다. 내가 힘들여 다시 쓰고 독자들이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답하자면 1차 대전에는 오늘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이 꼭 참고해야 할 교훈이 풍부하게 담겨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이렇게 일어날 수도 있구나, 한반도에도 전쟁이 난다면 이런 모습과 유사하지 않을까? 1차 대전 전야의 정황을 살펴볼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차 대전은 온갖 아이러니가 가득 찬 수수께끼 같은 전쟁이었다. 어느 나라가 일으켰는지,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부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2차 대전이라고 하면 히틀러를 떠올릴 수 있지만 1차 대전은 주모자를 지목하기가 쉽지 않다. 침략자 없는 전쟁에 가까웠다. 영토 정복과 경제적 이권 같은 탐욕의 충돌도 아니었다. 일부에선 식민지 경쟁을 둘러싼 제국주의 전쟁으로 보기도 하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땅 때문에 일어난 전쟁은 분명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가 방어전쟁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며 뛰어든 전쟁이었다. 상대방의 호전성을 억눌러야 한다고 믿었을 뿐이며,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독일의 베트맨-홀베크Bethmann-Hollweg 재상은 소위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 정책에 의해서 ‘조절된 강압’ 전략을 구사했지만, 위기가 어느 임계점을 넘자 위험은 계산되지 않았고 상황은 조절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1차 대전은 누군가 의도하고 준비한 전쟁이 아니라 위기관리에 실패해서 터져 버린 전쟁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탐욕이 아니라 상호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 전쟁이었다. 침략자가 없이도, 모든 나라가 방어적 동기에 의해 움직였는데도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1차 대전은 또한 당시 유럽인들이 빠져 있던 집단적 오류와 잘못된 믿음의 산물이기도 했다. 1900년대 유럽인들은 한편으론 평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안일함에 젖어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있었다. 8월에 전쟁을 시작하면서 “낙엽이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한 독일 빌헬름 황제의 호언장담은 바로 이런 단기전 신화의 일면이었다.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된 대재앙이었다. 또 다른 천만 명을 불구로 만든 비극이었다. 이 정도의 대사건이라면 무언가 심오한 원인이 있을 법도 했건만 사실은 “잘못된 믿음 때문에 일어난 불필요한 전쟁”에 불과했다. 방어가 유리했는데도 선제공격의 유혹과 공포에 굴복했고, 충돌이 불가피하지 않았는데도 전쟁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것이다. 힘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자 했을 뿐이지만 바로 이런 억제노력 때문에 억제가 깨진 전쟁이었다. 일방적인 억제노력이 가져올 수 있는 위기증폭의 연쇄효과에 무지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거기에 군사와 외교의 단절 때문에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작동하지 않았던 한계도 있었다. 큰 소리 치던 장군들, 우유부단했던 재상과 외상들, 그리고 허풍과 소심함으로 갈팡질팡했던 군주들 모두가 책임이 있었다. 본서의 관심은 1차 대전 발발의 원인과 경과를 살피는 데 있다. 따라서 전쟁 발발 전야까지의 기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사라예보 암살사건이 터진 1914년 6월 28일부터 영국이 독일에 전쟁을 선포한 8월 4일까지, 약 한 달이 넘는 기간을 되짚어보고 있다. 위기가 발생하고 증폭되어 마침내 폭발해 버리는 결정적 기간이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전쟁 자체를 다룬 전쟁사는 아니다. 다만, 책의 말미에 주요 전투 장면을 짧게 묘사했는데, 이는 전쟁 전야의 환호와 호언장담과 달리 전쟁이란 것이 얼마나 참혹하고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1914년 7월 위기에 집중했지만 1890년 이후에 전개된 비스마르크 외교의 몰락, 각국의 전쟁 준비 등 1차 대전의 배경도 소개하고 있다. 원고를 마감할 무렵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안보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단호함과 신중함이 모두 요구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의 정책 결정자들은 100년 전 유럽인들보다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우리 국민들은 평화에 대한 안일함이나 전쟁의 열기에 취해있던 유럽의 민중들과 달리 성숙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을까? 역사의 과오를 되돌아볼 수 있는 지금 우리는 그만큼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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