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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노자가 지적하는 인간 최고의 문제점은 ‘자의식’이다. 자의식이 강할수록 세계와의 새로운 연결이 더욱 힘들어진다. 우리는 자의적 경계 안에 자신을 가두고서 그것을 정체성으로 끌어안고 산다. 일찍이 공자가 설파한, 스스로 선을 긋는 행위다. 니체에게 ‘나’는 존재론적 지위가 아니라, 그저 ‘주어’의 문법적 지위에 불과하다. 한문학 전공자가 수년 동안 니체에게 빠져 있는 이유는, 차라리 서구의 ‘현대’가 동양의 ‘고전’과 맥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건은 다양한 방식의 가능성을 품은 채로 다가오며, 사건이 관계하고 있는 다른 사건들과의 배열과 배치가 어떠하냐에 따라 그 전개 양상은 달라진다. 즉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은 모든 방식으로 삶에 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체성이라는 명분으로 삶이 가져다주는 잠재성을 놓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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