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면서 평소에 써놓으셨던 가사체 글 몇 편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복사해서 책으로 역어 보관해 두었었다. 그러나 나는 그 글을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와 내가 함께 살아왔던 60여년의 세월이 응축되어 있는 <회상곡回想曲>은 몇 번이나 읽으려다가 책자를 덮어버리고 말았었다. 길지 않은 어머니의 글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그리고 육이오 전쟁과 그 이후 비참했던 어머니와 나의, 아니 우리 모두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