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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역사

이름:계승범

출생:1960년

기타: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최근작
2024년 1월 <벌거벗은 한국사 5>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4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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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대운하 시대 1415~1784 - 중국은 왜 해양 진출을‘주저’했는가? 
  • 조영헌 (지은이) | 민음사 | 2021년 8월
  • 28,000원 → 25,200 (10%할인), 마일리지 1,400원 (5% 적립)
  • (3) | 세일즈포인트 : 956
동아시아 문명권, 곧 차이나 내부의 연결망을 생생히 보여 준다. …… 지구를 한 바퀴 돌아 거미줄 같은 운하망을 타고 차이나를 한껏 누비는 기분이다. 다 읽고도 학문적 감흥이 쉬이 가시지 않는 책이다.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조선은 초상화의 나라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숱한 초상화를 생산했다. 전투 장면이나 풍속을 담은 그림이 이웃 나라에 비해 부족한 데 비해 초상화만큼은 절대 밀리지 않았다. 이는 수기(修己) 곧 사람됨을 강조하면서 조상들의 계통을 매우 중시한 조선사회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우리는 먼저 그 사람의 얼굴 사진을 본다. 초상화도 다른 바 없다. 따라서 옛사람의 초상화를 접하는 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역사의 현장에 발을 디디는 것과 같다.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라는 제목에 잘 드러나듯이, 이 책은 과거 인물의 얼굴 모습을 통해 우리 역사를 되짚어본다. 역사 공부의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기에, 딱딱하거나 지루하기는커녕 책을 읽는 내내 재미가 넘친다. 초상화를 다룬다고 해서 관상 같은 ‘이상한’ 장르로 빠지지 않고, 현존하는 각종 초상화의 진위를 실증적으로 면밀하게 고증하여 설명한다. 우리 눈에 익은 이황이나 이율곡, 그리고 이순신의 초상화가 실제의 모습이 아니라 근대에 들어와 상상력으로 그려낸 표준영정이라는 ‘떨떠름한 진실’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사실적이고 객관적이다. 이뿐 아니라, 고구려 벽화나 일본 소장 초상화 등도 소중한 자료로 다룸으로써, 조선 시대를 넘어 한국사 거의 전 시기를 다룰 뿐 아니라, 자료 수집도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최대한 섭렵하였다. 저자가 전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그런데도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역사 연구의 정석을 제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수준 있는 역사 교양서이다. 재미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3.
  •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요즘 극성을 부리는 유사역사학은 자기들 맹신을 진짜 역사라고 강변하며 우리 사회를 혼탁케 한다.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행위와 진배없다. 워낙 말이 안 되는 억지다 보니, 예전에 학계에서는 그냥 무시하곤 했다. 그래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아, 최근에는 소장 역사학자들이 나서서 유사역사학의 가면을 벗기고 그 추한 실상을 알기 쉽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성과로,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바르게 인도하는 등대이자, 빛무리다.
4.
  • 소비의 역사 -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choice
  • 설혜심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7년 8월
  • 25,000원 → 22,500 (10%할인), 마일리지 1,250원 (5% 적립)
  • (58) | 세일즈포인트 : 2,232
전통적으로 역사학자들은 문명의 발전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경제적 생산력에 주목해왔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두 시대로 나눌 때 바로 산업혁명을 시대구분의 주요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 좋은 예이다. 역사학자들이 사회경제를 논하면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균등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실제 관심은 그동안 거의 전적으로 생산체제에 놓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주관적 주체로서의 사람을 중시하는 21세기 역사학에서는 개개인이 일상에서 부단하게 구매하여 써버리는 ‘소비’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소비의 역사??는 수 천 년 동안 인간의 삶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왔음에도 정작 역사가들에게 외면당한 소비라는 새로운 프리즘으로 근현대 사회경제를 조망하는 책이다. 소비라는 인간의 본능적 동기를 통해 인간사회의 역사를 다양하고도 심도 있게 살핌으로써, 소비를 매개로 삼아 말 그대로 생활의 모습을 반추하고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기본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상품도 함께 살피는데, 약장수와 방문판매에서 백화점과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판매방식과 판매 공간, 곧 구매방식과 소비 공간을 역사적 시각에서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뿐 아니라,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신상품의 유행, 특정 제품이나 점주에 대한 불매운동 같은 소비 관련 행위의 이면에 깔린 저항과 연대의 오랜 역사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렇듯, 이 책은 소비라는 프리즘을 통해 근현대 세계 사회경제사를 흥미진진하게 파헤침으로써, 개인의 소비라는 일상사적 미시사를 통해 거시적 설명 틀을 제공한다. 현대 ‘글로벌’사회를 살면서도 주로 ‘국사’에만 관심을 갖는 한국인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5.
  •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독립운동 잘못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을 희생하며 고군분투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면 해방된 조국에서 마땅히 보훈을 받아야 하건만, 대한민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몇몇 이름 있는 인물은 국가 차원의 대우를 받았지만, 다수는 잊혀졌다. 이런 기현상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주체세력에 친일파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세의 개입과 이념의 분열이 합작한 남북분단이라는 국내외 정세도 한 몫 하였다. 또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1950~60년대 상황은 독립운동을 차분히 돌아보고 되새김할 겨를조차 앗아갔다. 이런 요인들이 어우러져, 우리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가를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였다. 독립유공자의 자식이 오히려 학교에서 조롱당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였다. 그래도 1990년대부터 독립운동에 대한 국가의 보훈이 본 궤도에 올랐고,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도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특히 1992년부터 국가보훈처에서는 매달 “이 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하여 홍보하였는데, 이제 어느덧 4반세기를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소개하였는데, 대개 일반인이라면 들어본 적도 별로 없을 법한 ‘숨은’ 독립운동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잊혀진 영웅들, 독립운동가>는 이들 가운데 67명을 골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역사 전공자라 해도 생소한 이름일 이원대나 한징 등,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꽃처럼 떨어져 간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간결하게 편집하여 엮었다. 67명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펼쳐지지만, 김구 선생처럼 유명하지는 않으나 독립운동의 최전선에서 음으로 양으로 분투하던 사람들을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접할 수 있다. 광복 72주년을 맞는 이번 여름에 손에 들고 단숨에 읽기 좋은 책이다.
6.
요즘 한국사 열풍이 뜨겁다. 두어 해 전에 국가권력이 한국사를 수능의 필수 교과로 지정한 점이나 ‘촛불혁명’의 연장선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최근에 폐기한 일 등은 2010년대 한국인의 역사(한국사) 관심이 일반상식 수준을 넘어 국가권력과도 닿아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사를 세계 역사의 큰 맥락에서 이해하도록 안내하기는커녕, 한국의 내부 시각(민족주의)으로만 보려는 태도는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21세기 들어 누구나 ‘글로벌’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그 글로벌 역사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실제로,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를 거의 가르치지 않고, 수험생이나 일반 대중 또한 세계사를 아예 기피한다. 한 가족사를 구성할 때도 가족 내부의 시각으로만 접근한다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심지어 왜곡에 가까운 무용담만 남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역사를 공부할 때 국내(민족)의 시각으로만 접근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몰(沒)역사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현재를 가능케 한 다양한 안팎의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천하는 책은 인류의 경제활동에 초점을 맞춰 세계화(국제화, 지구화)를 폭 넓게 다룬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역사현장을 묘사한 다양한 그림·사진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어렵기만 하던 글로벌 경제사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빈다고 세계화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양한 외국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가 있어야 세계화다운 대화가 비로소 가능하다. 다른 말로, 세계사 맥락의 역사 ‘콘텐츠’를 공유해야 다양한 외국인과 수준 높은 대화를 섞을 수 있으며, 21세기 현재 글로벌 경제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양질의 교양서이다.
7.
  • 공인의 품격 - 세상을 감동시킨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야기 
  • 김종성 (지은이) | 유아이북스 | 2017년 5월
  • 15,000원 → 13,500 (10%할인), 마일리지 750원 (5% 적립)
  • (5) | 세일즈포인트 : 5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10,500원 전자책 보기
한국사회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 정도의 큰 사건은 거의 다 엘리트 계층의 사회적 책임감 결여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공공정보를 개인의 사익을 위해 빼돌린다든지, 건설비 일부를 사적으로 전용하기 위해 부실공사를 눈감는다거나, 세월호 침몰과 같은 큰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윗선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문제도 결국은 청와대와 검찰 등 최고 권력기관에 종사하는 일종의 ‘엘리트’들이 공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비선실세를 끼고 저지른 심각한 불법적 일탈의 한 형태이다.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아직 멀리 있는데도 국왕으로서 전쟁을 지휘할 생각은 없이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 도주할 생각에만 골몰한 선조 임금의 소인배 행동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기억한다. 국민에게는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큰 소리 쳐놓고 정작 자신은 인민군이 아직 서울에 근접하지도 않았는데 대전까지 ‘너무도 빨리’ 도주한 이승만 대통령도 우리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적폐를 청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엘리트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솔선수범 없이는 어떤 개혁도 지난한 여정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엘리트의 도덕적 의무감과 책임감을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한다. 이 책은 그리스와 로마부터 시작하여 20세기의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 피어난 다양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를 소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개인도 있고 집단도 있는데, 모두 상위계층으로서 사회 전체를 위해 자발적 희생을 불사하여 솔선수범을 보인 경우이다. 한국사회의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 한 번쯤은 꼭 읽어볼 책이다.
8.
한국은 21세기에 들어서고도 상명하복 식의 중세적 위계질서가 여전한 사회였다. 이는 민주주의니 주권이니 시민이니 하는 주요 단어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한 한국인이 그동안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벌써 200여 년 전에 절대군주이던 국왕의 목을 치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은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보며, 우리는 그것을 부러워하거나,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이 동학농민봉기(1894)를 크게 띄우기도 했지만, 전봉준을 비롯한 지도자들 누구도 당시 국왕이던 고종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국왕의 명령에 순응하여 자진 해산하는 ‘낭만적’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식민지 시기의 폭압적 독재를 겪다보니, 해방 후 한국인은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헌법상으로만 민주주의 체제를 맞았다. 그러니 말은 민주공화국이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20세기 냉전시기 독재를 일삼은 대통령들을 국부로, 그 부인을 국모로 부르는 한국인이 너무 많았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라 여전히 백성일 뿐이었다. 한국의 정치사회가 여전히 중세에 머물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에 닿아 있었다. ??왕의 도주??는 프랑스혁명 과정에서 루이 16세가 어떤 행동을 하다가 어떻게 몰락하고 처형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혁명 후에도 루이 16세는 국왕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그런 절충(개혁)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끝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백성이길 거부하고 스스로 일어나 시민이 되어 앙상 레짐(구체제)을 무너뜨린 최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독할 가치가 차고 넘치는 책이다. 전문 학자가 쓴 수준 높은 교양서라, 읽는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9.
한국 고대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그 뜨거운 이유는 전혀 유쾌하지 않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몰아세우는 웃지 못할 일이 너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건전한 관심이 아니라, 폭력적 광신(狂信)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고대사 전문가들이 모였다. 역사에 관심은 있으나 전문적 내공이 약한 일반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꾸몄다. 구성도 단순 나열식이 아니라, 쟁점이 되거나 중요한 주제들을 선별하여 깔끔하게 설명하였다. 검증받지 못한 사이비 역사서가 서점에 넘치는 요즘, 이 책의 신뢰성과 수월성(秀越性)은 단연 두드러진다.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번 휴가철에 독파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10.
한국인에게 일본이 어떤 나라냐고 물으면,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답이 나온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이웃나라이지만, 역사적 경험을 통해 쌓인 감정으로 볼 때는 매우 먼 나라 곧 싫은 나라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역사적 감정의 골이 여전한 현실인데, 이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빚처럼 남아있는 아픈 역사를 제대로 청산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1965년과 2015년에 아버지와 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본과 날치기 수준으로 합의한 피해배상 문제는 역사의 실타래를 더 꼬이게 했을 뿐이다. 소녀상 문제가 여전이 떠들썩한 쟁점인 이유도 그런 엉터리 합의의 여파라 할 수 있다.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지금까지도 청산하지 못한 역사, 곧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규명과 보상을 위해 싸워온 피해자와 그 유족 및 한?일 양국의 양심적 시민들이 땀 흘려 밝힌 다양한 자료의 내용을 담은 역사책이다. 군함도(하시마)를 제목으로 뽑았다고 해서, 군함도 문제만 다룬 것은 아니다. 1부의 군함도 강제노역 문제에서 시작하여, 2부에서는 전쟁 기간에 일본 전역으로 징용되어 끌려간 조선인 노역자들의 실상을, 3부에서는 전쟁 기간에 일본군의 전선에 강제로 투입된 조선인 병사?군속?성노예(위안부)의 참상을, 4부에서는 일본정부와 전범(戰犯)기업에 맞선 피해자와 유족의 법정투쟁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말 그대로, 일제에 의한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종합하여 집대성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병의 본질을 외면한 채 겉으로만 치료하면, 병은 계속 재발하며 도져서 끝내 신체를 무너뜨린다. 해결해야 할 역사 문제를 대충 덮고 넘어가면,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며 끝내 나라를 망친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은 요즘,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11.
한국 고대사 연구 분야에는 비전문가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야기하는 문제는 다양하고도 심각하다. 전문가가 아니라 해서 역사 연구를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학문 분과로서 역사학의 기초조차 무시한, 다른 말로 학문하는 방법과 태도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은 비전문가들이 다들 자기주장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이다. 더 나아가 자기주장과 다른 내용을 가르치는 학계를 싸잡아 ‘식민사관’에 매몰되었다고 매도하기까지 한다. 종교적 수준의 ‘울트라’ 민족주의에 편승한 이런 목소리는 최근에 더욱 심해졌고, 여기에 일부 언론과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하나의 권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학문 연구는 간 데 없고,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서라도 자기주장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태도는 폭력일 뿐이다. "학교 강단에 몸담지 않고 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을 예전에는 모두 ‘재야 사학자’로 부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학자다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개 ‘사이비’로 부른다. 이는 그들의 연구 방법과 태도가 학문과는 완전히 다른, 일종의 종교적 맹신과도 같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형서점 한국사 코너에 가면 소설 수준의 허황된 책들이 역사학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학계에서는 이런 ‘사이비역사학’을 무시해 왔으나, 이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역사학 자체가 오염될지도 모르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책을 펴냈다. 전문가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는 서가에 즐비한 책들의 옥석을 구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한국 고대사를 전공하는 소장학자들이 함께 집필한 이 책은 그 내용이나 수준에서 매우 뛰어난 옥(玉)이다. 한국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책이다.
12.
  •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 식민지 경성을 뒤바꾼 디벨로퍼 정세권의 시대  choice
  • 김경민 (지은이) | 이마 | 2017년 2월
  • 15,000원 → 13,500 (10%할인), 마일리지 750원 (5% 적립)
  • (46) | 세일즈포인트 : 534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청일전쟁이 끝나던 1895년 남산에서 서울 장안을 찍은 흑백사진을 보면, 도시 전체가 남대문과 광화문(경복궁)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단층 초가지붕의 물결이다. 당시 고관대작의 집이 초가집이었을 리는 없지만, 그런 호화 기와집은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증거자료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이 처마를 맞댄 특정 거주 공간이 조선시대 내내 서울 장안에 과연 얼마나 존재하였는지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최근 서울의 전통한옥마을로 각광 받는 북촌이니 서촌이니 하는 공간은 과연 조선시대 때 어떤 형태로 존재했을까? 북촌과 서촌의 한옥은 과연 조선시대의 모습일까? 혹시라도 근대 식민지 조선에서 발생한 도시계획의 산물은 아닐까? 50세를 넘긴 한 인간이 기억하는 메모리의 80% 이상이 최근 5년 안에 겪은 경험이라는 연구도 있듯이, 한 2,000년 문명사회가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기억의 80% 이상도 솔직히 최근 100년 사이의 경험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기억을 마치 오랜 역사의 전통인 양 무조건 믿는다. 서울 장안에 고색창연한 한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단순히 조선시대의 전통으로 단정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진짜 전통은 식민지 근대를 거치면서 거의 다 멸절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가 흔히 전통으로 알고 있는 것들은 거의 다 ‘근대’의 붓질을 거친 혼종(hybrid)일 뿐이다. 이 책은 이런 ‘불편한 진실’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이 자랑하는 전통 풍경의 원형이 조선시대가 아니라, 1920년대 이후의 산물임을 전해주는 도시계획 전문가의 책이기에 신뢰도도 높다.
13.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서울은 500년간 조선왕조의 도읍이었다. 일제강점기에도 총독부가 자리하였고, 해방 직후에는 미군이 진주하여 군정사령부를 세웠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수도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의 건국 시점(1392년)부터 계산하면, 600년이 훌쩍 넘도록 한국의 수도로 그 뿌리를 확고하게 내린 셈이다. 그런데 서울의 600년 역사 가운데 약 80%를 차지하는 조선시대 유적은 많지 않다. 현존하는 몇몇 궁궐과 일부 성벽 외에 조선왕조 500년의 유적을 꼽으라는 질문에 답을 줄줄 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찌 궁궐과 성벽만 남았겠냐마는, 전통 유적이 이 정도로 적게 남은 제일 이유는 식민지의 이름으로 이 땅을 강타한 ‘근대화의 직격탄’을 서울이라는 공간이 가장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서울의 변화상을 살피는 작업은 역설적이게도 조선시대의 전통을 멀리서나마 엿볼 수 있는 조그만 창(窓)이기도 하다.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는 바로 그런 여정을 안내하는 교양서이다. 서울의 공식 지명이 조선시대에는 한양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경성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 책은 바로 그 일제 때 이 땅을 강타하고 서울의 지형도를 뒤엎어버린 근대의 유적을 따라간다. 당시의 근대 풍광 또한 이제는 또 다른 역사가 되어 서울 시내 여기저기에 표석(標石)으로 남아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들 표석을 따라 근대의 유적지를 답사한다. 관련 사진도 풍부하게 담았기에,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서울의 근대사를 접할 수 있다.
14.
  • 조선의 아버지들 -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  choice
  • 백승종 (지은이) | 사우 | 2016년 11월
  • 14,000원 → 12,600 (10%할인), 마일리지 700원 (5% 적립)
  • (10) | 세일즈포인트 : 435
최근 아버지의 부재를 실감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아버지가 정말로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세상에서 요구하는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적다는 뜻이다. 3, 40년 전 가난하던 시절에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돈벌이야말로 가장인 아버지의 주요 덕목이었다. 엄한 가부장제를 강조한 유교사회의 유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시절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집 밖으로 돌 수 밖에 없었다. 돈 버는 사람(breadwinner)으로서의 위치가 확고했으므로, 돈만 잘 벌어오면 모든 게 용서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인류문명이 끝없이 진화하듯이, 가족이나 가정의 의미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부부 맞벌이는 이제 일상이 되었고, 이에 반비례하여 독재자 아버지의 모습도 빛바랜 추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가정에서도 ‘하숙생’이나 ‘투명인간’으로 불리는 지경에 이른지 오래다. 황혼이혼의 급증 현상도 이런 시대상의 한 파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과거의 아버지들을 제대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아버지들은 과연 돈 버는 기계였을까?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처신했을까? 역사학자인 저자는 조선시대의 아버지 12명을 불러내, 현대인의 시각에 맞게 재구성하여 감칠맛 넘치게 오밀조밀 소개한다. 읽기에 재미있고 내용도 유익하다.
15.
  •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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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착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개인적으로 알던 사람이 평소의 성품과는 너무 다른 뜻밖의 일을 저질렀을 때 불쑥 튀어나오는 말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관용적 표현도 우리 귀에 익지만, 그런 사람이 법을 어기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한다. 평소에는 그렇게 예의바르고 조용하던 청년이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다거나, 알고 보니 여성만 노린 연쇄살인자로 드러난 사례도 더러 있다. 그런가 하면, 혼자 있을 때 하는 행동과 어떤 단체의 일원으로서 하는 행동에도 차이가 많다. 어떤 집단이나 군중심리에 휘말리다보면 평소의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하기 힘들었을 과격한 언행도 여반장으로 자행하고 심지어 손에 피 묻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덕적 인간들이 만드는 사회가 곧 도덕적 사회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도덕적 아비규환의 사회를 건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 책은 바로 왜 착한 사람들이 악한 정치를 할까라는 역설적인 질문에 대하여 조선시대의 역사 경험을 통해 설득력 있는 답을 제공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유교 덕목을 몸소 실천하는 데 힘쓴 유학자 개개인은 선비처럼 우아하게 보이지만, 그들이 정치무대에서 벌인 당파싸움은 참혹한 살육을 지속적으로 동반한 ‘나쁜 정치’의 좋은 사례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소통보다는 자기만이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독선적 근본주의 경향이 몸에 익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에도 상식적인 대화보다는 진영논리와 흑백논리가 편만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진지하게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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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는 인류문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하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살아갈 인간은 아무도 없으므로, 음식을 매개로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하나하나가 곧 문화이다. 그런데 음식은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할 뿐 아니라, 같은 종류의 음식이더라도 조리법이나 보관법에 따라 끝없는 파생이 가능하다. 누가 먹을 음식인가에 따라서도 음식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구중궁궐의 임금님께 바치는 음식과 감옥의 죄수에게 던져주는 음식이 같을 수는 없다. 특수한 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음식도 부지기수이다. 전쟁터라는 극한 상황에서 병사들을 먹이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 낸 다양한 음식은 그 좋은 예이다. ??전쟁터에서 건진 별미들??은 바로 이런 음식들 중에서 전쟁과 관련하여 새롭게 등장한 갖가지 음식을 실증적이고도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것도 전쟁과 관련이 있는 음식이었단 말인가”라고 놀랄 만한 것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건빵이나 부대찌개가 그나마 어렵지 않게 전쟁과의 관련성을 예측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카레라이스나 팝콘 내지는 과메기 같은 음식은 전쟁과의 연관성을 어림하기조차 힘들다. 이렇듯, 전쟁을 위해 발명하거나 변형시킨 음식이었다가 전쟁 후에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널리 퍼진 음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책은 그 가운데 52개를 골라 해당 전쟁의 역사를 배경으로 삼아 생생하게 설명한다. 동서양의 음식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한국 음식을 더 많이 소개하므로, 읽자마자 우리네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다. 우리네 한국인이 근.현대의 파고를 넘으며 경험한 살아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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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초상화의 나라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숱한 초상화를 생산했다. 전투 장면이나 풍속을 담은 그림이 이웃 나라에 비해 부족한 데 비해 초상화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는 수기(修己) 곧 인간됨을 강조하면서 조상들의 계통을 매우 중시한 조선사회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우리는 먼저 그 사람의 얼굴 사진을 본다. 초상화도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옛 사람의 초상화를 접하는 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역사의 현장에 발을 디디는 것과 같다.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라는 제목에 잘 드러나듯이, 이 책은 과거 인물의 얼굴 모습을 통해 우리 역사를 되짚어본다. 역사 공부의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기에, 딱딱하거나 지루하기는커녕 책을 읽는 내내 재미가 넘친다. 초상화를 다룬다고 해서 관상 같은 ‘이상한’ 장르로 빠지지 않고, 현존하는 각종 초상화의 진위를 실증적으로 면밀하게 고증하여 설명한다. 우리 눈에 익은 이황이나 이율곡, 그리고 이순신의 초상화가 실제의 모습이 아니라 근대에 들어와 상상력으로 그려낸 표준영정이라는 ‘떨떠름한 진실’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사실적이고 객관적이다. 이뿐 아니라, 고구려 벽화나 일본 소장 초상화 등도 소중한 자료로 다룸으로써, 조선시대를 넘어 한국사 거의 전 시기를 다룰 뿐 아니라, 자료 수집도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최대한 섭렵하였다. 저자가 전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역사 연구의 정석을 제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수준 있는 역사교양서이다. 재미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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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조선은 문치 국가였다. 고려 때와는 달리 무과시험을 정식으로 시행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문무양반의 균형을 잡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문(文)이 무(武)보다 훨씬 더 우위를 점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조선시대 무인들이 사용한 각종 무기와 장비 및 그 활용법에 대해서 우리 현대인은 잘 모른다. 기록들이 파편적으로 남아있어 구체적으로 종합하기 쉽지 않은 탓도 있지만, 문보다 무를 천시한 조선시대의 잔영이 현대 한국사회에까지 길게 드리운 탓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각종 사극 드라마와 영화에 보이는 무장한 무인의 모습과 전투 장면에는 엉성하다 못해 완전히 엉터리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은 바로 조선시대 무인들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고증하고, 사극에 나타난 각종 오류들을 매우 흥미롭게 지적한다. 일단의 군병을 거느린 장수가 단기(單騎)로 적진을 향해 돌진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자살행위를 넘어 ‘미친’ 짓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극에서 이런 장면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적진의 중앙을 깨뜨리기 위해 돌진해 들어간 기병대가 정작 적군과 격돌할 때는 모두 말에서 내려 단검으로 싸운다면, 이 또한 기절초풍할 일이다. 그런데 역시 이런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책은 무예를 역사적으로 고증할 뿐 아니라, 그것을 사극과 흥미롭게 엮음으로써, 전문적 학술과 사회적 필요와 대중적 흥미를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수작이다.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순식간에 완독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유익하다. 박사학위를 받고 마상무예를 몸소 익힌 저자이기에 책의 신뢰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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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명문장가들 - 품격 있는 문장의 정수, 조선 최고의 문장가 23인을 만나다 
  • 안대회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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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의 시공을 초월하여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통로는 ‘글’이다. 요즘엔 사진이나 소리로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그런 기술이 모두 근대의 산물이기에 전통시대 사람들과는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 우리가 조선시대 사람들과 소통하며 생각을 나누는 방법도 거의 다 글을 통한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조선의 문장가들이 남긴 글은 대개 고문과 소품문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전자가 주로 정치나 이념 등 공식적이고도 외형적인 내용의 글을 쓰는 데 활용되었다면, 후자는 인간의 내면을 자잘하게 담아내는 데 많이 쓰였다. 따라서 옛 문인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기에는 소품문 에세이가 제격이다. 이 책은 바로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린 문장가들의 소품문 가운데 우리 현대인이 시공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약 130편을 선별하여 번역하고 설명을 덧붙인 격조 높은 교양서이다. 저자만도 23명인데, 이 중에는 허균이나 정약용처럼 널리 알려진 이도 있으나, 김려나 장혼 같이 다소 생소한 이도 고르게 섞여 있다. 내용을 보아도 빈 쌀독이나 소꿉놀이에 대한 가벼운 단상에서부터 묵직한 독후감이나 시대상에 대한 예리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망라한다. 또한 각 소품의 원문을 책의 말미에 수록함으로써, 원문을 음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큰 편의를 제공한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조선시대 소품문을 연구하고 발굴하여 소개해왔는데, 이번 선집은 그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각적이고 상업적인 글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네 현대인이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잔잔한 시간여행을 떠나 옛 문인들과 마주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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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움직이는 수레. 자동차(自動車)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지금은 자동차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자동차가 우리네 삶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우리가 한반도에서 자동차를 접하기 시작한 때는 별로 오래지 않다. 자동차가 이 땅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이 대한제국 때였으니, 불과 100년 조금 전이다. 그렇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이었다. 교통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기차나 전차 외에도 버스와 트럭 같은 자동차를 이따금 타 볼 뿐이었다. 일반인이 말을 타듯이 개인용 승용차를 보유하기 시작한 시기는 마이카 붐이 일던 1980년대부터였으니, 한국사회의 자가용 문화가 가시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지금부터 고작 30여 년 전의 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디자인으로 본 우리 자동차 100년의 역사”라는 부제에도 잘 드러나듯이, 이 책은 한국 자동차의 역사 100년을 다양한 사진을 곁들여 쉽고도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의 변천뿐만 아니라, 그런 다양한 자동차들과 함께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현대 한국인의 이야기도 잘 녹여낸다. 그래서 이 책은 자동차 디자인을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라는 프리즘으로 근현대 한국사회를 차분하게 조망한 역사서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자동차를 처음 접한 개항 시기부터 무인 자율자동차 출시를 목전에 둔 21세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거리풍경을 주도한 자동차들을 요리조리 돌아본다. 더 나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과 시대 분위기가 자동차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고, 자동차 디자인 양식의 시대별 변천과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끌어낸다.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 초기의 흑백사진과 빛바랜 광고 이미지를 싣는가 하면,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정에 활용된 스케치와 렌더링 등 다양한 자료들을 제공한다. 이런 체계적 정리를 통해,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작품이기 이전에 시대의 산물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 책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나 산업디자인에 마음을 둔 학생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보고자 하는 역사 애호가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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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신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주위에서 핀잔을 주고 무시하면 애초의 자기 생각을 포기해버리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조롱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자기 생각을 실현시킴으로써 인류문명의 진화과정에 족적을 남긴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없었다면, 인류는 여전히 원시사회의 단계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 드러나듯이, 어떤 기기를 지금은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그 기기를 발명해내기 전에는 그런 발명 아이디어만으로도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일종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흑역사를 딛고 문명을 발전시킨 다양한 에피소드를 꼼꼼하고도 조리 있게 묶은 교양서이다. 1916년에 라디오가 처음 나왔는데, 라디오가 아직 아이디어 단계일 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였다. “무선으로 음악이 나오고 사람 말소리가 나오는 상자라고? 그렇다면 상업적 가치가 전혀 없겠는데?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은 메시지를 들으려고 누가 돈을 지불하겠어?” 이런 식의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라디오가 실제로 탄생한 직후에도 사람들은 그다지 열광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도 그저 신기한 물건이라고 인정할 뿐, 사람들의 반응은 라디오 때와 비슷하게 냉담했다.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둘러앉아 그 합판상자를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지는 않을 걸? 물건 자체는 신기하지만, 시간과 땀의 낭비일 뿐이다.” 이런 식의 판단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라디오가 없고 텔레비전도 없는 삶을 과연 상상할 수 있을까? 이런 예는 부지기수이다. 기차, 자동차, 컴퓨터, 위성통신 등 현대문명을 가능케 한 굵직한 발명품에서부터 지퍼, 면도기, 볼펜, 틀니, 통조림깡통, 포스트잇 등과 같이 우리네 일상생활에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도구에 이르기까지 이들 모두의 탄생 과정에는 무시와 조롱이라는 역경이 있었다. 창조는 일상의 경험뿐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남들이 흔히 갖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진보적이다. 설사 최종결과물을 얻지 못한 채 도중에 폐기하더라도, 그런 실패조차도 미래를 향한 소중한 경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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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뿌리는 신화에 닿아있고, 신화의 뿌리는 문화에 박혀있다. 신화에서 파생된 현실의 모습이 곧 문화이고, 그런 문화가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것이 곧 신화이기에, 이런 역설이 가능하다. 그만큼 신화와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서로 화학적으로 엉겨 한 몸을 이루고 있기에 인수분해가 불가능하다. 한 사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을 때 그 사회의 신화를 공부하는 이유나, 어떤 신화를 학습함으로써 그 사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신화와 문화가 상호간에 갖는 이런 관계성 때문이다. <신화와 문화의 힘>은 바로 이런 신화와 문화를 프리즘 삼아 인류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개방적 태도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특정 국가의 시각을 지양하고 인류의 문명 전체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수많은 신화를 지역별로 시대별로 고르게 선택하여 같은 비중으로 소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신화는 물론이고, 수메르와 히브리신화에서부터 한국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10개 이상의 다양한 신화를 문화적 관점에서 깔끔하게 설명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다양한 신화가 누락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다양한 시원(始原)과 그 현재의 모습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와 다른 문화를 ‘열등’이나 ‘틀림’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려는 심리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보면, 그런 심리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할 때 인류는 광기어린 분쟁에 휘말리곤 했다. 21세기 현재도 별로 다르지 않다. 분쟁의 시원을 종교에 둔 끔직한 테러리즘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자기만이 항상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그르다는 아집의 폭력적 산물에 다름 아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각박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이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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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라는 단어를 듣는 일이 거의 일상처럼 되어버린 요즘이다. 지식이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동서고금 3,000년 인류 역사에서 백수가 없는 사회는 없을 텐데, 지금부터 약 300년 전 조선후기 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업경제사회였던 당시에 벼슬을 한다거나 육체노동을 통해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한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 대부분은 토지를 보유한 양반 지주들이었다. 지주로서 어떤 식으로든 농업경영을 주도했을 그들을 일방적으로 백수라 부르는 데는 문제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요즘의 많은 백수들도 대개 가족경제의 지원 속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점을 고려할 때, 토지에 기초한 가족경제를 통해 생활을 꾸려간 양반지주 유식자(遊食者)를 백수라 부르는 것도 일부 타당하다. 다만 사회경제적으로는 비록 백수처럼 보일지라도, 얼마나 차원 높은 지적 활동을 전개하여 실질적으로 사회적으로 공헌하는가에 따라, 정말 하찮은 백수인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거름을 제공하는 진정한 지식인인지 갈릴 것이다. 이 책은 조선후기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격조 높은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데 일조한 네 명의 지식인을 ‘백수’라는 코드로 묶어 종합적으로 재조명한다. 벼슬을 스스로 포기하여 혼탁한 정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삶에 찌들어 눈앞의 이해타산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생각의 자유를 만끽한 네 명의 속생각을 들여다본다. 또한 붕당들이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이전투구를 벌이던 당시 현실을 고려하여 각각 서인계열에서 두 명(김창협, 홍대용), 남인계열(이익, 이용휴)에서 두 명을 뽑아 지식의 균형도 맞추었다. 고전평론가인 이 책의 저자는 위 네 지식인의 사유체계에 대한 학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들을 일대일로 직접 만나 각자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하고, 그것을 시대상황과 연결하여 담담하고도 감칠맛 나게 풀어낸다. 경제적 활동이라는 형이하학적 기준에만 너무 얽매여 백수를 함부로 판단하고 무시하는 이 숨가쁜 현실에서 한 번쯤은 잠시 한 발 물러서서 삶을 돌아보되, 조선후기 지성사에 대한 지식까지 덤으로 갖출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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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젱이, 끙게, 번지, 주루막, 부뚜, 어리, 부리망. 이 단어들은 무슨 뜻일까? 아니, 어느 나라 말들일까? 21세기한국의 도시인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이들 용어의 뜻을 알고 있을까? 메, 개상, 길마, 맞두레, 자새, 통가리, 워낭. 이들 단어는 또 어떤가? 이쯤 되면, 그 의미는 잘 모르더라도 이들이 한국어 낱말임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혹시 농촌생활에 필요한 어떤 도구 이름 같다는 짐작도 가능하다. 이런 짐작도 어쩌면 ‘워낭소리’라는 영화 덕분인지 모르겠다. 앞에 열거한 단어들은 모두 농촌의 삶 내가 밴 추억의 낱말, 곧 갖가지 도구 이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시대 같은 먼 옛날의 도구만은 아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일상처럼 다루던 것들이다. 어쩌면 지금도 동네에 따라서는 집집마다 몇 개씩은 갖고 있는 ‘현재형’ 도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을 살피는 일은 단순히 농촌의 풍경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넘어,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대한민국이 밟아온 삶의 여정을 역사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흙과 함께 삶을 영위해 온 한국인의 경험을 농기구라는 미시사적 접근을 통해 모아 정리한 글이 바로 이 책이다. 기계화로 인해 지금은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서 우리와 일상을 함께 하던 것들에 대한 은은한 역사서이다. 사진도 많이 수록해 각종 도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뿐 아니라 읽는 이의 흥미도 돋운다. 30년 넘게 농부로 사는 동안 온몸에 각인된 삶의 흔적들을 저자가 직접 감칠맛 나게 글로 엮은 수작이다. 병원에서 태어나 아파트에 살면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21세기 한국인들이지만,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는 늘 ‘흙’에 대한 향수와 회귀본능이 꿈틀거린다. 시간이 없어 죽겠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며 회색빛 도시에서 쳇바퀴를 도는 우리네 현대인이 잠시 마음속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 읽고 책을 덮을 때는 마음에 전해오는 여운이 깊고도 길게 남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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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17-19세기)는 그저 낙후되었다가 끝내 무기력하게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을까? 아니면 상공업과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화폐경제를 일으키는 등 스스로 근대를 향해 나아가던 시기였을까? 이렇게 극명하게 상반되는 조선 후기의 이미지는 지금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전자가 조선시대의 고루함을 드러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부각하려는 이들의 생각이라면, 후자는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한국 문명의 내재적 발전을 강조하려는 자들의 입장이다. 조선왕조의 실상은 하나인데, 그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적대적인 두 개의 틀로 나뉜 꼴이다. 이 책은 특정 시각이나 이념을 앞세워 조선시대의 역사를 임의로 재단한 기존의 접근을 지양하고, 조선 후기 당시의 현실에서 조선 후기를 조망한다. 그 소재는 당시 사람들이 경험하고 사용한 서양의 몇몇 기물인데, 이는 조선의 사고체계와는 크게 다른 서양 문명이 만들어낸 기물을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인식했는지를 살피는 방식을 통해 조선 후기 지성사와 생활사의 추이를 거시적으로 살피고 해석하는 좋은 접근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문 자료의 치밀한 해석을 통해 조선 후기의 모습을 천착하여 꾸준히 소개해온 전문학자로, 특히 이 책은 미시적 접근을 통해 거시적 해석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저자가 소개한 다섯 가지 서양 기물은 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洋琴) 등인데, 모두 보고 듣는 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가 이런 점을 특별히 의식하고 선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보고 듣는 것은 어떤 사람이 외부의 상황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다면 조선 후기 지식인들은 이 보고 듣는 기물들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그런 기물들의 배후에 깔려있는 철학과 과학기술에까지 관심을 보였을까? 아니면 그 희한함과 편리함에만 매료되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 심도 있는 답을 제공함으로써, 근대라는 폭풍을 앞둔 조선 후기가 한국 문명의 전체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고 평가한다. 비슷한 경험이 반복해 이어지는 이 글로벌시대 한국인으로서 읽을 가치가 충분한 우량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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