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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형준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정읍

직업:시인

기타:서울예대 문예창작과, 명지대 문예창작과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최근작
2023년 10월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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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자본주의 왕국의 말랑말랑한 지붕 아래에서 가난한 이들의 냄새를 맡는 장면도 내게는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이 피 토하는 아름다운 소리, 아스팔트 위로 솟아오르는 풀의 힘찬 솟아오름 같은 노랫소리로 들린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오랜 패배와 침묵에서 냄새를 맡을 줄 아는 것은 김사이 시인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오랜 패배의 냄새를 퀴퀴한 지하방에, 오랜 침묵의 냄새를 엇박자 기침에 비유할 때, 그 비유는 화려한 시의 수사적 범주를 벗어나 삶과 시가 일치하는 순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가슴을 찌르는 통증으로 다가온다. 이런 시야말로 나는 가장 극한의 고통에 직면해 있는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가 가능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이 세계의 아픔을 함께하는 노래가 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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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김영언의 시집에서 제일 반갑고 좋았던 것은 누군가를 꾸밈없는 삶의 노래로 기린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작은 자연의 사물일 수도 있다. 시인은 스스로가 누군가가 사는 것에 팍팍해 할 때 자신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낙타가 되어 삶의 징검다리가 되고 힘겨운 발길들의 꽃받침이 되리라 다짐한다. 시집을 읽는 동안 가파른 존재들이 버텨온 삶의 나이테의 무게를 헤아리는 시인의 젖은 눈이 떠오른다. 특히 이 시집은 우리 주변의 사물과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있을 때 어마어마한 송가(頌歌)의 힘으로 다가온다. 시집은 들길과 상수리 한 알에 이르기까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숨어 있는 존재들을 낮게 노래하는 시편들로 시작하여 ‘세월호 기억 시편’으로 마무리된다. 그 끝에서 나는 시인이 왜 오로지 마음뿐이라고 선언하는지 그 거룩한 슬픔에 깊이 동감하게 된다. 고단한 사람들이 잠자는 추운 방을 덥히기 위해 아궁이 앞에서 한 겹 한 겹 해체되며 타는 장작들의 불빛을 바라보는 시인이 그려진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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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김젬마는 세상의 길이란 길은 다 걷다가 시냇가 버드나무 가지 안에서 잠시 쉬며 노래를 부르는 길의 시인이다. 이번 시집에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흔적이 남긴 바람의 기도와 편지로 가득하다. 물과 바람에 써서 띄워 보낸 그 편지들엔 수만 리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간 여인의 지상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 시집에 무수히 겹쳐 있는 초원의 길과 비단길과 삶의 고단한 달동네의 비탈길에서 시인이 바라보는 것은 작은 존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낸 희망가이다. 시인은 길에서 만난 초록 그늘에 모여 이사 가는 개미들의 발자국에서 지구를 떠받치는 개미의 힘을 발견하고 그것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하여 세상의 무수한 길을 걸으며 사진가의 눈으로 모든 것이 조락해 가는 11월에서 역설적으로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달랑 남은 나뭇잎」)을 발견해 낸다. 특히 이번 시집의 중반부 이후에 배치된 제주 시편들에서 시인은 탁월한 음성적 가락으로 길에 스민 삶의 애환과 정겨움을 발랄한 리듬에 실어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는 여기서 탁월한 음유시인이란 길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람 많은 제주의 올레길과 그 속에 담긴 삶의 내력을 청각적 결합으로 표현한 “와랑와랑”(「와랑와랑」)도 그 한 예라 여겨진다.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을 듯 걷는 길의 시인이 노래하는 가슴과 인생과 슬픔과 사랑이 “오늘의 선물”(「길 9」)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집이다. ―박형준(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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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산속에 빛나는 것이 있어 가만히 올려다보니 호수가 있었다. 나는 느릿느릿, 그러나 속으로는 얼른 보고 싶어서 산중으로 들어갔다. 근데 거기 그가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그는 산중의 돌을 받아먹고 괴로워하는 물에 자신의 상처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추억을 비춰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점점 더 운명의 바닥, 그 깊은 곳으로 눈길을 던지고 있는 그를 지켜보며 아주 가끔씩은 추억을 나누는 대신 술을 마셨다. 그는 언제나 나보다 많이 마셨고, 나보다 ‘멀리’ 버텨냈다. 그의 시가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너무 오래 물을 바라보아 눈이 멀어버린 것 같은, 그의 시의 행간에서 하얗게 빛나는 침묵 때문이다. 그 침묵을 이겨내면 그와 오래 술을 마실 수 있고, 버드나무처럼 가늘게 흔들리며 울고 있는 그의 ‘사랑’과 만날 수 있으리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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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김유자의 시집은 사라진 존재와 부재의 슬픔을 햇빛 같은 투명한 언어로 환히 밝힌다. 시인은 상처의 흔적을 살아 있는 투명한 이미지로 환히 밝히고 있기에, 그 내면의 방은 어둔 방이 아니라 밝은 방으로 거듭난다. 나는 영화 대사가 인용되어 있는 ?숨바꼭질?이라는 시에 눈길이 머물렀다. 어느 겨울날 집 앞 커다란 호수에 오리 떼가 몰려왔다. 그런데 그 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호수가 얼어 버렸다. 그러자 오리 떼는 언 호수를 매달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시인은 자신이 사는 집 앞 천변에 나가 날아가는 오리들의 수를 세며, 이 영화처럼 우리들의 기억 속에도 분명 있었을 이 호수를 오리 떼가 어디에 숨겼을지 질문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일, 만약에, 혹시라는 말의 가정 하에 그때 생겼던 일이 다른 형태로 달라졌더라면 어땠을까 반추하곤 한다. 시인에겐 그런 사라지지 않는 윤곽이 있고, 그리고 그것을 ‘백야’나 ‘어스름’이라 부르며(백야라는 부사) 다른 모습으로 변형시키고자 한다. [역광]이란 시에는 “새로 돋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눈”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그것은 마치 “천 일의 밤을 땋아 내린 이야기”(나의 빙하 시집?로 어떤 기억을, 혹은 상처를 예술화하여 투명한 시적인 눈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표현으로 읽힌다. 이 시집에 얼핏얼핏 드러나는 가족사나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일 수 있는 어린 시절 친구의 죽음 등은 여전히 불안의 흔적으로 남아 있지만, 시인은 그것을 죽음이 찾아온 순간에도 ‘마지막 악보를 들고 있었던 슈만’처럼(?슈만의 구두 가게?) 예술혼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시인에겐 상처와 기억의 방을 환히 밝히는 게 삶이며 시이다. 김유자는 이번 시집에서 “이젠 심장에 고통이 될 노래가/없을까 봐 두려워/닳아진 구멍을 더 깊이 파헤칠/날카로운 바늘을 기다”리는(이건 내 소리가 아니다) 축음기와 비유될 고통의 언어로 삶을 새로 쓰며 투명하고 살아 있는 이미지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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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나는 시를 통해 풍경과 그리운 대상에게 가는 통로를 발견했다. 시와 함께 하는 동안 나를 알게 되고 잃어버렸던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하나됨을 누리게 되었다.
7.
허연의 시에 대한 첫인상은 담백하고 슬픈 기운이었다. 맑으면서도 예술가적인 깊은 비애가 서려 있었다. 그가 독자나 평단으로부터 ‘반항의 시’를 쓴다는 평을 받는다거나 할 때 나는 그런 모습보다는 ‘푸른색’이 떠올랐다. 주머니에 푸른색의 추억과 상실로 날카롭게 닳고 닳은 유리구슬을 가지고 있는 그런 소년. 허연에게 시란 슬프고 더러워서 오히려 푸른 유리구슬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이었을 것이다.
8.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푸른 연금술사>는 세계를 받쳐주는 강인한 철의 마음을 가졌으면서, 동시에 가장 경애하는 자세로 우리에게 사람답게 사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저는 <푸른 연금술사>를 통해 ‘철’과 ‘자연’, 그리고 ‘사람’과의 조화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금속을 시간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시켜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가장 편하고 살기 좋게 만드는 수고로운 연금술사들의 작업이 우리 세상을 아름답게 해줄 것을 믿습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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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예민하지만 다정한 박선경 시인의 시에는 자신의 길을 내부에서 찾는 사람의 담담함과 단단함이 스며 있다. 외부에 널려 있는 시간을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 사물들의 처음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로 창조하는 현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우리들의 마음도 거기에 맞춰 울릴 것만 같다. 박선경 시인은 사물들과 사람들의 안으로 들어가 그들이 말하지 못한 “생략된 이야기의 처음”과 “결말에 이르지 못한 생각의 틈”을 시(詩)라는 페이지로 이어준다. 대상에 대해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결코 대상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기에, 그는 곧잘 사랑과 사과의 관계로 대상과 영원히 포개어지지 않는 환영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박선경 시인의 시들은 “왼손으로 써내려간 편지”들이나, 결코 물고기를 다 낚으려 하지 않는 어부의 “흔들리는 한 줄의 어법(漁法)”을 닮았다. “참혹하지도 슬프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지금은 내가 없는 이야기”라고 자신의 시를 무덤덤하게 정의하지만, 그 이야기들 안에는 사물과 우리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시인의 따스함이 번져 있다. 마음이 멀어져가는 연인이 계단에서 다시 만난 것처럼, 그리하여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연인들 서로가 “한 칸씩 서로를 향해” 가는 사랑의 가까워짐에 다시 반응하는 것처럼, 이 시집은 그런 계단의 음악을 예민하지만 다정하게 들려준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5,600원 전자책 보기
오랜 우물처럼 길어도 길어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이 흘러나온다. 눈으로 읽지 말고 귀로 들어야 맛이 나는 시집이다. 박철이 우리 시대 사람살이와 가장 닮은 시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가슴에 묵은 별빛처럼 와닿는다. 그의 시는 한결같이 사람과 사랑을 향해 있어 애절하고 외로우면서도 의롭게 다가온다. 김포에서 시만 쓰면서 살아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오래된 사진첩처럼 바래가는, 그래서 더 미뤄둘 수 없는 묵힌 사랑 노래를 부른다. 그 속에는 함께 나이 들며 지극하기만 한 가족과 이웃과 친구가 있고, 주저앉아 목멘 울음을 울 때마다 다독여주는 자연이 있다. 그런 이유로 시인은 시에는 엄격하지 않았으되 자신에게만은 엄격했으리라. 시인은 “저 혼자 옹기종기란 말은/얼마나 비상식적으로 아름다운가 특별한가”(「저 혼자 옹기종기」)라고 묻고 있는데, 나는 이 말이 너무나 좋다. 시편들마다 언제나 둘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서로에게 무심한 척 저 혼자 있는 듯해도 시가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둘이 참 어울리게도 옹기종기 들어앉아 있다. 그 모습이 편안하면서도 아련하고 마음 퍼덕이게 한다.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한다면, “사랑이라는 말에는/누구나가 살고 있”고 “그건 사랑이라는 말에 살고 있는/사람의 모습”(「끝 간 데」)이리라.
1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지영환의 시들을 읽으며, 영하의 높은 산 정상에서 우주로 열린 망원경에 의지해 살아가는 천문학자가 떠올랐다. 그의 시에는 태양계에 대한 관심이 깊게 나타나 있는데, 특히 ‘고흥’은 시인의 출생지로서 그는 천문대에서 바다의 기록지를 읽고 싶다고 한다. 시인이 관찰하는 태양계는 우리가 세속 도시에서 살면서 망각해 버린 이러한 고향의 흔적일 것이다. 달빛 내리는 밤이면, 뿔이 커져서 빛을 가득 머금고 달빛 위로 기어가는 민달팽이. 나는 고향을 그리며 하늘의 별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는 이 민달팽이의 모습이 지영환 시인의 초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은 태양계와 고향을 날줄과 씨줄로 삼아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와 시적 이미지를 우리의 마음에 맑게 아로새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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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양문규 시인은 나무를 지키는 사람이다. 그가 지키는 충북 영동 천태산 은행나무는 고향의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책이다. 시인은 「겨울나무」에서 한달음에 선시를 쓰듯 “허공에 기대어 천 년//한겨울 눈 속 천수천안관세음(千手千眼觀世音)//영국동 은행나무”라 정의하였다. 그래서 시인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천태산 은행나무 언덕에 기대어 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크고 선하고 맑다. 그러나 안타깝고 서러워라. 이 시집은 그 여여(如如)한 나무 밑 공동체를 떠나야만 하는 ‘나무 사람’의 만가(輓歌)인 것을. 이제 산사에 개발 바람이 불어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능구렁이 울음 같기도 황소울음 같기도 한 소리를 내는 수령 1,300년 된 은행나무를 시인 혼자 지키기에는 벅차게 되었다. 시집에는 은행나무와 함께한 천태산 한 귀퉁이에 작은 토담집 들여 이름한 여여산방(如如山房)을 떠나야 하는 시인의 울음이 가득하다. 삶의 고비마다 “몇 번이나 강가를 다녀”온 사내가 입산하여 나무를 지키는 아름다운 삶을 천직으로 받들다가 예순 고개 바라보는 나이에 산방에서 떠나야 하는 비애가 짙다. 시인이 늙은 나무에 깃들여 사는 구름과 바람과 비와 햇살에게, 풀과 꽃과 까치와 다람쥐와 애기벌레들에게 안녕을 고하며 절이 보이는 산모롱이에 홀로 앉아서 “가만 절할 때”(「찔레꽃」), 우리도 그 ‘여여하였다’는 마음이 다시 나무 밑 공동체를 세울 것임을 믿어보는 수밖에.
13.
못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깨달음으로 적당히 포장한 비슷비슷한 소재의 글이 끊임없이 발표된다. 아름다운 기억도 있겠지만, 대체로 기억은 그렇게 쉽게 미화될 성질의 것도, 잠언화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기억의 시화詩化에는 오늘의 불안한 현실을 살고 있는, 매순간 떠날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초상이 담겨야 한다. 예술가에게 기억은 세상과의 불화와 화해 사이에 떠도는 유빙遊氷이며, 따라서 그것의 시화는 깨달음으로 귀착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팽팽한 긴장으로 오늘의 현실에 무섭도록 치열하게 각성의 신호로 기능해야 한다. 고운기 시인은, 그의 어떤 시에서, 남은 자나 떠난 자나 매순간 아득하고 불안하고 지쳐 있는 상태에, 비록 산화散華한다 해도 그 흔적조차 애처롭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노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설은 포기와 좌절로 귀착되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무엇으로 옮아가게 하는 아름다운 무력한 힘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산문 또한 비유와 상징, 작법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기보다 그저 읽고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것은 내가 고운기 시인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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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이선균의 시는, 삶의 표면에서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 반영은 깊이를 더해가며 아름다워지고 단단해져 청명한 울림으로 반짝거린다. 수묵으로 번지는 언어들이 대립적이면서도 서로 조응하며 이중성으로 빛난다. 물의 표면에서 ‘부유하는’ ‘부서지는’ ‘흩어지는’이라는 동사가 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서 ‘심어놓은’ ‘길어놓은’ ‘뿌리내리는’이라는 동사로 바뀐다. 그는 흘러가는 삶의 여기저기에 섬을 만들고 그 위에서 달빛과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말리며 춤을 춘다. 그의 존재는 현실적으로 작은 어항에 담겨 있는 ‘생이가래’일지 모른다. 어항이라는 삶에 담겨 뿌리내리지 못하고 물풀로 떠다니기만 하는. 그러나 그는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12월에 아이들에게 알퐁스 도데의 「염소」를 읽어주는, 이별에서 사랑을 아는 계약 교사다. 또한 생이가래라는 물풀을 바라보면서 비켜날 수밖에 없는 삶의 모순과 ‘생이, 갈애渴愛’라는 조응을 동시에 본다. 한 시인이 멸치 덕장에서 말라가는 멸치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쓴다. “흘림체로 몸부림치는/ 비릿한 인연, 어쩌다/ 이곳으로 이끌려왔나.// 단 한 획의 미라./ 고독한/ 이미지스트.”(「멸치 덕장」 전문) 이 시를 빌려서 이제 이선균의 시를 말할 수 있겠다. 수묵담채로 삶의 표면을 그려내는 ‘비릿한 인연’들, ‘알싸한 통증’들, 그것들이 우리 삶의 안으로 스며들어 깊이를 더해가며 언어의 수정水晶이 되어가는 한 획의 간절함이 그의 시라고…….
15.
이병일 시인은 자연을 가지고 시를 쓰면서도 뒤돌아보거나 망설임이 없다. 그래서 힘이 세고 선이 굵다. 그러면서도 시들이 매우 세련되고 구체적이다. 그만큼 자연에 체질적으로 적응하고 대응할 줄 아는 이야기꾼의 비범함을 지녔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시집엔 대개의 자연 서정시에서 보이는 “다랑이길 흙 기운”(「집으로 가는 나의 그림자」)으로 대변되는 화목한 자연체험이 스며 있다. 그리고 그 자연물이 “내 목을 치는 파도의 검(劍)”(「별자리」)으로 번쩍대는, 아슬아슬한 현재진행형으로 표현될 때 더욱 빛난다. 특히 여러 시편에서 등장하는 수직성이 힘차고 참신하다. 시인은 지상에서 치르는 노역의 고단함 속에서 과거를 발굴하는 신화적 상상력으로 단단하고 유연한 뿔의 수직성을 꿈꾼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저 수많은 동물들의 꿈을 보라! 호랑이, 기린, 당나귀, 사슴, 수달, 백상아리, 불개, 멧돼지 들은 우리가 잊어버렸거나 훗날 망각해버릴 과거와 미래에서 동시에 우리에게로 왔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와 미래가 창끝처럼 현재에 응집되어 고압의 상상력으로 분출된다. 신화적인 저 명상의 세계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봄산 기슭의 “꽃나무를 찢고 나”(「호랑이」)오는 호랑이야말로 설화나 전통성이 현대적 정서와 결합된 시인만의 독특한 자연관에서 태어난 숨겨진 역동성의 실체이다.
16.
친근하고 재미있는, 청소년 시집다운 시집을 만났다. 읽으면 읽을수록 저절로 청소년들의 일상과 마음이 생활 가까이에서 새록새록 살아난다. 이 시집을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의 생활과 내면을 새삼 확인할 것이다.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수많은 또래들의 짓무른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정말 피가 도는 선생님의 손을 마주 잡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 시집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은 조금은 철없지만 애교가 있고 솔직하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함께 사회와 학교로부터 도주의 꿈을 꾸며 그들의 놀이에 동참한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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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공명통은 제대로 비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사물과 사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렇게 비어있는 것들이 있다. 이 시집엔 오직 빠른 속도만이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시인이 작은 몸 구부려 스스로 둥근 우주의 자궁이 되어 빈 것의 멋과 슬픔을 공명통의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섬세하게 나타나 있다. 시인은 반짝이는 시대와 속도에 가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던 숨겨진 것들을 “아날로그의 흔적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말줄임표를 꿈꾸다 채 걷지 못한 발자국들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진정, 섬이 되고자 했다”는 시인의 진솔한 고백은 행간에 거주하는 사람 냄새 나는 추억들을 싱싱한 시간과 언어로 되살려 미래를 열고자 하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고 여겨진다. 다시 말하지만 신영연의 시들은 “흑과 백을 넘나드는 건반의 거리,/한 몸으로 떨리는 울림”의 세계를 보여준다. 공명통처럼 빈 것의 울림과 멋으로 우리의 영혼을 건드린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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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윤한로의 첫 시집이다. 스물다섯에 등단하여 한가할 ‘한’ 늙을 ‘로’, 즉 한가하게 늙는다는 자신의 이름을 죄스럽게 여긴 시인이 세상의 가장 낮은 바닥에서 “쓰게 먹고/눈 맑게 뜨리라” 다짐하며 쓴 시들을 34년 만에 세상에 내놓았다. 꽃에 비유하자면, 이 시집의 시들은 관상용 꽃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땀 냄새 가득 밴 꽃이다. 새벽부터 시장에 내다 팔러 바구니에 한 아름의 꽃을 담아 길을 나서는 꽃장수의 등에서 삶의 냄새로 출렁이는 꽃다발들이다. 더구나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이 단정한 시들이 거친 삶에서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한결같이 가난과 결혼하고 세상과 이혼한 성 프란치스코의 삶과 묵상을 닮았다. “시를 쓸 때마다 오히려/어렵고도 거칠게 살아야만/쉬운 시를 쓸 수 있다”(「물푸레 시」)는 겸손과 고고함은 삶과 시가 하나가 된 시인만이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이다. 특히 자신을 씻겨주는 며느리의 손길 앞에서 대야에 둥둥 떠다니는 꽃잎을 건져내며 가지고 노는 늙은 아버지나, 죽음을 앞두고 숟가락인 줄 알고 안경 벗어 밥을 떠먹는 외숙모의 모습 등은 폐부를 찌르는, 잊힐 수 없는 풍경들로 다가온다.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작지만 세게 놀던 애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들이 낸 구깃구깃한 시험지에 “얌얌 시를” 쓰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덥혀주는 이 ‘방구들장 선생님’의 천진하고 한길만을 가는 엄격한 예술가상을 엿본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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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조약돌이 비치는 맑은 물살을 보는 듯한 시를 읽는다. 그러는 동안 내 자신도 맑게 씻긴다. 오석균 시인의 시는 “어슴푸레 달빛 비치는 소사나무 숲에 앉아/ 저 혼자 숨죽이고 흘러가는 작은 섬”('소사나무 아래서')을 닮았다. 그렇다고 세상에 대해 피맺힌 게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을 그는 피맺혀 아름다워지게 하는 상태로, 그리하여 설움과 아픔이 맑게 빛나는 시로 빚는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바싹 마른 고추보다 물 간 고추가 진정 붉게 익어서 맑은 고추로 빛나는 과정에 대해 들려준다. 또 자신의 손바닥에 만져지는 주름살을 통해 다른 이의 주름을 떠올리며 저마다 다른 얼굴들로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나는 그의 시를 읽으며, 버리려고 해도 더 이상 버릴 것조차 없는 마음들을 가진 외로운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처를 모아 고구마를 심고 서리 내리는 가을에 나누는 그 “고구마 같은 사랑”('외로운 사람들은 고구마를 심어야')을 배우고 싶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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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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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디 가서 ‘선생님’ 소리를 듣고 나면 슬퍼서 자신만의 ‘어디로’ 떠나는 모양입니다. 저는 선생님이신, 하지만 그 어디로 떠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닌 시인의 뒤를 따라가봅니다. 거기에는 “겨울이면 뜨거운 김을 뿜어내고 여름이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쉼 없이 솟구치던 그 샘”(「찬샘」)이 있습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샘물에 얼굴을 비춰보는 그. 자신의 삶도,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도 비록 십이월을 향해 가는 “지금은 모든 결빙(結氷)의 시절”(「십이월」)이라 하더라도, 그 찬샘에서는 끊임없이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집 『호야네 말』은 그렇게 결빙의 현실을 데우기 위해 과거라는 샘에서 온기를 훔쳐오고 있습니다. 조촐하고 겸손하며 선한 눈매를 가진 대지의 아들이 부르는 아주 오래된 노래가 샘물의 반영 속에서 뭉클하게 떠다닙니다. 샘물 앞에서 우리는 굳이 자신의 전부를 비춰볼 필요가 없습니다. 물과 빛이, 사람과 사물이, 그리고 개인과 역사가 전부를 드러내지 않고 윤곽이 지워진 채로 대지의 이 순수한 눈 속에서 혼융되어 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삶의 아름다움이 끝 갈 줄 모르고 깊어진다는 걸 체감하면 됩니다. 이시영 시인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매순간이 결정적인 순간들임을 예리한 카메라의 시선이 아닌 눈가가 따뜻하게 젖은 사람의 마음으로 찍고 있습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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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김신용 시인의 「잉어」는 몸으로 글씨를 쓰는 잉어를 ‘물의 만년필’로 세밀하게 묘사해가면서 그 잉어의 표정을 다채롭게 그려나가는 와중에 시인 자신의 삶이 각별하게 와 닿는다. 뭔가를 말하고 싶어 물속에서 지느러미로 푸른 글씨를 쓰는 “저 물의 만년필”인 잉어는 “무엇의 만년필이 되어주고” 싶은 시인 자신의 초상화일 것이다. “몸에, 자동기술(記述)의 푸른 지느러미가 달린/저 물의, 만년필”이라는 마지막 시행에서 시인의 세계에 대한 배려와 열망이 그야말로 온몸이 되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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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 시인의 「잉어」는 몸으로 글씨를 쓰는 잉어를 ‘물의 만년필’로 세밀하게 묘사해가면서 그 잉어의 표정을 다채롭게 그려나가는 와중에 시인 자신의 삶이 각별하게 와 닿는다. 뭔가를 말하고 싶어 물속에서 지느러미로 푸른 글씨를 쓰는 “저 물의 만년필”인 잉어는 “무엇의 만년필이 되어주고” 싶은 시인 자신의 초상화일 것이다. “몸에, 자동기술(記述)의 푸른 지느러미가 달린/저 물의, 만년필”이라는 마지막 시행에서 시인의 세계에 대한 배려와 열망이 그야말로 온몸이 되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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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고지의 서정을 보여주는 주종환은, 언제나 신의 산정 같은 정신을 지니고 있다. 그는 언제나 의연하며 지고한 시선으로 벼락이나 화살처럼 우리들의 나약하고 타락한 삶의 한복판을 단숨에 가로지른다. 모든 정신이 새가 되는 설산(雪山)에서, 그러는 한편으로 태풍의 눈 속 같은 심대한 평화가 흐른다. 그의 시는 설산 높은 곳을 향하면서도 우리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가장 깊은 계곡과 같다. 타락한 정신을 나꿔챈 설산의 호랑이 같은 발톱과 우리들의 가슴에 꽃을 심기 위하여 모든 것을 받아 안고 품어 기르는, 고지의 서정이라는 높이의 시학과 계곡의 발견이라는 깊이의 시학이 맞물려 있다. 세계를 찢는 발톱의 매서움과 침묵의 부드러움에 감싸인 세계에 대한 연민이 길항한다. 특히 고물 오토바이로 텅 빈 산야의 도로를 질주하며, 그 질주를 촌철살인으로 포착한 「나의 시」라는 시편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자연이 연민처럼 엄습해오는 가난”과 “죽음을 넘어선 질주”의 외로웠던 생애를 “한 줄의 시”로 요약하면서 그 질주의 순간에 이 세상의 아픈 몸을 안 아프게 노력하고 “모두가 배꼽 잡고 뒹구는 시”를 꿈꾼다. 그의 시편들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산정과 계곡을 하나로 꿰뚫는 정신을 보여주면서, “정신병원 같은 이 세상으로부터 퇴원한/ 영원한 젊음의 완성”의 여정을 향해 가는 나그네의 춤과 음악, 그 자체다.
24.
자신의 삶을 예술품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 특히나 여성의 삶을 예술로 바꾸려는 투쟁, 몸은 소녀이나 ‘쌀롱이나 밀실’에서 태어나 그곳 외의 세상엔 관심 없는 듯한 환등가의 여인처럼, 자신을 낳은 세계에 대해 타락한 몸짓으로 난폭하고 우아하게 대항하는 ‘새로운 창조행위’로서의 시, 또는 알몸의 라이브. 그러나 이 시인의 사생활과 성격을 가늠해볼 시구절은 시집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어렵다. 공간과 등장인물들은 이국을 떠올리게 하고, 영화?만화?문학의 인용과 무대화가 펼쳐질 뿐이다. 맨얼굴이기보다는 화장을 하고 쇼를 보여주며 철저히 자신의 인생을 예술로 만들려는, 현실의 삶이 아니라 그것이 괄호 친 ‘문화 콤플렉스’라고 할 영역에서의 시적 설계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젊은 시인은 야심차게 올린 격정의 무대극으로서의 자신의 첫 시집을 ‘비애극’이라고 말한다. 왜일까. “우리 그림자는 섹스만 해서 눈이 멀어버린 것일까”라는 시구처럼 이 세계가 극의 결말만을 원해서일까. 그러나 아름다운, 헐벗은 영혼을 가진 이 소녀의 비애극에서 “내가 사랑이어서 나는 사랑밖에 할 수 없었다”는 욕망은 활기찬 생명의 중심에 시를 놓는다. 자연만을 표현할 때는 “아름다운 백합으로 넘쳐나는 꽃밭”처럼 무대의 장식으로 다가오는 시, 그렇지만 자연이 무대의 연기와 결합될 때는 “너의 옷감에 벚꽃이 그려져 있구나/나의 속살에도 탐스럽게 수놓아졌던 것”으로 육감을 얻는 시. 그런 시와 지독한 예술만이 있다. 주하림은 자신의 삶을 무대에 올리고 그것을 연기(演技)로 만들려는, 길들여지지 않는 다중적인 욕망을 우리 시단에 생생한 자기의 드라마로 만들어 내놓았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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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무심한데 아프다. 고운기 시인의 시를 읽으니 나도 그때 꼭 그렇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거, 알고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하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가기도 한다. 세상이나 사람의 얼굴도 구름의 모양새처럼 빨리 바뀌어져버려 지나고 나면 그런 일이 있었는가 싶게 잊혀져버린다. 그런데 고운기 시인의 무심한 듯한 나직나직한 목소리가 그때의 일을, 그때 꼭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을 아프게 떠오르게 한다. 그는 「입김」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식구들과 함께 있어서 뿜어지는 이 경이로운 온기.” 내게도 그런 고독한 시절이 있었다. 추운 겨울밤을 혼자 지내야 하는 나를 위해 함께 잠을 자주러 오던 이가. 그 사람으로 하여 꽝꽝 언 아침의 창문에는 입김이 하얗게 서려 있었다. 시집 제목처럼 삶은, 추억은 ‘구름의 이동속도’를 닮았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혹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궁전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옛날의 구름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구름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시인은 고향 벌교 앞바다를 빌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밀물의 역사를 우리는 유전자처럼 심고 산다”(「내 후배 경동이」). 이 세상에는 잊혀져버린 것을 이렇게 오늘의 거울에 비춰주며 대신 울어주는 이가 있으니, 그걸 악사(樂士)의 노래라고 부르든 아니면 그걸 따라 하는 시인의 노래라고 부르든 그 울음, 그 노래에는 구원의 신성함이 스며 있다. 가족과 연인, 그리고 타인과 함께 있어서 뿜어지는 경이로운 온기를 모아 자신의 추억으로 남의 슬픔을 대신해 울어주고 자신의 사랑으로 남의 사랑을 위로해주는, 이 시대의 가난한 마음들에게 딱 ‘아심찬헌’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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