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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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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근대문학, 생명을 사유하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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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8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말은 자아에게 세계의 고통을 일깨움으로써 무감각을 감각으로 바꾼다. 해서 이난희는 “새의 언어를 이해하자 나무들이 깨어납니다”라거나(「당신의 염려」), “죽은 말(言)들이 되살아난다”라고 노래한다(「반죽하는 시간」). 말을 한다는 것은 영혼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말의 반죽을 빚어 심연에서 기억을 부풀게 하는 행위이다. 텅 비어 있는 “모형 집”을 온기로 채우는 열기이다. 이를 통해 의식하지 못했던 기억이 소생하면서 “가짜 꽃”의 시간을 무너뜨리고 세계와의 연결을 회복시킨다. 말을 통해 시인은 ‘너’와 만난다(“어떤 문장으로 당신을 불러 볼까”, 「미지근한 시간」). 그러니 죽은 말이 되살아나는 시간은 사랑의 시간이기도 하리라. 이를 통해 우리는 시인이 시를 쓰는 동력이 무엇인지를 눈치챌 수 있다. 무감각한 “모형 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주의 욕망은 세계와 자아 사이의 내밀한 관계를 인지하고 있는 시인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자아가 자신의 좁은 집 안에 갇힐 때 그는 자신과 세계가 차단되어 있다고 느끼며 동시에 자신의 고유성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다. 사회 안에서 정해진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에 불과하다고 느끼면서도 그 가면을 벗어 버리지 못하고 가면 뒤의 동굴 안에 갇혀 버린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타자에게 사랑을 베푸는 데도 인색해져 간다. 해서 시인은 타자의 고통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밑절미 삼아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탈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자아란 현존과 부재, 발화와 침묵, 감각과 무감각으로 기워진 누더기와 같다. 타인의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는 당위에 공감할지라도 그것을 오롯이 실천할 수 있는 자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통해 타자의 고통에 다가서려는 용기는 무엇보다 그 자신을 구원한다.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7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기억이 바래 가면서 액자만 남고 그림은 사라져 간다. 부재한 기억 주변을 서성거리는 검은 개처럼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린다. 허나 이는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기다림을 기다릴 뿐이다. 혹은 기다림의 자세를 기다린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 그녀가 사진을 찍듯이 과거의 기억을 가두거나 삶을 수집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말을 기다림으로서 살아 내기 위함이 아닌가. 부재가 삶을 점령하여 허겁지겁 허무를 메우는 데 급급한 삶을 살아가지 않도록 그녀는 빈 액자를 자신이 살아 낸 말로 채워 내고 있다. 그녀의 시는 텅 빈 액자를 채울 한 장의 이미지이고 싶은 것이리라. 말이 삶을 기억해 내고 삶이 말을 기억해 내어 서로의 결함 혹은 결핍을 채워 나가는 그러한 이미지 말이다. 물론 말이든, 삶이든 그것이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소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시인은 얼마간은 스카프를 두르듯 불안을 삶에 두르고 살아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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