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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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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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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단아하면서도 야무지게 지어올리다 ‘기념’만 있고 ‘기억’은 없다. ‘자랑’만 있고 ‘자성’은 없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산다. 참으로 아픈 말들이다. 역사를 소홀히 여겨온 현실을 꼬집는 듯하고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나무라는 듯하여 얼굴이 빨개진다. 기념식만 반복할 뿐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은 사실 아닌가. 최근 여선교회전국연합회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안식관을 세 번째 신축한 데 이어, 72년 안식관 역사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끝냈다. 「아, 하나님의 은혜: 여선교회 안식관, 72년의 기록」이 그 열매다. 부피는 크지 않지만 내용이 옹골차다. 절제가 있으면서도 풍성하게 다가온다. 깊은 감동도 빠지지 않는다. 단아하면서도 야무지게 지어올린 3층 집 같다. 안식관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나 세월이 묻어나는 건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공간이 아니다. 백 년이 흘러도 끄떡없을 만큼 ‘잘 지어진’ 선교사들의 사택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선교사들이 남긴 건물들은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모든 시민이 공유하는 역사 자산이다. 반면 안식관은 세 번이나 건물을 새로 올리면서 세월이 남긴 흔적들이 사라졌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달리 보면, 그만큼 고단한 여정을 걸어왔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더욱 흔적 없이 사라진 역사를 기억과 기록의 저장고에 남기고자 애쓴 노력이 귀하게 다가온다. 안식관은 한 스승의 경계 없는 사랑이 탄생시킨 공간이며 공동체다. 35년을 한국에서 활동하며 여성 사역자 양성에 온 생을 바친 선교사 채핀(Anna B. Chaffin)! 그가 영광스러운 공로패를 마다하고 제자들의 대책 없는 노후를 염려하여 마지막 소망으로 추진한 것이 안식관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어느 공간에서든 홀로 모든 사역을 감당하는 제자들이 고단한 몸을 내려놓고 생애 마지막을 아름답게 정리하도록 미리 내다보고 준비한 스승이라니! 물론 그 씨앗을 소중한 역사로 받아 싹 틔우고 꽃 피운 이들의 성심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각지에 퍼져 ‘제2의 채핀’으로 살면서 성실하게 선배들의 활동을 이어가는 여선교회 회원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순례자의 영성’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한층 더 깊다. 사연마다 변두리로 내몰린 여성 목회자들의 아픔과 고단한 하루가 오롯이 녹아 있다. 고된 순례의 시간이 있어 안식의 공간이 더욱 평화로웠던 것일까. 고된 삶이 있어 안식의 공간이 더 큰 감사로 다가온 것일까. 고단한 길 끝에서 우리는 또 그들처럼 물으리라. 우리는 또 어떤 길을 내며 그 길을 걸어야 할까. 15편의 짧은 글이 살아 있는 목소리로 다가와 많은 생각을 건넨다. 부록은 이 책의 백미다. 안식관에서 생의 마지막 의미를 되새긴 이들의 사진과 약력뿐 아니라 1952년부터 2020년까지 안식관을 방문한 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역사는 특별한 소수가 만드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키는듯,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는 것 같다. 부록을 다 읽어본 것도, 부록을 읽다가 깊이 감동하기도 처음이다. 묵직한 흔적들을 간결하고도 섬세한 글쓰기로 정리해준 두 저자 장미경 목사와 나미혜 작가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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