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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명재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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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절망적일 때가 있었다고 이 책 《소곤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의 저자 김희은은 말한다. 잘 살 수 있다는 희망만 가지고 시작한 러시아에서의 처음이 그러했다고 한다. "읽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내가 낯선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하루 지쳐갔다." 그런 그에게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 친구가 있었다. 바로 러시아 그림이었다. 러시아 그림들은 그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얘기해 주는 듯했다, "삶은 어디에 나, 누구에게나 있다"고. 그때를 김희은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내면에 찾아온 것과도 같은 희열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러시아 그림을 처음 만난 그날, 나도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가 되어 그렇게 러시아 그림과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랑은 풍요로운 아름다움이라 표현될 수 있으며, 이 사랑에는 영원히 이별이란 없을 거라 자신한다." 그것이 김희은을 채워줬던 예술의 힘이며, 러시아 그림의 힘이었다. 그리고 또한 '러시아적인' 것의 마력이었다. 이 책은 낯설지만 - 혹은 낯설기 때문에 더욱 - 매혹적인 러시아 미술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러시아 미술의 깊이와 풍요가 절정에 이르렀던 19세기 그림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미술을 안내하는 저자의 글은 무척이나 세심하고 친절하다. 러시아 미술에 대한 입문서로 더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림에 대한 것이지만 그러나 그림에 대한 책만은 아니다. 이 책은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 등에 대한 다채로운 설명을 통해서 러시아에 대한 역사서이고 기행문이며 문학사가 되고 있다. 그리고 특히 '러시아 예술사'가 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림으로 풀어 쓴 푸시킨의 시이며, 문장 대신 색채로 펼쳐 놓은 톨스토이의 소설이며, 귀가 아닌 눈으로 보 는 코르사코프의 음악인 것이다. 책 속의 많은 그림들은 러시아의 다양한 삶의 풍경들을 생생히 담고 있다.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으로 새 틀을 다지기 전 혼란스러운 사회상에 대한 풍자, 자신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관리들의 탐욕상, 돈과 권력을 물물 교환하며 결혼을 완성시키는 세태에 대한 개탄, 진실의 눈을 가리고 현실적인 것들만 찾는 인간군상들에 대한 비판, 전쟁 과 기근, 재해 등으로 가족을 잃고 뼈아픈 이별을 겪어야 했던 이들 의 오열과 통곡, 그러나 그런 어두운 그늘을 덮어버리듯 복숭아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소녀들의 아름다움, 보드카에 살고 죽는 러시아인 들의 유쾌한 농담까지. 러시아의 자연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은 러시아 하면 일 년 내내 추워서 어떻게 살까, 하고 걱정하지만 '러시아에도 꽃 피는 봄이 있고, 맑은 여름이, 황금빛의 가을이 있다'는 것을, 러시아의 찬란한 사계를 담은 그림들이 보여준다. 레비탄의 〈봄 홍수〉 앞에서 저자는 "그렇다. 생의 절정에서 맞는 인생의 봄 또한 그러하다. 춥고 시린 겨울을 거치고 시련의 흔적인 인고의 기억을 보듬어야 올곧게 나의 절정과 만나게 되고 진정으로 빛나는 인생의 봄을 얻을 수 있다" 는 깨달음을 들려준다. 그래서 쉬시킨의 〈겨울〉을 통해 러시아의 겨울엔 겨울다운 아름다움이 있다고 얘기하는 저자는 "1년의 절반이나 이어지는 긴 겨울 동안 사람들은 계절을 이기기 위한 투쟁을 하거나 계절을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한다"면서 그러므로 러시아 풍경화는 자신의 영혼을 만나러 가는 깊은 명상의 길로의 초대라고 말한다. "러시아 풍경화를 본다는 것은 그렇게 나 자신과 삶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그것은 마치 '의사 지바고'에 나오는 것처럼 마가목의 열매를 새 들이 얻어먹는 것과 같다. 삶의 의미라는 열매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국 그림을 본다는 것, 읽는다는 것은 관람자 자신의 내 면의 드러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림을 제대로 보는 것은 결국 자기고백 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얘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삶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그래서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는 것을." 이제 저자와 함께, 18년 동안의 러시아에서의 삶을 지탱해온 원동력을 러시아 그림에서 얻었던 저자와 함께 러시아 그림 속으로, 러시아의 삶과 자연 속으로의 기행을, 그리고 결국엔 각자의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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