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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예술

이름:손수호

출생:1957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울주

최근작
2013년 12월 <도시의 표정>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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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가 설명을 대신한다. ‘농사일로 가꾸는 도시, 정원일로 즐기는 일상’.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고 있는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을 둘러싼 논의를 종합했다. 저자는 엮은이 안명준 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장을 비롯해 모두 10명. 미학자부터 건축가까지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농사와 정원일의 가치를 조명했다. 여기서 도시농업은 조그만 땅뙈기를 가꾸는 텃밭에서 스티로폼 상자 안에 작물을 재배하는 상자텃밭, 베란다농사, 도심건물의 옥상농원, 스쿨 가드닝까지 다양한 형태를 가지지만 ‘생산경관(productive landscape)’의 개념으로 묶었다. 이 같은 농사일은 도시 밀집과 관계있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1960년 39.1%였던 것이 1990년 81.9%, 2009년 90.8%로 높아졌다. 미국 80.8%, 영국 89.2%, 독일 88.5%보다 높다. 여기서 도시농업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도시에서 식물을 심는 일은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농사 체험을 통해 건강성을 회복하며, 푸드마일(식량의 수송거리)을 줄여 소비를 건전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주변사람 혹은 공동체가 함께 이루어가는 이런 과정은 궁극적으로 도시의 커뮤니티를 복원하는 공공 정원의 역할을 부각시킨다. 자연을 즐기고 가꾸는 삶 속에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 또한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벼를 심은 고무용기가 놓여있다. 농사는 관상이 아니라 체험의 대상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도 그렇다. 법정 스님이 난초 한 그루를 향한 조바심이 무소유 정신을 낳았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난초 한 그루는 소유의 차원을 넘어 많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다.
2.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신생 학문이다 보니 다른 전공자까지 몰리는 데다 헬스커뮤니케이션 등 현대사회에 유용한 영역의 확장도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학자들이 이론의 틀에 갇혀 있다 보니 실생활의 효용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다루는 학문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이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학의 대중 교양화를 위해 썼다는 데 미덕이 있다. 낡은 효과이론이나 통계학적 방법론에서 탈피해 사람 사이의 관계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가령 “말은 맞는 데 참 싸가지 없이 한다”는 어느 정치인의 예를 들며 내용 못지않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소통의 복병을 공격적 언어로 보고 “가정폭력이 발생한 가정의 언어적 공격행위는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6∼8배에 달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주목한 또 다른 영역은 공간과 터치, 후각커뮤니케이션이다. 담요 밑으로 서로 발가락 닿는 곳에서 땀 냄새까지 공유하는 관계가 전통적 가족공동체를 이루는 연대감의 바탕인데도 현대인의 주거환경은 이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음식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함께 담그거나 퍼내는 행위 역시 위생의 차원을 넘어 시공간을 극복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보았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근래 이혼의 원인이 외모가 아닌 성격임이 분명한데도 배우자 선택의 기준에서 외모는 남성의 경우 첫 번째, 여성은 두 번째로 거론되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소통의 지혜는 자신과 상대방이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지금 이 순간, 함께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3.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건축가들의 책이 많다. 승효상 민현식 김봉렬 같은 중진그룹은 물론 임형남 황두진 함성호 서현처럼 중견급 건축가들도 글을 곧잘 쓴다. 그리고 서점에서 잘 팔린다. 이들의 책이 읽히는 이유는 시각의 개방성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은 인간과 자연, 기술과 예술을 두루 다룬다. 집을 공부하면서 철학적 소양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예술가적 감각을,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공간을 구축하면서 공학적 지식을 쌓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종합적 사고력이 축적되고 인문과 과학이 결합된 그들의 이야기가 요즘 같은 통섭 혹은 융합의 시대와 곧잘 어울리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오영욱도 그렇다. 책날개에 소소한 이력을 쓰지 않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신촌의 한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바르셀로나에 유학해 지금은 건축사무소를 꾸리는 30대 중반의 건축가라는 신원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이력이 중요하진 않지만 적어도 일에 탐닉해 있을 30대 건축가가 이 정도의 개활된 시선을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끝임 없이 보고 읽고 사색하고 성찰한다는 이야기다. 오영욱 글의 특징은 건축에 대한 엄숙주의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고 쿨하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거대도시 서울을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 등 8개의 키워드로 가볍게 읽어낸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의 눈길을 끈 항목은 ‘서태지 건축 유감’이다. 집이 주인을 닮는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그의 건물은 그의 음악과 그의 존재와 어울리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웨딩홀 건축의 기괴함, 수많은 교회 건축이 경동교회 하나를 넘지 못한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대안을 찾다가 자포자기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종로타워와 세운상가에 대한 긍정과 연민의 입장이 폭넓은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저자의 분신이랄 수 있는 빨간 모자 캐릭터가 책의 가이드처럼 따라 다닌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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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숲의 찬가가 많다. 보기에 따라 과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무의 종류와 형태를 구분하는 식물도감에서 숲 해설가의 지식을 자랑하는 글, 나무의 위대한 생애를 노래하는 책, 유기농을 가꾸는 농부 혹은 생태적 삶을 꿈꾸는 지식인의 글까지 다양하다. 이 책 또한 어떤 면에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평화로 가득한 숲’과 ‘삭막함 가득한 숲 밖’이라는 이분법은 거칠고, 콩나물 키우기나 부지깽이의 용도에 관한 감흥은 진부하다. 나무를 심을 때 거름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의 고민은 초보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것은 건강한 사유의 세계와 책임 있는 실천적 삶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칡은 왜 주변의 나무를 괴롭히면서 자기 삶을 잇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칡이 주는 시련을 이겨야 온전한 숲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답을 내놓는다. 정답이 아닐지 몰라도 생명의 원리를 찾는 지적 탐험은 진지하다. 기는 줄기를 가진 갯메꽃에서는 용기와 희망을 발견했다. 생명의 가치 앞에서 그는 당당하다. 꿀을 재배하는 생산자로서 벌 한 마리가 육각형의 작은 집에 꿀을 채우기 위해서는 8000송이의 꽃을 날아다녀야 한다는 고단한 과정을 설명한 뒤 소비자에게 8000송이의 꽃향기를 맛볼 줄 아는 자격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처럼 자연과 대화하며 저자가 지향하는 것은 스스로 노래하는 삶이다. 무서움과 외로움 속에서 숲의 간결한 삶을 배운다. 2009년에는 『숲에게 길을 묻다』를 내기도 한 저자는 충북 괴산의 군자산 자락에 ‘백오산방(白烏山房)’을 짓고 5년째 혼자 살면서 농사와 저술, 강연을 겸업하고 있다. 숲 밖의 사람들에게 보낸 50통의 편지를 엮은 이번 책에는 윤광준의 회화미 가득한 사진 스무남은 장도 실었다. 사족 하나. 추천사를 쓰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담배를 피워 문 저자 사진을 발견했다. 숲을 사랑하는 사람은 담배를 미워하는데…. 옛날 자료이니 지금은 담배를 멀리 했으리라 믿는다.
5.
  • 나무야 미안해 - 천리포수목원 일군 민병갈의 자연 사랑 
  • 임준수 (지은이) | 해누리기획 | 2012년 4월
  • 15,000원 → 13,500 (10%할인), 마일리지 750원 (5% 적립)
  • 세일즈포인트 :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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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의 전자책 : 9,000원 전자책 보기
올해 4월 8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 수목원을 만들고 일군 민병갈(1921~2002, 본명 Carl Ferris Miller)의 수목장을 치른 것이다. 그는 임종 전에 “육신이 썩어 나무의 거름이 되고 싶다”고 밝혔으나 양자(養子)의 뜻에 따라 태안 앞바다를 보는 언덕에 매장됐다가 이번 10주기에 무덤의 유해를 화장해 나무들 곁에 뿌려졌다. 이 책은 죽음까지 나무를 위해 바친 한 귀화 미국인의 나무사랑을 정리하고 있다. 1945년 미군을 따라 한국에 온 민병갈은 전국의 산야를 여행하다가 “내 전생(前生)은 한국인”이라는 인식에 이르자 귀화를 한 뒤 숲 조성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는다. 이후 57년 동안 사재 500억 원을 들여 19만 평의 땅에 나무의 천국을 일궜다. 동백과 목련, 호랑가시 등 3개 분야는 세계 정상급이다. 이같은 공로에 힘입어 그는 영국왕립원예협회가 수여하는 영예의 비치 메달을 받았고, 사후에는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되기에 이른다. 민병갈의 공로는 나무 한 그루 자체가 존엄한 생명체라는 철학, 그리고 자연은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정신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심은 것이다. 책의 장점은 또 있다. 인물평전의 약점인 주인공 미화를 자제하는 대신 동성애주의자처럼 금기시되는 생의 비밀까지 포함시켜 삶의 온전한 모습을 복원한 부분이다. "나무는 생산자, 동물은 소비자, 인간은 파괴자"라는 강박관념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기술도 있다. 주인공의 10주기에 맞춰야 한다는 일정에 쫓긴 탓이겠지만, 출판물로서의 완결성에 흠이 더러 보이는 것은 판을 거듭하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6.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원제가 『Material World(물질 세계)』, 부제가 ‘지구촌 가족의 초상’이다. 물건으로 각 나라별 차이점을 보겠다는 책이다. 이 기발한 작업에 나선 이는 사진작가 피터 멘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지구촌 식탁을 담은 『헝그리 플래닛』, 먹을거리 생태학을 다룬 『칼로리 플래닛』의 저자다. 사진으로 일상에 파고들어 인문적 메시지를 뽑아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가진 작가다. 이번 도전에는 유엔이, 그리고 각국의 사진작가 15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1994년 ‘세계 가족의 해’를 맞아 30개 나라의 평균적 주택에 들어가 삶의 도구를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물건과 얼굴과 통계자료를 드러냄으로써 비교하는 방식이다. 질문도 곁들인다. “가족 구성원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아침 식사로 무얼 먹나?” “도둑 맞거나 강도를 당한 적이 있는가?” “자녀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등.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남은 당연하다. 말리의 나토모 가족은 그릇 일색이며, 에티오피아 게투 가족은 가축이 많으며, 우즈베키스탄 칼나자로프 가족은 카페트가 가득하다. 일본의 우키타 가족은 전자제품이, 미국의 스킨 가족은 가구가 많다. 다 예상된 것이기는 해도 GDP니 GNP와 같은 숫자가 아닌 실제 살림살이를 보니 그 격차가 새삼스럽다. 물론 이 차이가 행복감의 고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기자들의 현장경험을 담은 코너는 정보로서 유익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은 없다. 조심스럽게 볼 것은 취재연도가 1994년이니 18년 전이라는 사실인데, 나라별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미국 뉴욕공립도서관에서는 청소년 필독서로 정했다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7.
저자의 직업이 이채롭다. 가든 디자이너. 방송작가로 일하다 나이 서른아홉에 두 딸을 데리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 곳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6년간 정원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 “우리가 신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정원이다. 당신은 정원에서 신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버나드 쇼의 철학을 학습했다. 이 책은 그 6년의 비망록이자 늦깎이 학업에 대한 스스로의 보상이라고 했다. 휴가지는 잉글랜드 북서쪽에 자리한 레이크 디스트릭트. 이 곳에서 둘째 딸과 지낸 2주간의 경험을 정갈한 에세이로 풀어냈다. 책의 미덕은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와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고향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낯선 정원’이다. 저자가 이 곳을 선택한 것은 내셔널 트러스트 창립자인 론슬리가 자연보호운동을 펼친 현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지의 4분의 1이 내셔널 트러스트의 관리를 받고 있다. 저자는 자연과 풍속에서 영국인의 전통적 삶이 원형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현장을 디테일하게 포착했다. 만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깊이를 읽고, 느릿느릿 걷는 양떼를 보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다가올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라면 특정지역을 답사한 전문여행서에 그쳤을 것이다. 책을 받쳐주는 힘은 ‘엄마를 만나다’ 부분이다. 이곳에서 저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친정어머니와 지금 한창 독립을 꿈꾸는 딸과 대화한다. 문득 딸이 던진 한 마디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엄마는 모든 얘기에 교훈을 담으려고 해. 대화는 그냥 얘길 하는 거야.” 딸의 성장을 보는 기쁨도 있다. “한국에 들어갈 때는 왜 왔냐고 묻지 않는 조국이 있다는 것,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 이런 성찰적 삶은 내부로 이어진다. 한국에도 예쁜 곳이 많은 데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시골에서 살면서도 품위 있는 삶을 꾸려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고 난 뒤의 청량감을 던져주는 책이다.
8.
  • <잊혀진 질문 -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로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책이 나온 경위가 흥미롭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故 이병철 회장은 노년에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에 빠져 평소 친분이 있던 가톨릭 사제에게 물었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에서 “지구의 종말은 언제 오는가”에 이르기까지 24가지 질문이었다. 병상에서 구술한 것을 필경사가 받아 적어 절두산성당 박희봉 신부에게 보냈다. 1987년 9월쯤의 일이다. 박 신부는 적임자를 물색하던 끝에 당대의 석학 정의채 몬시뇰을 추천해 두 사람의 만남이 주선됐다. 그리고 두 달 뒤인 11월 19일, 이 회장이 갑자기 별세했다. 향년 78세였다. 이 때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24년 만에 나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저자는 『무지개 원리』라는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차동엽 신부. 서울대 공대를 다니다 사제의 길로 들어선 엘리트 신학자가 인간의 보편적인 궁금증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질문은 15개로 압축했고, 답변은 신앙과 지혜를 결합한 형식을 취했다. “착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나?”라는 질문에 “부는 악이 아니라 선을 행할 기회다. 그 기회를 외면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악이다”라고 말한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증거가 있나?”라는 물음에는 “신의 존재는 증명이 아니라 체험의 문제”라고 답한다.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문헌과 예화를 인용하니, 글이 살아 숨쉰다. 고뇌하는 젊은이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 많다. 책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이 회장의 질문에 바로 답하는 방식이 더 낫겠다는 것이다. 24가지 질문 자체가 숙려의 결과물이었으니 답변도 거기에 맞췄으면 좋지 않았을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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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커피공화국이라는 통계는 많다. 내가 근무하는 여의도의 한 건물에는 1층에 세 곳의 커피숍이 있다. 하루 종일 커피향이 풍긴다. 커피전문점 수는 2008년 6000개에서 2011년 1만 개를 넘어섰다. 성인 1인당 1년에 670잔의 커피를 마시며, 연간매출액이 3조원을 웃돈다. 오죽하면 스타벅스 회장이 덕수궁 정관헌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나. 커피 소비량은 세계 11번째, 수입액은 6억 달러에 육박한다. 고급커피 원료인 아라비카는 콜롬비아, 브라질, 온두라스 등에서, 커피믹스를 만드는 인스턴트용은 베트남에서 수입한다. 요컨대 100% 수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겨우 바리스타라는 직종에 관심이 머문다. 이 책의 출발점은 여기다. 저자는 단일 품목으로 거대한 산업을 이루는 커피의 국산화와 문화화에 열정을 쏟고 있다. 현재 온실에서 키워낸 커피제품이 일부 선보이고 있지만 품종을 개량해 야생커피를 만들고 거기에 인문적 스토리를 입혀 한국형 커피문화를 일궈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커피에 관한 르네상스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전편 격인 『커피기행』이 커피의 발견지인 아프리카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아랍과 유럽을 돌았다. 커피를 최초로 경작한 예멘, 커피 역의 중심지인 다마스쿠스 등을 여행한 뒤 커피를 문화를 승격시킨 유럽의 카페에서 닻을 내리고 있다. 신대륙을 향한 교역장 리스본, 17세기 커피의 수도 베니치아, “카페는 민중들의 국회”라며 시민들 사이에 문화로 뿌리내린 파리가 대표적이다. 박PD라는 방송인이 찍은 사진도 좋고, 사막에서 만난 ‘바그다드 카페’에서 보듯 여행기의 재미도 곁들였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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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논 - 밥 한 그릇의 시원』이라는 책에서다. 자연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그 사랑을 사진에 담는 일로 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했다. 찌들지 않은 어조로 고단한 농경의 추억을 전하는 내용이 기억난다. 이번에 『소-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이라는 책을 잡았을 때, 그리고 ‘최수연’이라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저자 이름을 접했을 때 3년 전의 기억이 금방 떠올랐다. 신간에도 소의 눈망울과 같은 순박한 시선이 보인다. 대상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 동안 강원도 정선에서 전라도 진도까지 한반도를 지킨 소다. 육우나 젖소, 투우가 아닌 일소, 즉 농우(農牛)다. 사람과 소의 관계는 유구하다. 농부와 농우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우정을 쌓아 왔다. 사람과 함께 땅을 갈고 짐을 실어 나르며 농경의 파트너로 일해 왔다. 물론 사람은 소를 부렸다. 이 책의 저자가 놀란 표정으로 4컷이나 할애한 소 길들이기 장면처럼 노동력의 공급원으로 취급했다. 가장 좋은 소는 부리기 좋고 힘 있는 소였다. 힘이 달려 쟁기를 끌지 못하는 소는 죽어 인간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것으로 장엄한 최후를 맞았다.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었다. 인간은 코뚜레로 소를 지배하면서도 어엿한 가족이자 살아있는 입[生口]으로 예우했다. 책은 사람과 소의 관계망을 키워드로 삼았다. 달구지, 쇠죽, 우시장, 뿔, 부리망, 외양간…. 사진을 위주로 하다 보니 판형을 키웠다. 그렇다고 글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 양이 적다고 가벼운 것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사진을 설명한 캡션에 그렇게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설명력이 놀랍다. “서서히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일소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은퇴 선물로 이 책을 바친다”는 유장한 서문에 나의 간명한 서평을 바친다.
11.
“이 책을 카플라노프와 우수리 원주민, 그리고 사라져가는 블러디 메리의 후손에게 바칩니다.” 저자가 책 머리에 적은 헌정사다. 우수리는 시베리아 대륙의 한 지역임을 알겠는데, 카플라노프와 블러디 메리는 누구인가. 이 둘을 알면 책을 다 읽은 거다. 카플라노프는 시베리아 호랑이 보존운동을 펴던 와중에 밀렵꾼의 총에 맞아 서른둘의 나이로 숨진 러시아 학자다. 블러디 메리(Bloody Mary)는 사슴이나 멧돼지를 사냥할 때 주변을 온통 피투성이로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시베리아 호랑이다. 16세기 수많은 신교도를 처형한 영국 여왕의 별명을 따다 붙였다. 이 책은 쥘 베른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시베리아 호랑이-3대의 죽음>의 바탕글이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목장의 소처럼 어슬렁거리는 열대 호랑이와 달리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사는 맹수이자 아시아인들이 신령스럽게 받드는 동물이다. 저자는 우수리 일대에서 사는 블러디 메리 가족 3대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천지백, 설백, 월백이라는 이름의 새끼 3마리가 자라는 동안 어미 블러디 메리는 산마루를 내려오다 엽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이어 아들 천지백은 밀렵용 와이어에 걸려 죽고, 설백의 새끼 둘은 먹이다툼 끝에 오빠가 동생을 잡아먹는 비극을 맞았다. 월백은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아들딸과 함께 멸종 위기 속에서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카플라노프나 블러디 메리가 아니라 저자 박수용이라고 해야겠다. 20년 동안 다큐멘터리 프로를 제작해 온 그는 죽음의 공포와 격리의 고독을 이겨가며 깊은 산중에서 호랑이를 기다리며 살아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블러디 메리’ 편을 읽으면 시베리아 호랑이의 뻣뻣한 수염이 저자의 손등을 스치는 전율의 장면을 읽을 수 있다. “자연은 연출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라고 믿는 한 사나이의 장쾌한 기록이다.
12.
  • 유럽 축제 사전 - 28개국 101개의 유러피언 페스티벌 속으로 
  • 유경숙 (지은이) | 멘토르 | 2011년 8월
  • 32,000원 → 28,800 (10%할인), 마일리지 1,600원 (5% 적립)
  • (2) | 세일즈포인트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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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국 101개의 유러피언 페스티벌 속으로 안내하는 책’, ‘열정과 전통, 파격이 살아 숨쉬는 유럽 축제의 모든 것을 담은 책’. 홍보용이 아니라 내용에 걸맞은 슬로건이다. 유럽의 음악?연극?무용?오페라 등 무대 예술은 물론 보디페인팅, 서커스, 음식축제까지 망라한 국내서가 처음 나왔다. 일일이 축제의 현장을 찾은 저자의 근성이 놀랍다. 무엇이 그를 이런 고단한 여정으로 이끌었을까. 1999년 ‘난타’ 문화마케팅을 하며 공연기획자로 나선 저자는 우물 속에 머물고 있는 우리 공연계를 위해 긴 여행을 감행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회사에 사표를 낸 뒤 2007년에 ‘공연따라 세계일주’, 2009년에는 ‘축제따라 세계일주’를 했다. 그 결과가 2008년의 『카니발 로드』와 이번에 나온 『유럽축제사전』이다. 책 내용은 현지를 답사한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유럽 가을 축제의 백미로 여겨지는 독일의 ‘옥토버 페스티벌’을 보자. “흔히들 맥주 축제로만 알지만 1811년 바이에른 지역의 풍년을 기원하며 시작된 역사를 반영하듯 4년에 한 번씩 농사 이벤트가 포함된다. … 행사가 펼쳐지는 14개의 텐트에 들어가려면 12월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이 행사에 등장하는 맥주는 보통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0.5∼1도 높다는 사실을 알고 정신 차리시길….” 오페라와 음악이 주가 되는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코너는 축제의 성격을 소개하고는 이런 팁이 뒤따른다. “니스나 리옹에서는 TGV를 타는 것이 좋지만, 마르세유에서는 TGV가 시간이 더 걸리고 돈도 더 드니 일반열차를 이용하시길∼.” 권말 부록으로 엮은 ‘유럽 축제 캘린더 2011’에는 200개 축제의 시간표가 들어있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아티스트, 혹은 특별한 여행을 원하는 독자에게 부푼 희망의 지도가 될 것이다.
13.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군인 출신 박정희가 대통령이 된 이후 충무공 선양사업이 활발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노산 이은상이 스토리를 구성했고 방방곡곡에 들어선 동상으로 증거했다. 세종의 동상은 들러리 격이었다. 그러나 국책사업의 결과가 자주 그렇듯 관제 영웅은 국민들로부터 썩 인기를 끌지 못했다. 충무공에 대한 일반의 사랑은 오히려 2000년 이후 진정성을 얻었다. 2001년 소설가 김훈이 『칼의 노래』에서 영웅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 큰 호응을 얻었다. 2004년 김탁환이 『불멸의 이순신』으로 가세했고, 박기봉이 『이충무공전서』를 내놓아 서지학적 가치를 보탰으며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도 거들었다. 그리고 여기 출판인 박종평이 새로운 이순신 연구에 도전했다. 지난해 『이순신, 꿈속을 걸어나오다』 이후 1년 만에 두 권의 책을 냈는데, 이은상과 김훈이 문학적 장치를 활용했다면 박종평은 체세론 혹은 실용적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코드별로 동서고금 위인의 삶을 분석한 뒤 『난중일기』, 『임진장초』 등 이순신의 기록과 비교하는 형식이다. 그가 꼽은 감성의 힘으로는 처절한 고독을 내면화하면서 시인의 가슴으로 세상을 보았다. 지혜의 힘으로는 무과 급제 이전에 문과 과거시험을 본 이력답게 전쟁 중에도 책을 읽었고 메모와 일기 쓰기에 충실한 기록의 달인이었다. 부하와 함께 미역을 따고 메주를 쑤는 사랑, 일자리와 복지가 하나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책은 평범한 인간이 방황과 시련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학습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꾼 드라마를 적었다. 지독한 낙관주의자, 소통의 달인, 혁신의 기업가 정신 등을 통해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건졌고 장렬한 죽음으로 생애를 마감했으니 이순신이야말로 영웅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결론이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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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시대다. 랜드마크 건축물을 도시의 얼굴로 삼는 곳이 많다. 랜드마크는 모양도 그렇거니와, 건축가의 명성이 뒤따라야 한다. 도시는 건축가와 건축물을 동시에 세일즈한다. 베이징이 그렇고, 아부다비가 따르며, 서울도 발을 들여놓았다. 자하 하디드가 참여하는 동대문디자인파크&플라자(DDP)가 대표적이다. 책의 저자 임형남과 노은주는 반대의 길을 걷는다. 건축을 극악한 물질의 축제로 보지 않는 대신 땅과 사람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긴다. ‘Plain Living, Lofty Thinking(평범한 삶, 고원한 생각)’이 그들의 삶의 지표다. 저자 부부는 ‘건축이란 근본적으로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생각, 건축가는 사람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자라는 생각을 아름다운 수채화와 함께 담담한 에세이로 풀어냈다. 그렇다고 건축이 머릿속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책의 장점은 충주 천등산 박달재 근처 성산마을의 ‘김 선생 댁’을 지으면서 구체적인 케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건축가와 건축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집이 지어지고 여기에 시간이 내려앉으면서 집이 자라난다는 것이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서로 양보하고 설득하며 하나의 집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좋은 건축을 놓고 오랜 사색과 실천을 통해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런 것이다. 하나의 집을 위해서는 건축가와 건축주가 정신적으로 교감해야 하고, 땅에 얽힌 환경적 요소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하며, 집은 곧 자아의 실현이므로 건축가는 집주인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이 책은 2002년에 출간된 같은 제목의 것을 개정증보한 것이라고 한다. 개정판이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는 저자가 많고, 신간을 우대하는 것이 출판 동네의 관행이지만, 나는 하나의 주제를 위해 10년간 갈고 닦은 그 진지한 자세를 높이 쳤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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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 2』 서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바다의 기별이 물고랑을 따라 들의 안쪽으로 실려와 벼가 익는 냄새에 갯내음이 스며 있다.” 작가의 유별난 감수성은 밥에서 멀리서 날아온 바다의 냄새를 맡는다.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이 전하는 이야기 또한 그렇다. 인천 앞바다에서 부산 오륙도를 거쳐 서귀포 문섬에 이르는 해양보호구역 14곳을 답사하면서 각별한 바다의 기별을 전하고 있다. 여기서 ‘보호’는 해양자원의 훼손을 막는 ‘경계’를 넘어 새로운 소통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책의 첫 장을 장식하는 ‘태안 신두리 해안 사구’는 사막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모래사장이면서 생태계의 신비를 간직한 보고여서 이중삼중으로 보호막을 쳤다. 2001년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은 이후 이듬해에 국토해양부가 인근 해역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환경부가 사구 배후의 두웅습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라는 시민단체가 인근에 예정된 골프장 부지까지 사들이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이어 신기루 같은 모래섬이 뜨고 지는 옹진군의 대이작도, 검은머리물새떼들의 고향인 서천 유부도, 갯벌의 가치를 보여주는 진도, 슬로시티로 각광받는 신안군의 증도 등을 사진과 함께 성지 순례하듯 보여준다. 저자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육지에서 흘러드는 오염원에, 급격한 기후변화에, 인간의 지나친 간섭과 남획에 상처받고 시름에 빠져있는 바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자.” 그동안 바다로부터 많이 위로받았으니 이제 우리가 위로할 차례라는 것이다. 이 책은 지구를 잉태한 바다, 재생과 순환의 바다, 모든 생명의 출발지이자 완성지인 바다의 모습을 온전하게 기록한 경건한 보고서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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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한기호는 우리 출판계에 귀한 존재다. 1982년 출판계에 입문한 후 30년 동안 책과 함께 ‘열정시대’를 살아오면서 책동네의 버려진 섬에 꽃을 피웠다. 그가 개척한 영역은 대체로 4가지 정도다. 먼저 기획자다. 창작과비평사(현 창비)에서 영업부장을 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키웠고, 기획에도 깊숙이 개입해 밀리언셀러를 여러 권 만들어 냈다. 운동권 출판사의 상업적 성공에는 그의 역할이 지대했다. 한기호의 안목은 1998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만들어 독립한 이후 더욱 체계적인 틀을 갖추게 되었다. 출판전문지 「송인소식」과 「기획회의」를 발간하면서 출판계의 이슈를 찾아내고 토론과 연구를 거쳐 해법을 찾는 방식을 도입했다. 다음은 비평가다. 크리틱의 무풍지대에 안주하던 출판계는 그로 인해 단연 활기가 돌았다. 마당을 마련해 주고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전사로 나섰다. 더욱이 그의 비평이 주례사에 머물지 않기에 가시 돋친 독설이 따른다. 이로 인해 그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 다음이 활동가다. 민주화 유공자이기도 한 그는 2010년에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을 창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읽기 운동을 펴고 있다. 현장과 이론의 양수겸장이기에 피할 수 없는 그의 몫이다. 마지막이 기록자다. 이 책이 증거다. 1981년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국출판 30년의 기상도를 압축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300권의 책 이야기는 동시대 지성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욕망의 속살까지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 ‘연구열 왕성한 출판학자’라는 명함 하나를 추가해도 되겠다.
17.
  • 나무가 민중이다 - 민초의 삶에 깃든 풀과 나무 이야기 
  • 고주환 (지은이) | 글항아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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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무 책이 나왔나 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땀 냄새가 많이 배어 있다. 제목이 좀 과격하다 싶었으나 읽어 보니 여기서 민중은 계급의 단위가 아니라 백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부제도 ‘민초의 삶에 깃든 풀과 나무 이야기’로 했다. 그러니까 풀과 나무 등의 생태를 현미경으로 들여보다가, 이런저런 예문을 들며 문화사적인 해석을 풀어놓은 뒤, 식물에 얽힌 구체적 삶의 애환을 덧붙이는 기술이다. 이 순서는 바뀌기도, 생략되기도 한다. 엄나무의 예를 들면 이렇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저자는 고려 말 문신 우탁(禹倬·1263∼1343) 선생의 시조에 등장하는 가시나무를 엄나무로 보고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이어 발음이 비슷한 음나무로도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봄철 나물로 사랑받는 두릅의 맛을 묘사한다. 다음으로 비를 잘 흡수하지 않은 엄나무의 습성을 들어 악기와 가구, 나막신의 재료로 쓰였다는 정보를 전하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덧붙인다. “아버지는 안방 앞에 집을 짓는 제비가 싫었다. 그래서 제비집의 흙을 긁어내고 엄나무 가시를 걸쳐 놓았다. 그런데도 제비들은 막무가내였다. 거친 가시에 흙을 붙이고 나섰다. 결국 아버지는 제비집 밑에 받침대를 달아주고 말았다.” 저자에 관해서는 소략하게 적어 놓아 신상을 자세하게 알 수 없고, 치악산 자락의 물려받은 집에서 오랫동안 텃밭농사를 짓는다고 하는데, 1960년생치고는 어린 시절 농촌살이에 대한 기억이 풍성하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영화와 미술, 시문에 관한 조예가 깊고 독서량도 있어 보인다. 그것들이 잘 조합해 조화롭게 어우러지니 읽는 재미가 배가되는 것이다. 자료적 가치가 뛰어난 도판이 많은 것도 다른 책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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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기란 정말 어렵다. 직업에 붙잡혀 27년째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그렇다. 한 분야의 장인으로 치면 지금쯤 자신 있게 대적할 만한데도 샅바를 잡을 때마다 버겁다. 긴장되고 떨린다. 그러니 글쓰기를 다룬 책에 대해 글쓰기가 얼마나 어렵겠나.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 속성 때문이리라. 글자의 겉은 같은데 속은 늘 달라지는 고유한 성질이 그렇다. 마구 움직이고 형태도 다르게 생겨먹은 표적을 맞힐 궁법(弓法)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다만 활을 다루고, 표적의 방향과 속도를 낚아채는 기술은 가능하리라. 그리고는 끝없는 연습으로 성취할 수밖에. 이 책도 어느 날 허공에서 뚝 떨어진 작가는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기존 작품을 연구하고 구조를 익힌 뒤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출 것을 권하면서 내놓은 것이 수사학의 방법론과 모방의 테크닉이다. 수사학은 문체를 확립하고, 적절한 어휘로 글을 전개하며,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모방은 수사학을 배우는 도구로 유용하다. 모방하는 동안 거장의 문체를 체득하게 된다는 것은 오래된 원리다. 저자는 모방의 기술을 적용할 대상으로 헤밍웨이, 발자크, 찰스 디킨스, 도스토예프스키, 프란츠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 마거릿 미첼, 조지 오웰, 이언 플레밍 등 21명의 이름을 예시했다. 각각의 작법을 분석하며 무엇을 버리고 취할지 안내한다. 헤밍웨이는 표현의 정확함과 극적 효과를 위해 짧은 문장을 선호했고, 이는 신문기자의 경험에서 나왔다는 식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스티븐 킹도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라는 책을 썼다. 킹은 존 스타인벡이나 헤밍웨이의 문장을 예시하면서도 그에 앞서 윌리엄 스트렁크 2세와 E. B. 화이트의 『문체요강(The Elements of Style)』을 권한다. 글쓰기 책도 계보가 있다.
19.
수년 전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 안개에 젖은 카를 다리의 새벽을 즐긴 적이 있다. 인적 없이 호젓한 다리 위를 거닐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프라하 도시를 개괄하면서 카를 다리에 서너 페이지를 할애한 책이었다. 그 때 짝을 이룬 여성 둘이 옆에 나타났다. 일본인이었다. 나는 놀랐다. 그들은 도시 프라하가 아니라 카를 다리만 따로 정리한 책을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카를 다리의 아쉬움을 달랠 만한 책을 만났다.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 눌와)였다. 나무를 다룬 수많은 책 가운데 궁궐에서 자라는 나무만 다룬 책은 처음이었다. 도시 프라하 중 카를 다리만 콕 찍은 일본 책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후 나는 이 책의 저자 박상진 교수에게 신뢰를 가지게 됐고, 광화문 현판 균열 사고가 났을 때 그의 발언을 가장 경청했다. 책을 보면 저자의 생각과 순수성을 알 수 있기에 그랬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텍스트를 짓는 학자의 역할이다. 근래에 생태학 붐이 일면서 나무와 꽃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 책은 그렇다 쳐도, 성인용 책마저 독창성 없는 아류들이 많다. 나무 사진을 찍어 놓고 감상을 담은 사연 몇 줄을 걸치는 형식이다. 개인적으로는 경이로운 경험이겠으나 지적(知的) 성취는 미약하다. 그리고 수없는 복제와 표절, 변형이 이어진다. 이 책에는 목재조직학자, 수목학자로서 40년을 보낸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담겼다. 1000여 종이 넘는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242종의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에다 문화적 의미를 보탰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하나의 든든한 텍스트를 곁에 두면서 알뜰살뜰 나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20.
수년 전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 안개에 젖은 카를 다리의 새벽을 즐긴 적이 있다. 인적 없이 호젓한 다리 위를 거닐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프라하 도시를 개괄하면서 카를 다리에 서너 페이지를 할애한 책이었다. 그 때 짝을 이룬 여성 둘이 옆에 나타났다. 일본인이었다. 나는 놀랐다. 그들은 도시 프라하가 아니라 카를 다리만 따로 정리한 책을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카를 다리의 아쉬움을 달랠 만한 책을 만났다.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 눌와)였다. 나무를 다룬 수많은 책 가운데 궁궐에서 자라는 나무만 다룬 책은 처음이었다. 도시 프라하 중 카를 다리만 콕 찍은 일본 책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후 나는 이 책의 저자 박상진 교수에게 신뢰를 가지게 됐고, 광화문 현판 균열 사고가 났을 때 그의 발언을 가장 경청했다. 책을 보면 저자의 생각과 순수성을 알 수 있기에 그랬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텍스트를 짓는 학자의 역할이다. 근래에 생태학 붐이 일면서 나무와 꽃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 책은 그렇다 쳐도, 성인용 책마저 독창성 없는 아류들이 많다. 나무 사진을 찍어 놓고 감상을 담은 사연 몇 줄을 걸치는 형식이다. 개인적으로는 경이로운 경험이겠으나 지적(知的) 성취는 미약하다. 그리고 수없는 복제와 표절, 변형이 이어진다. 이 책에는 목재조직학자, 수목학자로서 40년을 보낸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담겼다. 1000여 종이 넘는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242종의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에다 문화적 의미를 보탰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하나의 든든한 텍스트를 곁에 두면서 알뜰살뜰 나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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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을 보면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가 생각난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책의 내용도 전체적으로 정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와 같다. 부제 또한 그러하다. ‘인생 앞에 홀로선 젊은 그대에게’. 표지에는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글을 뽑았다. 이 정도면 알겠다. 젊은이들에게 주는 삶의 지침서다. 약간 삐딱하게 보자면 잘난 교수의 성공담 혹은 잔소리로 읽힌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남가주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의 소비자학과 교수로 입성한 자의 이력서 아닌가. 사랑 문제에는 아예 주례사 수준이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책을 보여줬더니 인상부터 찌푸린다. 이런 책 한두 권 봤냐는 표정이다. 내가 읽을 책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목적의식에 사로잡혔나? 그런 혐의를 무릅쓰고 책의 미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성세대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아니라 목소리가 조근조근 낮다. 그러면서 젊은이와 눈을 맞추며 가능성과 자신감의 중요성을 전한다. 스펙 쌓기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대학의 풍속을 두고 ‘불빛을 향해 돌진하는 부나비의 주광(走光)’이라고 걱정하며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을 권한다. 저자의 신실함은 방법론을 전하는 데서 빛난다. 이를 테면 꿈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야 하고, 정체성은 성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성찰에 이르는 길로서는 독서, 대화, 여행을 꼽는 식이다. 길을 먼저 걸어간 선험자의 내비게이션은 구체적인 지시어로 이어진다. 시간을 잘 관리하라, 신문을 제대로 읽어라, 글쓰기 능력은 힘이 세다….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선다. 저자는 한국인의 평균연령을 80세로 잡는다면 24세는 아침 7시 12분이라고 셈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재학 중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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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로 -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의 
  • 이시형 (지은이) | 생각속의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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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원로 가운데 늘 놀라움을 던져주는 분이 계시다. 이어령 교수와 이시형 박사. 장년의 한국인 가운데 두 분의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은 분이 드물 듯하지만 이들은 지금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한다. 그렇다고 지나간 회고담이나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핫이슈나 트렌드를 붙잡는 어엿한 현역이다. 이시형 박사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신간 서적을 쏟아낸다. 지난 7월 『세로토닌하라 :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인간』을 펴내더니 11월에 다시 『위로』를 출간했다. 4개월 만에 두 권의 책을 내는 경이로운 에너지가 놀랍다. 최근 저자의 관심사인 세로토닌의 심리를 스스로 임상실험하고 있는 것일까. 신간 『위로』 역시 세로토닌 포엠(serotonin poem)과 세로토닌 마인드(serotonin mind)를 활용했다. 좋은 시가 전해 주는 좋은 마음의 상태를 제시한다는 전제 하에 모두 49편의 시가 등장한다. 5개의 카테고리 가운데 ‘일상 속에서’가 13편으로 가장 많고, ‘연애와 결혼’, ‘가족의 울타리’, ‘직장 생활’, ‘대인 관계’ 등 나머지 주제에서 각 9편을 모았다. 그러니까 49개의 상황을 설정한 뒤 49편의 시를 들려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이다. 내용은 시 해설이 아니라 시 한 구절에서 인생의 철학을 발견하고, 시 한 토막에서 지혜의 광맥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가을,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글판을 장식했던 정석주의 시 「대추 한 알」을 읽어 보이고는 그 대추를 돌본 사람의 손길을 기억한다. “시 한 편이 쌀 두 말이고, 시집 한 권이 국밥 한 그릇”이라는 함민복의 시 「긍정적인 밥」을 소개하고서는 절망과 희망의 관계를 설명한다. 당신이 나이를 낮추어 말한 적이 있거나, 우연히 첫사랑을 만났거나, 어머니의 빈자리가 그리워지거나, 성공이라는 말이 막연하게 느껴지거나,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국민주치의 이시형 박사가 49개의 물음에 일일이 시 한 편씩을 낭송하면서 따뜻한 위무의 처방전을 손에 쥐어 준다.
23.
  • 유럽의 발견 
  • 김정후 (지은이) | 동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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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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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살고 있는 건축가 겸 도시사회학자 김정후 씨가 건축과 도시에 대해 쓴 교양서다. 이 책이 그동안 유럽을 소개하는 다른 책과 차별성이 있는 것은 3개의 키워드를 선택한 뒤 주제에 부합하는 도시와 건축물을 찾아내 그 곳에 얽힌 철학과 사연을 전하는 것이다. 김정후표 유럽 문화의 키워드는 문화예술과 랜드마크, 그리고 녹색이다. 저자는 이 것을 유럽을 이해하는 나침반으로 삼아 15곳을 저술의 재료로 삼았다.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도시와 건축물의 연계성을 찾아낸 시각이 참신하다. 1부 ‘문화, 예술 그리고 낭만으로 가득하다’는 리버풀의 앨버트 독처럼 오래된 주택과 낡은 창고를 새로운 공공공간으로 개조하거나 새롭게 복원한 파빌리온, 첨단과학이 시용된 미술관을 소개한다. 2부 ‘발상의 전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다’는 기념비적 건물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창조하는 경우를 들었다. 도시는 최첨단 기술이나 파격적인 모습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정체성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비, 프라하의 댄싱 하우스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3부 ‘건축, 녹색의 향기를 머금다’는 스톡홀름의 우드랜드 공원묘지, 파리의 케브랑리 박물관 등 친환경 건축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우드랜드 공원묘지다. 30만평의 대자연 속에 공원처럼 펼쳐진 무덤은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스웨덴의 레베렌츠가 전체 조경을, 아스플룬트가 건축을 담당해 묘지 건축의 한 지향점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세기 건축물로는 드물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건축가 스스로 이 곳에 잠들면서 소박한 묘비명을 남겨 숙연함을 더해 준다. 건축가 승효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조성할 때 이 곳을 언급했다지만, 나는 양화진 외국인 묘지의 초라한 형색을 떠올렸다. 그리고 복제된 비석이 열병하듯 늘어선 우리 공원묘지의 풍경도 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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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마을은 너른 품을 가졌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통이 알려주었다. 일탈이 있으면 나무라되 내치지 않았다. 마을에는 몸이 불편하거나, 생각이 약한 사람도 함께 살았다. 그들 역시 구석으로 내몰지 않았다. 마을의 허드렛일을 해치움으로써 당당한 구성원이 됐다. 『달달한 인생』(생각의 나무)을 쓴 지현곤 씨는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다. 도시는 그를 밀어냈다. 척추결핵의 후유증으로 골방에서 엎드려 생활한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1학년이 전부다. 한글도 독학으로 배웠다. 그러나 그는 신체장애를 이기고 카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독학으로 익힌 카툰은 대전국제만화영상전 대상(1994), 국제서울만화전 대상(1995)을 받았고 2008년에는 뉴욕 아트게이트 갤러리 초대전을 열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책은 장애인 카투니스트의 작가론이자 작품론이다. 그는 평화에 관심이 많다. 작품 ‘탱크와 포신에 빨래 너는 아낙 2’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제 포탄을 날려대던 포신이라도 길게 뻗어있다면 아낙의 빨래는 햇살 아래 뽀송뽀송 말라간다.” ‘노아의 방주’ 연작에서는 반달 두 개로 빛을 만들어 내는 노아를 그린다. 그의 삶도 경이롭다. 인파 속으로 다이빙하는 작품 ‘나’처럼 세상 속에 뛰어들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기도하는 신앙인이다. 자생적 그리스도 신자인 그는 아침에 30분, 저녁에 1시간씩 기도한다. 골방에서 중얼거리듯이 기도한다. 책 제목 ‘달달한 인생’은 달을 좋아하는 저자의 마음이다. ‘달달하다’는 ‘달콤하다’는 영남방언이기도 하다. 그의 삶이 달달한 시간으로 이어지길 염원한다.
25.
  • 번역투의 유혹 - 일본어가 우리말을 잡아먹었다고? 
  • 오경순 (지은이) | 이학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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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언어의 경연장이다. 글로벌 환경에서 언어를 둘러싼 국적의 힘은 많이 약화됐다. 그보다는 언어 스스로의 매력이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언어는 활용성을 바탕으로 언중의 선택과 버림을 받는다. 언어의 위상은 다양한 변주를 보인다. 내국어를 대체하는 외국어, 외국어를 보완하는 내국어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알아둘 것이 하나 있다. 모국어의 지위가 내셔널리즘으로 보호받던 시대는 지났지만 나랏말의 구성만큼은 제대로 알고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자어, 영어, 일본어가 우리의 언어생활을 한층 풍요롭게 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모국어의 뿌리를 제대로 알아야 외국어 활용도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우리 생활에 들어온 외국어 가운데 일본말의 침투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를테면 한자어로 알려진 ‘一石二鳥’는 영어 속담 ‘to kill two birds with one stone’를 일본 학자가 사자성어로 만든 것이다. 무심코 쓰는 단어나 문장이 일본식 문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은 수차례 반복됐지만 여전히 정수리를 맞은 듯 아프다. 현역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학위를 취득한 저자의 신분이 그렇듯 책의 구성이 체계적이고 용례가 다채롭다. 글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어휘의 유혹과 표현의 유혹. 저자는 먼저 ‘몸적으로, 마음적으로’와 같은 단어의 억지 조합의 난센스를 지적하면서 일본식 조어인 ‘∼적(的)’의 사용을 줄이라고 권한다. 오랜 관행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느냐고? 저자는 당장 ‘∼적’을 아예 빼어버리거나, ‘∼적’ 대신 ‘의’나 ‘에서’와 같은 조사를 쓰면 된다고 말한다. ‘학술적 가치’는 ‘학술 가치’로, ‘보수적인 색채’는 ‘보수 색채’로, ‘구체적 설명’은 ‘자세한 설명’으로, ‘일시적으로’는 ‘한 때’로, ‘신화적 존재’는 ‘신화 같은 존재’로, ‘교육자적 자질’은 ‘교육자다운 자질’로. 놀랍지 않은가. 일본어 격조사 ‘の’의 남용도 우려한다. ‘우리의 나라’보다는 ‘우리나라’가, ‘우리의 선생님’보다는 ‘우리 선생님’이 자연스럽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독립선언문부터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를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로 바꿀 수 있다. ‘만남의 광장’은 ‘만나는 광장’이 좋다. 이밖에 ‘∼임에도 불구하고’는 그냥 ‘∼에도’로, ‘하고 있다’는 ‘한다’로, ‘아버지로부터의 편지’는 ‘아버지로부터 편지’로 쓰는 것이 일본말 번역투의 잔재를 털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생활에 굳어진 ‘부부’는 ‘내외’로, ‘가족’은 ‘식구’로 쓰는 것이 옳다. 이 책은 번역투의 만연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이런 번역투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점이 돋보인다. 글을 쓰거나, 외국어를 우리글로 옮기거나, 우리말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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