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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엄혜숙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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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지청구’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아랫사람의 잘못을 따져 꾸짖음.’이란 뜻이 있다. 손녀가 밥알을 남길 때마다 할머니는 지청구를 하신다. 할머니에게는 밥알을 남기는 것이 잘못이기 때문이다. 왜 잘못일까? 밥알 한 알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땀 흘려 일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밥알 하나 버리면 죄가 일곱 근 반이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땀 일곱 근 반의 내역은 어떠할까? 볍씨를 싹 틔울 때, 볍씨를 모판에 뿌릴 때, 모심을 때, 김맬 때, 추수할 때, 방아 찧을 때, 농부가 쌀을 남에게 팔 때 각각 땀이 한 근씩 나온다. 엄마가 쌀로 밥 지을 때 또 땀이 반 근 나오고. 이 시는 밥알 하나에 깃든 여러 사람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을 보면, 할머니가 지청구하는 내용에 따라 손녀 아이의 밥그릇에 일하는 작은 사람들이 나타난다. 할머니 말을 들으면서, 손녀 아이가 떠올리는 이미지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시에서 나오지 않은 내용들도 표현되어 있다. 김맬 때 장면을 보면, 벼 사이를 오가며 일하는 오리를 비롯하여 개구리며 여러 곤충들이 등장한다. 사람만이 벼를 키우는 게 아니라 동물들도 함께 일하며 벼가 자라는 논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글 없이 그림만 나오는 그다음 두 장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의도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벼꽃에 꽃가루를 묻혀 주는 나비들, 논에 사는 여러 식물들을 보면, 농부는 논에서 벼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그 논은 이미 여러 생명들이 어울려 사는 공존의 터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근대 이전에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일이 농사였다. 밥을 먹어야 살 수 있고, 그 밥을 먹게 해주는 노동인 농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자주 들을 수 없지만, 농자 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곧 ‘농사는 온 세상 사람들이 생활해 나가는 근본이다.’라는 말은 나 어릴 때만 해도 자주 강조되던 말이었다. 그렇게 농사꾼의 기질이 여전히 남아 있던 그 시절에는 쌀 한 톨, 밥알 한 알은 엄청나게 소중한 것이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 일이다. 밥을 잘 먹다가도 마지막 한 숟갈이 남으면, 갑자기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밥을 남기려고 하면, 우리 할머니는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쌀 한 알에는 농부님 땀 한 됫박 들어 있단다. 귀하게 여기고 남기지 마라.” 그 말씀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남은 밥 한 숟갈을 퍼서 꼭꼭 씹어 먹곤 했다. 농사를 짓고 살았던 우리 할머니에게도 손녀가 밥을 남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밥알 한 알에 담긴 땀, 즉 노동에 대해 깨닫게 해준다. 그런데 조금만 시각을 넓히면, 밥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삶이 모두 남의 노동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남의 노동이 만들어낸 선물을 날마다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노동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벌레들, 새들, 다른 식물들이 함께 관여하고 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만물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2.
  • 사랑 
  • 김용택 (지은이), 주리 (그림) | 바우솔 | 2020년 3월
  • 14,000원 → 12,600 (10%할인), 마일리지 700원 (5% 적립)
  • (7) | 세일즈포인트 :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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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랑’을 완벽하게 창조해내다! 시 그림책 《사랑》을 읽고 이 작품의 제목은 ‘사랑’이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지금 누군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나서,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차분하게 표현한 시다. 화자는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나서 몇 개월이나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괴로워했다는 말로 시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시를 화가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화가는 화자를 남자로 표현했다. 시에서는 화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시를 쓴 시인이 남자이고, 어조로 미루어 볼 때 남자로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또,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는 때를 봄으로 보고, 지난 몇 달간의 모습과,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던 시간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즉, 헤어지고 나서 몇 달간 칙칙한 겨울을 보낸 다음, 새 봄을 맞으면서 헤어진 이에게 드디어 마음의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 타이틀 페이지에 이파리가 시들어가는 식물이 담긴 화분이 흑백으로 나온다. 책장을 넘기면, 본문 첫 화면에는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다.’는 화자의 말과 함께 뒤집혀 있는 실내화, 바닥에 놓인 가방과 목도리, 소파에 함부로 둔 윗도리, 그 소파에 구겨지듯 누워 있는 남자의 뒷모습, 그리고 이파리가 시든 식물이 담긴 화분이 보인다. 여기서 시들어가는 식물이 담긴 화분은 절망적인 화자의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일 게다. 화자는 ‘당신’과 ‘내’가 둘이 함께 사랑하던 시절을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상황을 화가는 보랏빛 꽃들 사이에 있는, 보라색 옷을 걸친 여자를 통해 표현한다. 내 맘 속에 있는 그리운 이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로 있어도 서로 연결되어 있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연결이 끊어지고, 혼자 동그마니 남은 상황. 화가는 이 상황을 남자 혼자 산에 올라가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화자는 몹시 괴로웠지만, 그 상황을 “세상이 더 넓어져 /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예뻐 보이고 / 소중하게 다가오며 /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을 이겨내면서, 자신이 세상의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화가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남자가 혼자 벤치에 앉아 있는데, 주변에서 아이들이 빨간 공을 갖고 공놀이를 한다. 공이 남자에게로 굴러왔을 때, 남자는 아이들에게 공을 돌려준다. 즉, 어른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빨간색 공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빨간색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시를 보면, 화자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순간을 회상하는 때가 있다. “당신의 어깨에 /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은 참 좋았습니다.” 둘이 함께했던 순간, 잔잔한 바다와 지는 해와 함께 존재했던 순간, 그 순간을 화자는 떠올리는 것이다. 둘이 함께한 시간은 붉은 해로 물드는 순인데, 이때의 붉은 색깔이 붉은 공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화자가 아무리 추억을 잊지 못해도, 새로 온 ‘이 봄은 / 따로 따로 봄’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낼 수 없는 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마음과 “내 조국 산천”이 함께 “아픈 한 봄”인 것이다. 결국 화자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사랑했던 이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넨다. 추억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둘이 헤어졌음을 인정하고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겨울에서 봄에 이를 때까지 시간이 흐르는 과정을 화가는 개나리에게서 연두색 잎이 돋고, 노란색 꽃이 피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 노란색은 보라색 옷을 입은 여자가 개나리꽃이 활짝 핀 담 옆에서 아이들을 노란 버스에 태우고 있는 데로 연결된다. 즉, 화가는 회색, 보라색, 빨간색, 연두색, 노란색을 통해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화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시인은 이 시에서 이제는 잃어버린 사랑, 그러나 그 사랑으로 인해 더 성숙해진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한 내용을, 화가는 다채로운 색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한다. 그림이 글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글을 새롭게 해석하여, 자기만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3.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세상은 친구로 가득 차 있다 시 그림책 《숲속의 생일 초대》를 읽고 숲속 사는 곰이 생일을 맞아 친구들을 숲으로 초대합니다. 하늘과 바다와 땅에 사는 친구,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라에 사는 친구, 낮과 밤에 움직이는 친구를 모두 초대합니다. 친구들은 곰의 생일 초대에 기뻐하며 저마다 다른 선물을 갖고 찾아옵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에게 생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생일을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날로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작고도 작은 생명의 씨앗이 엄마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드디어 세상에 등장하는 날입니다. 열 달 동안 엄마와 아빠는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주변의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라는 거지요. 그런데 단지 그뿐일까요? 시인은 우리에게 생일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생일은 우리가 지구별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는 걸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나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수많은 생명들과 만나면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숲속 곰은 자기 생일에 이렇게 다양한 친구들을 초대하는 게 아닐까요? 숲속 곰은 하늘과 바다와 땅에 사는 친구들을 모두 초대합니다. 지구별 모든 공간에 사는 생명체가 모두, 곰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인 것입니다.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라의 친구들, 밤에 움직이는 친구와 낮에 움직이는 친구들을 초대하는데요, 이것은 모든 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숲속 곰은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여러 생명체와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거지요. 이 그림책은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만 울림을 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순간순간이 모두 다른 생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 세상은 친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다른 생명체가 우리의 친구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삶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다른 생명체들을 단지 우리의 필요를 메꿔주는 대상화된 존재로 여기는 게 아니라, 지구별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로 여긴다면, 우리 삶은 좀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지겠지요. 우리는 친구들이 주는 선물로 살아가는 존재일 테니까요. 어쩌면, 시인은 생일이라는 시간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우리는 지구별에서 잠시 살다가 사라지는 여행자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에는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잠시 잠깐 세상에 사는 거지만, 여러 생명체들과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또, 우리의 삶은 여러 친구들이 기꺼이 주는 선물로 유지된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시인은 생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삶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병호 화가는 이러한 세계를 눈부시게 멋진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지요. 나무들이 연두색 이파리를 내기 시작하는 봄입니다. 그림책을 펴고 즐겁게 보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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