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사연으로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수년간 담은 생생한 기록이다. ‘등산객이 새끼 멧돼지를 데려왔다.’ 이럴 땐 어미가 잠시 피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구조’가 ‘납치’가 된 셈이다. ‘쥐를 잡던 수리부엉이가 똥통에 빠졌다.’ 코를 움켜잡고 똥 범벅이 된 녀석의 깃털을 하나하나 씻겨 줬다. ‘배고픈 너구리가 민가에 내려와 개밥을 훔쳐 먹다가 복돌이한테 엉덩이를 물렸다.’ 물린 상처에 꾄 구더기를 하나하나 잡아냈다. 이처럼 <야생동물 구조 일기>에는 어미 잃고, 다치고, 병든 야생동물들의 가슴 절절하면서도 황당한 사연들을 위트 있게 하나하나 소개한다.
또 구조된 새끼 삵 형제를 밀착 취재해 삵과 고양이가 어떻게 다른지, 사냥 기술과 야생 훈련, 방생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 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이 어려운 겨울철새 독수리의 부화 과정도 담았다. 날개 다친 독수리 부부가 새끼 독수리를 부화시킨 일은 그 해 가장 큰 경사였다. 현장에서만 터득할 수 있는 노하우도 살뜰히 챙겼다. 새끼 동물들이 사람을 어미로 ‘각인’하지 않도록 가면이나 천을 뒤집어쓰고 먹이를 준다거나 덫의 구조를 살펴보면서 덫이 동물들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는지 알아보고, 위치 추적기와 인식칩이 야생동물의 위치와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야생동물치료소의 10년 간의 취재 기록
따뜻한 봄이 오면, 야생동물들은 새끼를 낳는다.
야생동물치료소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이 책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수년간 담은 생생한 기록이다.
봄날, 새끼 야생동물들을 보았나요?
5월, 강원도 철원의 야생동물치료소는 갓 태어난 새끼 동물들을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야생동물들의 수호천사이자, 재활관리사인 ‘수호 샘’과 그를 보조하며 관찰하고 기록하는 ‘협’ 작가는 야생동물들의 ‘집사’이자 ‘엄마’인 셈이다. 5월 1일, 구조 신고가 들어왔다. 차에 치인 어미 삵이 태어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새끼들을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다. 멸종위기종인 삵은 다른 야생동물에 비해 이동이 잦아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기 삵을 구조해 치료소로 데려왔다. 어미 품 대신, 인큐베이터와 사람의 손길로 하루하루 커 가는 아기 삵 형제들… 과연, 이들은 어미 삵이 뛰던 드넓은 들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야생동물 구조 일기》는 새끼 삵을 비롯한 20종의 야생동물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낸 관찰 일기와 현장 스케치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논픽션 그림책이다.
야생동물과 사람, 좌충우돌 동거 생활!
‘등산객이 새끼 멧돼지를 데려왔다.’ 이럴 땐 어미가 잠시 피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구조’가 ‘납치’가 된 셈이다. ‘쥐를 잡던 수리부엉이가 똥통에 빠졌다.’ 코를 움켜잡고 똥 범벅이 된 녀석의 깃털을 하나하나 씻겨 줬다. ‘배고픈 너구리가 민가에 내려와 개밥을 훔쳐 먹다가 복돌이한테 엉덩이를 물렸다.’ 물린 상처에 꾄 구더기를 하나하나 잡아냈다. 이처럼 《야생동물 구조 일기》에는 어미 잃고, 다치고, 병든 야생동물들의 가슴 절절하면서도 황당한 사연들을 위트 있게 하나하나 소개한다. 또 구조된 새끼 삵 형제를 밀착 취재해 삵과 고양이가 어떻게 다른지, 사냥 기술과 야생 훈련, 방생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 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이 어려운 겨울철새 독수리의 부화 과정도 담았다. 날개 다친 독수리 부부가 새끼 독수리를 부화시킨 일은 그 해 가장 큰 경사였다. 현장에서만 터득할 수 있는 노하우도 살뜰히 챙겼다. 새끼 동물들이 사람을 어미로 ‘각인’하지 않도록 가면이나 천을 뒤집어쓰고 먹이를 준다거나 덫의 구조를 살펴보면서 덫이 동물들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는지 알아보고, 위치 추적기와 인식칩이 야생동물의 위치와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야생동물치료소에서 고군분투하는 현장 사람들의 모습도 생생하게 담았다. ‘서포터스의 날’에는 봉사자(수의사, 사육사, 소모임 회원, 학생) 수십 명이 모여 정기 검진, 밀린 수술, 올무와 덫 제거, 비행 훈련, 훈련장 설비 등 야생동물치료소에서 하는 모든 업무를 오밀조밀하게 그려 펼침면으로 구성했다. 또 야생동물들의 습성을 고려해 만든 입원실도 인상적이다. 다리가 부러진 두루미를 위해 전용 임시 의자(슬링, Sling)를 만들고, 초겨울 구조된 살모사가 봄이 될 때까지 냉장고 속에서 동면하는 풍경은 엉뚱하고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의 생생한 기록과 야생동물 전문가들의 꼼꼼한 감수
무엇보다 이 책은 10년 동안 야생동물만을 집요하게 관찰한 작가의 끈기와 노력이 응축된 작품이다. 놀랍지만 과장 없이, 생기발랄하면서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일기체는 관찰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동적인 펜 선과 선명한 컬러잉크 채색의 조합, 만화식 구성은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장감을 더한다. 작가 노트 느낌을 한껏 살린 책 꼴은 따뜻하면서도 야생동물의 궁금증과 재미를 더욱 고조시킨다.
《야생동물 구조 일기》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전문가들이 협업한 뜻깊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수호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며 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 일등 공신이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위급한 수술을 도맡았던 야생동물 전문 수의사 김영준 박사 역시 동물들의 생태 정보와 현장 감수를 꼼꼼하게 챙겼다. 야생동물 연구가 최현명은 동물의 골격과 움직임에 따른 개체별 특징과 형태를 예리하게 짚어 내며 그림 감수를 도왔다.
마지막으로 새끼 야생동물 구조 대처법을 정보페이지에 상세하게 소개했다. 순서도로 보는 새끼 야생동물의 구조 방법과 지역별 야생동물구조 신고 연락처, 구조 시 유의할 점 10가지를 친절하기 안내해 두었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 야생동물치료소… 이곳은 인간의 무분별함과 무관심, 위협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이다. 인간과 야생동물, 서로가 지켜야 할 보이지 않는 선은 어디쯤일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들의 삶과 터전을 얼마나 빼앗으며 살아온 걸까?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이 야생동물들의 좁은 숨통을 틔우는 실낱같은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라 본다!
최협 작가 인터뷰
| 언제부터 철원 야생동물치료소에 있었나? 주로 무슨 일을 담당했나?
2004년부터 지금까지 수시로 드나들었다. 벌써 12년째다. 취재 집중 기간엔 몇 개월씩 먹고 자며 지내기도 한다. 치료나 수술 시에는 수의사를 보조하지만 주된 업무는 재활 관리와 구조, 입원실청소, 먹이주기, 동물 시설 보수 작업 등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 작가 의도가 있는가?
야생동물치료소(또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고자했다. 특히 이번 책에는 봄날, 고아가 된 새끼 포유류들을 집중해 다뤘다. 봄에는 새끼 야생동물들을 구조했다며 데리고 오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어미와 생이별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또 아직까지도 야생동물을 비밀스러운 먼 존재나 농작물을 망치는 가해자로 여기는 게 안타까웠다. 인간의 무분별함으로 차가 질주하는 도로를 건너고, 덫과 올무에 걸리고, 밀렵꾼의 총에 쫓기며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싶었다. 그것이 인간인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곁에서 지켜본 김수호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
단순히 재활관리사라는 직함이 모자랄 만큼 야생동물 관계자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분이다. 별명 그대로 야생동물들의 ‘수호천사’이다. 야생동물과 관련된 일이라면 말보다는 발로 뛰며 몸으로 움직이는 분이다. 수호 샘의 어머니께 전해 들었는데, 어릴 때부터 아픈 야생동물을 집으로 데리고 와 정성껏 치료해 돌려보냈다고 한다. 고향인 철원 땅을 지키며 두루미를 위한 한 평 땅 사기 운동도 활발히 펼치고 계신다. 묵묵하게 동물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 주인공이 떠오른다.
| 취재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
야생동물치료소 일들을 거들다 보면, 정작 취재하고 조용히 관찰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무와 취재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야생동물 친구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고민 따위는 투정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된다.
|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야기를 수시로 스케치하고 메모한다. 사진보다는 현장에서 움직임이나 행동을 관찰하는 편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녹음을 해 녹취를 풀기도 한다. 메모한 글들을 노트에 다시 정리한 다음, 그림책 글로 옮긴 다음,섬네일 스케치를 여러 개 만들어, 장면을 넣고 빼는 작업을 반복한다. 보통 사진 자료나 기록들을 저장하지만, 현장에서 발 빠르게 기록한 순간들이 다시 봐도 가슴 떨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 야생동물들이 본인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치열함이다! 가장 순수하고 본능적인 치열함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야생동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불꽃처럼 맹렬하게 살아가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나를 비롯한 인간에게 잃어버린 순수한 본능을 가르쳐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함께 지내다 보면 그들과 내가 하나로 연결된 느낌마저 든다.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느낌이 아닐까 싶다.
| 가장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는?
책에서 언급했지만 독수리 부부가 알을 부화시킨 사건이다. 사실 독수리 부부가 두세 차례 알을 낳은 적이 있었지만, 부주의해 알이 깨지거나 새끼가 두발 서기를 못한 채 죽고 말았다. 검란기를 힘들게 구해 수호 샘과 마음 졸이며 몇 번씩 독수리 알이 무사한지 지켜봤다. 또, 방생한 두루미가 몇 년 뒤, 짝을 만나 새끼를 데리고 치료소 근처에 온 적이 있었다. 명절날 인사 온 자식처럼 대견하고 가슴 뭉클했다.
| 아이들과 강의할 때 인상 깊거나 재밌었던 반응은?
대부분 아이들은 동물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나 동물원의 동물들, 미디어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바로 떠올린다. 우리 주변에 야생동물이 아주 가깝게 살고 있다고는 쉽게 생각지 못한다. 강연에서 아이들에게 야생동물이나 구조 이야기를 들려주면, “뻥이죠?” 하며 안 믿는 아이들이 1/3이다. 그러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경청한다. 강연이 끝나고 나면, 수의사가 되겠다는 아이도 서너 명은 나온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좀 더 치열하게 관찰하고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솟는다.
| 왜 어릴 때부터 동물이 좋았나? 특별한 동기가 있었는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손가락보다 굵은대왕지렁이가 힘껏 몸을 날려서 펄쩍 뛰는 게 아닌가. 작은 생명체가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몹시 흥분했던 것 같다. 우산과 가방을 내팽개치고, 지렁이를 키우겠다며 가방 속에 담아 데려왔다. 물론, 얼마가지 않아 대왕지렁이는 죽었다. 그 뒤로 한 개체를 보면 오랫동안 가만히 지켜보는 특기가 생겼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 예정인가?
야생동물 한 개체를 좀 더 집중해서 다룰 예정이다. 우리집이 삼각산 자락에 있는데, 숲에 매년 찾아오는 솔부엉이 식구를 3년간 취재했다. 부화한 새끼 독수리의 성장기도 꾸준히 취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