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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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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가 이갑철이 1979년 제주에서 찍은 사진이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뒷모습. 이 책의 지은이는 우연히 마주친 이 사진을 예사로이 보고 지나치지 못한다. 바다, 그것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가려던 그곳, 제주에서 찍은 사진이라서다.
지은이는 이 사진과 소설가 조세희가 1980년 광주 이후에 "슬프고 겁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쓴 책(<침묵의 뿌리>)에 이끌려 이 책을 썼다. 사진은 아픈 기억을 건드려 책을 써야겠다는 동기를 제공해주었고 책은 그러한 글쓰기의 전범이 되었던 셈이다. 그리하여 지은이는 사진가 이갑철이 1980년대에 찍은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기억에 관해, 결국에는 그 기억이 축적되어 만들어낸 오늘 우리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사진이 현재를 소환하고,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사건과 중첩된다. 이국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흑백사진들은 그러나 기묘하게도 우리의 오늘과 연결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우리가 잊고자 했지만 끈질기게 되살아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거의 사진이 자꾸 오늘의 현실을 환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모든 과거가 제대로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결국 이 사진들을 통해 지은이는 눈 돌리지 말고 제대로 바라봄으로써 앞으로 한 발 나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6월 8일자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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