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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성대.부경대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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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에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전설적인 이야기꾼, 아리요시 사와코. 아리요시 사와코는 초기에 전통 예능을 소재로 하는 단편과 역사소설을 썼다. 역사소설도 아리요시 사와코가 쓰면 달랐다. 정석에 얽매이지 않고 대담하게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썼던 것이다.
중견 작가로 올라선 후에는 급격히 재편된 사회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을 주로 썼는데 일상을 희극적으로 묘사하거나, 항아리와 인간의 모습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내거나, 연극계의 질척거리는 속사정을 추리적인 기법으로 그려내었다. <악녀에 대하여>는 전후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사업가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그녀와 관련된 27명과의 인터뷰만으로 밝혀내는 소설이다. 어느 화창한 날, 도쿄 빌딩가 뒷골목에 미모의 여성 사업가가 마치 새빨간 꽃 한 송이가 떨어진 듯한 모습으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업의 여왕'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돌연한 죽음에 언론에서는 일제히 '자살인가 타살인가', '허식의 여왕,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한다.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작가가 그녀의 삶을 추적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찾아 나선다. 27인의 중요한 관련자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풀어놓는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실체를 점점 더 미궁으로 몰아넣는다. 그녀가 뒤틀어놓은 순수와 허식의 꼬리는 쉽게 잡히지 않고 진실은 갈수록 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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