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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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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현대 대도시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쫓기듯 전철 한 귀퉁이에 끼어 밀려가는 사람들과 홀로 공원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일을 마치면 집 근처 주점에서 혼자 맥주 한 잔을 마시고 휘청대며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곳은 당신이 살아내고 있는 이곳과 닮아 있다.
혼자 라면을 끓여 먹다가, 혹은 TV 속 개그 프로가 웃음이 아닌 먹먹함으로 다가올 때, 무언가 잃어버린 마음으로 서점이나 카페의 문을 열 때. 저자는 말한다, 사치라도 좋으니, 도쿄로 가라고. 당신처럼 유약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한없이 슬프지만 무엇이 슬픈지 알 수 없고, 늘 일상뿐이면서 그리워하는 거라곤 지금과 조금 다른 일상이 전부라면 도쿄, 그곳으로 가라고. 1. 우에노, 유유자적 꽃그늘 아래 : 걷기의 인문학, 유유자적 도쿄 산책
몇 해 전 가을, 미국 체류기를 준비하며 상당히 많은 여행 관련 책을 섭렵했었다. 사실 이 분야 책 중에는 의무감이 아니면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저자의 전작 <오사카에서 길을 묻다>를 펼쳐 들고는, 여행에 대한 저자의 사유가 상당하구나, 내심 놀라고 말았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글의 말미 부분이다. “정원을 가로질러 하얀 이불보가 널려 있다. 맥주를 다 마시고 나면 나는 창 아래 널릴 이불보 하나를 남기고 교토를 떠날 것이다. 며칠간 혹독하게 맞은 비도, 고심 끝에 고른 저녁 식사도, 아내와 나눴던 그 많던 이야기도 깨끗이 세탁되어 마당에 널릴 것이다.” 사찰과 신사의 도시, 교토 여행을 마무리하는 내용으로서 참으로 적절하지 않은가? 우리네 인생은 결국 공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그 공이라는 관념을 상품 이미지화하여 사찰과 도시는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저자 역시 그러한 교토의 부름에 응답했지만, 저자는 이 관념들을 막연한 감상으로 남겨두고 책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호텔 마당에 널린 ‘빨래’를 바라보며, 이제껏 지나온 모든 여정과 생각, 감정들을 빨래라는 일상적 사물로 대체해 가볍게 마무리해 버린다. 그의 여행기를 덮으며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과연 올해 내로 교토에 가 볼 수 있으려나, 일정을 헤아려 보는 것이었다. 올 봄 나는 도쿄 가족 여행을 준비하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계획을 접고 말았다. 이번 그의 원고를 받아들고 나는 접어두었던 계획을 슬그머니 다시 펼쳐 들었다. 그가 유유자적 거닐었던 도쿄의 공간들과 그가 들었던 수많은 술잔을 이어받고 욕심 욕망이 강하게 일었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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