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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현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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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오선영이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첫 소설집이다.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 작품집은 정주할 곳을 상실한 채 부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리얼리티 넘치는 소재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등단작 「해바라기 벽」은 벽화마을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포장’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가식적 삶과 위장된 인생의 허위의식을 폭로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이름(“명함”)을 잃어버린 채 길에서 비명횡사(“로드킬”)할 운명에 놓여 있는 K(「로드킬」), 아버지의 외도와 부재를 이해하는 엄마를 납득하기 어려운 ‘나’(「모두의 내력」), 인간 폭력의 근원과 파국적 미래를 예언하는 소녀(「칼」),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확고한 계급적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만능 백과전서를 상실한 아버지(「백과사전 만들기」) 등은 모두 이런 부유하는 삶들에 대한 작가적 응시이다.

「해바라기 벽」를 비롯한 8편의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서사적 알레고리와 현실 인식의 근간에는 안정적인 정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결핍과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해바라기 벽
로드킬
모두의 내력

백과사전 만들기
밤의 행진
부고들
상자

소설가와 만나는 시간
작가의 말

: "첫 소설집은 길 찾기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보면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인물들의 고민과 생각, 장소와 사건과의 관계 짓기, 소재에 대한 작가의 해석 등이 조감된다. 등단작을 그런 징후의 발원으로 보는 게 문학 동네의 오래된 진맥법인데 나로선 「해바라기 벽」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했던 인상이 생생하다. 도시재생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시의 적절하게 포착하고 시비해 나가는 솜씨도 공고하지만 주인공 여고생이 보여주는 격렬한 대응이 서늘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소녀는 자라서 벽화동네를 떠났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도시 빈민으로 살아간다. 그런 인물 중에서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택배제도의 숨은 의미를 비극적으로 파고 든 「상자」는 단연 문제적이다. 군인 아버지와 그 딸의 이야기를 계급과 자존심으로 돌기한 「백과사전 만들기」와 어른들의 욕망을 그린 「부고들」은 작가가 나아갈 길의 초입으로도 보인다. 가야할 길이 어딘지를 알고 다들 떠나지만 되돌아보고 둘러보면서 갈 일이다. 좋은 작가로 남기 바란다."
: "오선영의 소설은 한국사회의 중심문제, 곧 과잉과 결핍 사이의 심연이 고통과 좌절의 근원임을 생생하고 유니크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승자가 독식하는 제로섬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구렁을 메울 길이 없고, 약자와 여성의 몸을 강자의 전리품으로 삼는 세계에 정의가 있을 수 없다는 것. 시선의 피사체로 전락한 작중인물들은 도달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부러움을 드러내지만, 석기로 철기와 맞장 뜰 수 없듯이 그들의 남루한 꿈은 박탈로 인한 반사행동일 것이다. 아버지의 백과전서가 더 이상 타락한 제도와 편견에 맞선 싸움의 도구일 수 없는 것처럼, 부재하는 아버지 또한 악몽 같은 삶에 가위눌린 자라는 것.
작중인물에게 남아 있는 미지의 영역이 협착한 것은 기회도 결과도 평등하지 못한 현실을 작가의 투명한 의식이 정조준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발견하는 데 그런 의식의 무장이 중대한 참조점이 된다는 의미에서, 오선영의 소설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크다.

수상 :2009년 평사리문학상
최근작 :<연결하는 소설>,<문밖에 누군가가>,<카페인 랩소디> … 총 11종 (모두보기)
소개 :201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해바라기 벽」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의 내력』, 『호텔 해운대』, 『문밖에 누군가가』(공저) 등을 썼다. 평사리문학상,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오선영 (지은이)의 말
<모두의 내력>은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 제목이면서도,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력이란 단어에는 ‘역사’가 주는 무거움과는 다른, 개인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삶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역사’가 승자의 기록, 남성의 일대기, 왕을 비롯한 기득권자들의 이야기라면 문학, 그 중 소설은 패자와 여성, 아이, 장애인, 기득권이 되진 못했지만 기득권자보다 더 많았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지만, 한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소설이 바로 이것이에요. 거대서사에서 말하지 않는, 말할 수 없었던,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내력’은 소설집 전체 제목으로도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소설 속 인물들 뿐 아니라,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들, 그리고 소설을 쓰고 있는 저도 말이죠.
음… 하지만 그 내력을 다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을까요? 발굴현장에서 나온 유물에 대해 우린 이런저런 추정과 판단을 하지만, 그것을 사용한 이들은 이미 지금 여기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우린 사물을 가지고, 그것의 쓰임과 역할에 대해 추정할 뿐이죠.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지금-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일이 이런 뜻이었구나, 라고 알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혹은 영원히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삶은 더 미지의 대상 같아요. 알 듯 하면서도 모르는 게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모른다고 내버려둘 순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물이나 사람,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요, 알지 못하지만 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안다고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귀 기울이는 것.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애도와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희미한 희망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게 제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위로와 애도의 방법인 듯해요.소설가와의 만남, 261-26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