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상처를 위한 사회적 치유”
Sandra Bloom, 1997

심리적 외상에 대하여 이 관점을 오랫동안 옹호해온 사람으로서, 여성 외상 생존자를 위한 혁신적인 집단 심리치료 모델을 다룬 이 책의 머리말을 쓰게 된 것은 제게 크나큰 영광입니다. 하다르 루빈과 데이빗 리드 존슨이 개발한 외상중심 집단 심리치료 모델은 집단 환경이 여성들의 회복을 촉진함에 있어 독특한 맥락과 중요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데 근거합니다. 외상의 유형이 무엇이든, 치유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지지가 관건임이 입증되어 왔습니다. 특히 아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외상을 입힌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남성 피해자들이 주로 낯선 사람에게 해를 입는 데 비해, 여성 피해자들은 불행하게도 가족이나 친구 등 아는 사람으로부터 가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심리적 외상은 피해자의 전 생애를 뒤흔들어 병들게 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지요. 저는 남성 피해자 역시 이와 동일하며(외상의 역동은 조금 다를지라도) 따라서 이 모델을 조금만 수정하면 남성에게도 매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집단 치료는 여러 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은 집단 속에서 고립감을 덜 느낄 뿐 아니라 유사한 경험을 가진 이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외상과 관련된 낙인과 수치심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집단은 다른 참여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다른 사람들을 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외상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해를 입힐 것이라 여겨 다른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집단 환경의 독특한 혜택은 “지지적인 환경”이나 맥락을 제공하여 작업의 촉매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치유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습니다.
외상중심 집단 심리치료 모델은 이론적으로 발달 접근법에 바탕을 두면서 동시에 다양한 치료적 관점과 모델(경험적, 인지 행동적, 정신 역동적, 외상 관련적, 체계 등)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것은 TCGP가 증거 기반의 작업이 득세하는 추세에 따라 공동 리더들의 관찰과 경험(12년 동안 30회에 걸쳐 제공된)을 비롯해 참여자들에게서 얻어진 질적 데이터와 외상 생존자를 위한 집단 및 개인 치료와 관련한 점증하는 경험적 데이터로부터 여타 활용 가능한 집단 치료 모델에 기반하여 개발되고 적용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TCGP는 다른 집단 모델과 구별되는 몇 가지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특정한 외상 유형에 집중하기보다 외상 경험 자체의 회복을 목표로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참여자로 구성된 이질적 집단을 구성합니다. 그 맥락 속에서 단일 외상뿐 아니라 다중 외상 환자들에게 제공되었고, 만성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범주의 외상 후 장애와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상당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였습니다. 또한 노출을 외상 환자를 위한 치료의 기회로 지지하는 연구 동향에 발맞추어, TCGP는 집단의 시작 시점에서 곧바로 외상의 공개를 촉진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외상을 다루기에 앞서 안전과 담아주기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도로 구조화된 독특한 회기의 전개 과정을 고수합니다. 각 회기는 교육적인 내용의 강의로 시작하고 끝맺되, 중간에는 집단 역동과 외상의 충격을 다루는 토론 시간을 갖습니다. 전체 과정은 상대적으로 단기 작업에 속하며, 90분 회기를 16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루빈과 존슨 부부는 TCGP의 창조적 기반으로서 외상 부작용의 3단계 발달 모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외상의 부작용을 단기적 관점과 전생애적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어떤 시점에서 일어나더라도 그렇지만 특히 어린 시절에 경험된 외상은 조절과 동화의 정상적 발달을 방해하며, 그리하여 개인의 분별 능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합니다. 그것이 일차 부작용을 가져오고 적절한 치료가 없을 경우 다시 이차 부작용으로 확장되며 나중에는 삼차 부작용으로 악화되지요. 일차 부작용은 감각 과정의 결함, 정서 조절장애, 자기와 타인에 대한 잘못된 인지/도식, 부적응적 대인 관계를 포함합니다. 이차 부작용은 방어기제의 발달과 기타 대응 방식(곧 투사, 부정, 해리, 무모한 행동, 물질 남용, 자해)으로 혼란스러운 외상 경험과 감정으로부터 회피하는 것과 관련됩니다. 삼차 부작용은 의미 체계를 무너뜨려 무망감, 절망, 만성적 불신, 도덕적 타락, 외상과 관련한 상실을 애도하는 능력의 저하를 가져옵니다.
TCGP는 외상의 발달 과정을 통틀어 이 세 가지 수준의 영향에 체계적으로 접근합니다. 다섯 회기로 구성된 첫 단계에서는 일차 부작용을 설명하고 그것을 다루는 데 집중하고, 여섯 회기의 2단계에서는 대응 기제에 초점을 맞추며, 다섯 회기의 3단계에서는 의미 체계에 집중합니다. 각 회기는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시작과 마무리에 리더의 강의를 배치하고 그 사이에 토론과 중간 활동을 진행합니다. 전체 과정의 끝에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을 초대하여 외상과 그것이 미친 영향을 공개하는 졸업 의식을 치릅니다. TCGP의 또 다른 혁신점인 졸업 의식은 외상을 보다 큰 지역사회의 맥락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구성원들이 그것을 목격하게 하고 외상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피해자를 지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참여자들은 침묵을 깨고 외상을 공개하는 것을 통해 지지적인 가족과 친구들에게 외상의 짐을 상징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넘겨주게” 됩니다. 그렇게 숨어 있고 고립된 상태에서 빠져나와 낙인을 벗어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책이 잘 쓰여진, 접근성이 매우 높은 매뉴얼임을 금세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TCGP 모델을 사용하고자 하는 전문가가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설명함에 있어 상세한 지침을 제시할 뿐 아니라 복사해서 쓸 수 있는 학습장과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은유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기의 주제와 내용이 쉬운 말로 기술되어 있어 복잡한 경험을 참여자들에게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하여 전달할 수 있게 해줍니다.
내용과 변화 중심의 경험적인 치료 모델인 TCGP는 한 가지 구체적인 목표, 곧 16회기 과정을 통해 외상 경험을 다룸으로써 장기 도식과 행동/관계 유형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저자들은 10장에서 5개 집단의 다중 외상 여성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경험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이 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TCGP에서 치료사는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며 목표 지향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참여자를 재연된 외상에 직면시키고 교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다른 참여자들이 그것을 검증하도록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참여자들은 먼저 집단 작업 내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집단 외부의 일상 생활에서, 과거와 현재를 분별하고 자기와 타인에 대한 도식의 일반화를 멈추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저자들은 이 같은 치료적 입장과 외상 경험의 직접적 노출이 치료사에게 불안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이해하며, 그래서 불안을 줄이고 자신감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합니다. 참여자들이 정보와 사회적 맥락을 활용하여 서로 지지하도록 촉진한 것을 치료사를 위해 직접 실천해 보인 것이지요. 그리고 한 장을 외상의 재연이라는 주제에 할애함으로써 치료사가 그것을 문제로 다루기보다 성장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으며, 또 다른 장에서는 치료사의 자질과 도전을 상세히 살펴봅니다.
이 놀라운 책은 헌신과 인내로 외상을 입은 여성과 함께 해 온 저자들의 행보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TCGP 모델에 대한 설명과 치료사들이 그것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연마되고 명확하게 제시된 정보가 가득합니다. 외상중심 집단 심리치료는 심리적 외상을 위한 치료 모델에 공헌한 바가 매우 큽니다. 저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가까운 미래에 제 작업에서도 사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