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독재 체제가 본연의 정체를 감추려고 덧씌우는 거짓말이야말로 가족 간에 쉬쉬하는 비밀을 통해 우리가 이미 경험한 매커니즘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건전치 못한 비밀이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사회생활에서도 불쑥 고개를 드는가 하면 마침내 우리를 눈멀게 함으로써 급기야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을 용납하게 만드는 비극을 방지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하다.
가정의 응접실 한복판에 태어나게 될 아기의 초음파 검사 이미지를 진열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왜 아이들은 비디오 리모컨을 가지고 놀면서 똑같은 시퀀스를 수도 없이 반복하여 보는 것일까? 비디오 게임은 과연 아이들에게 위험한 것인가? 아이들은 그들이 보는 것을 모방할 위험이 있는가?
혹은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광고들은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직접 목격된 사실'들의 진실성을 들먹이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얼마만큼의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
이 모든 문제들은 따로 떨어진 독립적인 문제들이 아니다. 우리는 이 모든 문제들이 물건들과 이미지들의 새로운 지리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함께 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