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하는 일도, 사는 일도 도무지 쓸쓸하다 여겨져서
마음이 마치 적막강산에 홀로 선 나무 같아질 때, 혹은
모두가 잠든 새벽녘을 교교히 흐르는 달빛 같아질 때
시는 내게 찾아오곤 했다.
사십대가 되고 그런 날이 많아졌다.
이 시는 내 쓸쓸한 사십대의 그림자에 다름 아니다.
그런 그림자를 내게서 떼어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이제 다시는 내게 오지 마라.
죽든지 살든지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네가 채 사립문도 나서기 전에
내 등뒤를 서성이는 이 완강한 그림자는 또 무엇인가.
도대체 얼마나 더 쓸쓸해야 할까. 그래도 어쩌랴.
그래, 가지 마라 쓸쓸함아. 시야.
이젠 내 사랑도, 남은 내 생애도
아무런 대책 없이 버려 두지는 않겠다.
너무 오랫동안 죄를 지었다. 내게, 그리고 내 사랑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