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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문형

출생:1963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4년 4월 <꽃이 되고 싶은 미미>

식물과 춤추는 인생정원

내가 식물에게 얻은 것! 문득 ‘나의 나무’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누구’ 또는 ‘무엇’에 기대고, 피하고, 마음을 둘까? 내가 코너에 몰릴 때, 삶의 어려움에 닥칠 때,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 실패했을 때, 쉬고 싶을 때, 행운을 바랄 때, 누구 또는 무엇이 나를 지탱해줄까? 나의 나무는 가족이기도, 친구이기도, 연인이기도, 스승이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신념과 꿈과 일이 나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당신의 나무는 누구 또는 무엇인가? 당신의 의지처인 그 나무를 당신은 어떻게 가꾸는지? 23년 전 여름 늦은 밤, 거리를 지나며 이런 생각을 했다. ‘가로수는 어떤 기분일까?’ 다음 날 태양을 향해 우뚝 선 나무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무가 잘 사는 것은 해를 우러르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얼마 후 보도블럭 사이에 촘촘하게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는 이런 느낌이 들었다. ‘풀들은 대단하구나. 저 작은 틈에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이런 감탄과 궁금증이 겹쳐져 식물에 관한 책을 한 권 쓰고 싶어졌다. 어디서나 씩씩하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한 수 배우고 싶었다. 처음 생각은 단순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던 나는 식물 또한 하늘(신적인 존재)을 우러르고 순종하고 겸양하기 때문에 잘 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식물을 공부하면서 ‘그게 다가 아니구나.’ 했다. 그들은 순응하고 자족했지만 자신을 지킬 강한 힘도 지니고 있었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그들을 해칠지라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재주가 있었다. 그들의 삶은 치열했다. 밟히고 뜯기고 꺾이고 갉아 먹히고 뽑혀도 어떻게든 살아냈다. 질기고 강한 면모 속에는 지략과 술수도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원래 내가 쓰려던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착하고 순진한 모습을 주로 담으려고 했었다. ‘혼란스러운데? 여기서 접어야 하나?’ 망설여졌다. 두 가지 면모 중 하나를 버리고 쓸 수는 없었다. 결국은 솔직하게 식물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담았다. 어차피 생명이란 게 복잡다단한 게 아닌가! 우리 인간 또한 사느라고 별별 꼴을 다 보고 별짓을 다 하지 않는가? 그래도 식물은 자신의 생을 영위하느라고 남들을 챙긴다. 씨앗을 만들기 위해 곤충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내고 씨앗을 내보내기 위해 동물들이 탐낼 만한 것을 장만한다.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다. 그러지 않아도 다들 팔 걷어붙이고 달려와서 식물을 위해 일한다. 식물이 늘 ‘선결제’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식물은 느긋하게 거래한다. 상대가 부도를 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상대가 신용 좀 안 지켰다 해도 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식물에게는 모든 것이 풍부하고 모든 것이 넘친다. 식물의 거래 상대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이다. 영악한 인간도 포함된다. 그런데 식물은 알고 보면 ‘슈퍼갑’이다. 무슨 일이 잘 되었느니 안 되었느니 안달을 낼 이유가 하나도 없다. 모든 게 풍족하다보니 버리는 걸 아까와 하지도 않는다. 식물은 언제나 버리고 내보낸다. 산소도 물도 양분도 잎도 꽃도 열매도 씨앗도 저장하느라 끙끙댈 필요가 없다. 창고유지비가 필요 없다. 원할 때 쓰고 원할 때 버린다. 무엇이든 만들고 어떻게든 변신하고 유일한 생이 아닌 반복적 삶을 사는데, 아끼고 벌벌 떨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줄기와 뿌리에 많은 상처들을 지니고 있어도 끄덕 없다. 곤충과 동물과 인간들이 그들을 찾아와 챙길 걸 챙겨가고, 이유 없이 공격해서 흠집을 내서 아픔을 당해도, 그러고는 어느 날 설명도 없이 버림받아도 식물에겐 그게 일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왜? 식물은 지구상 최강자이고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니까. 지존의 자리에 있는 식물이 무엇이 섭섭하고 무엇이 두려우며 무엇이 아픈가? 그들은 만사가 똑같다. 내가 왜 16년에 걸쳐 <식물처럼 살기>를 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부족한 것, 결핍된 것을 추구한다. ‘아, 그렇구나. 나는 전혀 식물처럼 살지 못하였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런 이유로 식물처럼 ‘온전하게’ 살고픈 나의 바람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식물처럼’ 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싶어 안달을 한다. 언제쯤 그런 날이 올까 애태워 기다린다. 이 책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을 떨치던 2020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한국조경신문에 연재한 칼럼 <최문형의 식물노마드>를 모은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위기와 관련된 내용도 적지 않다. 우울하고 힘들었던 시기가 거의 끝나고 일상을 회복한 후 이 책을 내게 되어 기쁘다. 코로나가 잊혀가고 있지만 지구상 생물체가 직면하는 위기는 각양각색으로 발현되므로,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각자가 겪게 되는 ‘위기’로 치환하여 읽어도 되시리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 암울했던 때, 우리 곁을 여전히 오롯이 지켜준 식물들에게 무한 감사를 전한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심정이었다고 믿는다. 항상 지구를 빛내주는 나의 영원하고 유일한 벗, 식물에게 이 책을 바친다.

행복국가로 가는 길

서문 한국인 문화유전자와 행복국가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베트남 보트피플을 보았다. 나라가 망해 배에 몸을 싣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도는 불쌍한 이들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외삼촌은 그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셨는데, 허망했다. 조금 더 커서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읽었다. 잃어버린 모국의 언어로 공부하는 안타까운 마지막 날을 기술했다. 옛날 일제 강점기가 떠올랐다. 독후감을 써서 『소년중앙』에 보냈더니 삽화와 함께 실어주었다. 진지하게 책을 읽는 남자아이 그림이었다. 이 작은 경험들이 나라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었다. 외조부는 자수성가한 분이었는데 내가 자랄 무렵에는 일찍이 은퇴하시고 문중 일과 나랏일에 촉각을 세우고 계셨다. 대통령들에게 건의편지를 적어 보내시는 것이 일상사였다. 답장도 많이 받으셨고 연초에는 청와대 연하장도 날라왔다. 대학생이 되어 동아리에 들어갔다. 첫 모임에 소원망치가 들어줄 세 가지 소원을 적으라고 했다. 그때 우리 민족, 우리 공동체(남북 함께)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전쟁 없고 질병 없고 가난 없는’ 세상을 적었다. 하지만 나의 답안은 다른 친구들의 것은 전혀 달라서 당혹했다. 한참을 지나 그러한 나의 소원들은‘나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미 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의 마음이었다. 단군 이야기의 ‘홍익인간’을 알게 될 무렵, 지금은 고인이 되신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님을 만났다. 회장님께서 마악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를 만드셨을 때였다.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겨레얼 본부의 최초의 교재 『겨레얼살리기』를 집필했다. 아주 오래전 조상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글을 쓰면서 굽이굽이 아픔과 슬픔이 몰려왔다. 그렇게 착하고 예의 바른 우리 민족이 어쩌다가 몹쓸 일을 당했는가, 그리고 왜 트라우마와 근거 없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몸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다르다. 어디가 문제인지 찾아서 치유해야 한다. 본래 우리 유전자는 강하고 슬기롭고 화목하다. ‘혼자가 아닌 함께’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았다. 공자의 인仁보다 예수의 사랑보다 석가의 자비보다 더 멋지다.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동이東夷’라는 말에는 동방의 다사로움과 생명을 살리는 힘이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적인 종교들을 받아들여 일구고 살아왔다. 요즈음 후손들은 이 ‘동이’의 힘을 증명해준다. 한류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 문화는 세상을 밝히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따사로운 등불이 되어 주고 있다. 한국사상과 문화를 공부하면서 그간 왜곡되어 잊고 살았던 우리 유전자가 내 안에서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살았다. 우리 모두는 그것을 체험한다. 그게 무엇인지 뚜렷하게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의 1장에서 6장은 2019년 1월부터 『세계로컬타임즈』 “최문형의 온고창신溫故創新”에 연재된 칼럼이다. 온고창신은 ‘옛것을 확실하게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냄’이라는 뜻이다. 세상살이에 관한 필자의 소견이 동양철학과 신화학, 사회생물학과 동물행동학, 그리고 식물학적 견해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핵심을 이루는 것은 한국인의 유전자, 문화유전자(culture gene)이다. 유전자는 변이하는 데 긴 세월을 필요로 한다. 변이된 유전자가 후손에 전달되는 기간도 꽤 길다. 하지만 문화유전자(문전자)는 다르다. 한순간에 만들어질 수 있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다. 기간이 짧고 전파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요즈음은 과학의 힘으로 유비쿼터스의 시대가 되었다. 좋은 문전자든 나쁜 문전자든 간에 빛의 속도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우리 민족은 행복유전자를 탑재하고 살았다. 바로 ‘홍익인간’의 문전자이다. 나누고 돕고 즐기면서 수천 년을 도란도란 살았다. 아픔과 슬픔도 녹이고 삭이면서 지냈다. 한국인이라 좋다. 한국인이라 행복하다! 이 행복의 실체를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먼지 냄새나는 오래 전 책 속에 숨겨있는 행복국가의 청사진을 꺼내어 보았다. 지금 우리가 왜 발전하고 있는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비밀이다. 그 이야기를 차근히 풀고 싶어서 7장과 8장에 ‘행복국가 청사진’과 ‘행복국가 인재상’을 실었다. 7장과 8장은 필자가 약 20년 동안 고민해 온 조상들의‘홍익인간’의 세계를 결론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한국인의 행복은 한국적이다. 아니, 세계적이다.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의 부드럽고 강력한 힘은 한국인을 지켜냈고 세계를 일으켜 줄 것이다. 유학의 창시자로 온 지구를 민주화한 공자도 스스로 보트피플이 되어 이곳에 와 우리 민족과 어울려 살고 싶다고 했다. 군자가 사는 곳인 이 땅은 공자의 이상향이기도 했다. 이 땅 사람들의 행복국가 문전자는 무엇일까? 나의 고민과 해답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황태연 교수님의 넓고 깊은 가르침은 필자의 고민에 많은 해답을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코로나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출판과 편집에 힘써주신 배용구 님과 원고교정에 힘써준 두 자녀, 주형과 주향, 그리고 늘 응원해주시는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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