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인들은 '돈'에 비길 만큼 강렬한 욕망인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했다. 조선인으로 일본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박춘금, 육군중장에 오른 홍사익, 폴란드 주재 만주국 영사를 지낸 박석윤 등 권력을 움켜쥔 사람도 없지는 않았지만, 다 합쳐 봐야 열손가락 안쪽이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거창한 꿈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시대였던 것이다. 거세당한 권력을 빈자리를 파고든 게 돈을 향한 열망은 아니었을까. 더구나 그들은 자본주의의 '돈맛'을 본 첫 세대였다. 돈 욕심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알 턱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