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김선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9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18년 1월 <나무, 섬으로 가다>

산에 올라 세상을 읽다

나는 많은 산사람들을 만나면서 산에 관한 한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특히 내로라하는 명산들을 찾아가보면 그 기슭에서 평생을 살면서도 한번도 산의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날마다 그 산 너머로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들인데도 그랬다. 항상 높이 오르고자 하는 등산가와 한평생 산에 기대 살아온 사람들 중 누가 더 그 산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산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인생의 산에서는 꿈을 이룬 전문가들을 마나려고 했다.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아마추어리즘의 산, 그 산에서 배운 인생을 나누고 싶었다. 그들의 산은 분명 저마다 다른 꿈을 실현하고 있는 현실 속에 구현된 이상향이었다.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

높고 깊은 인생의 학교, 산을 읽으며 큰 산에 다녀올 때면 묵직한 책 한 권을 읽고 책장을 덮는 것처럼 긴 여운이 남는다. 산책을 읽고 난 뒤에도 내가 직접 다다를 수 없는 높고 험난한 세계의 서늘하고 ‘희박한 공기’와 눈이 아프도록 명징한 별빛이 손에 만져질 듯 생생하게 전해진다. 산책은 대부분 사실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실제로 걸어간 만큼 몸의 역사다. 그래서 정직하다. 산(山)책이 ‘산(生) 책’이기도 한 이유다. 그래서 산에 가는 일은 ‘살러’ 가는 일이고 산책을 읽는 것은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책을 덮고 나면 높고 큰 산에서 무사히 하산한 이가 느끼는 생에 대한 벅찬 희열 때문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높은 곳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작고 낮은 산을 걸어도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일이 즐겁다. 가령 발밑에 이미 죽어 넘어진 나무라든가 그늘에 떨어진 씨앗이 필사적으로 볕을 향해 몸을 뻗고 있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내 삶도 산 앞에서는 그렇게 애처로워 보였지만 산정 높은 곳에 서 보면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저 아래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낮은 자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더디지만 꾸준히, 내면의 고도를 높여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