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마음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인가요
사람들은 얘길 하죠.
힘들면 울어도 괜찮아, 라고.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내보이면 곧바로 부담스러워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린 서로의 마음을 속고 속이며, 몰래 애달파하면서
끝내 모른 척 살아가고 있습니다.
솔직해지지 못한다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겠지만
우린 이미 솔직하지 못한 것에 익숙해져버렸으니까요.
사회적 문제를 다룰 만큼 연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을 알 만큼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지만
이혼과 자살 등 무겁고 진중한 얘기들을
감히 다루어보았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슴이 먹먹해져 오시는 분들은
틀림없이 마음이 따뜻한 분이실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제 책을 읽어주신다는 것은 제겐 무엇보다 큰 행운입니다.
언젠가는 저의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과
서로 솔직한 마음을 내보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려보려 합니다.
- 여름이 오고 있는 길목에서
종이 한 장 한 장마다 배어 있는, 인물들이 풍기는 독특한 향을 느껴 보셨나요. 그 향들이 모여 어느 순간 독자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 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작가로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을 듯합니다. 책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생명을 주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독자니까요. 독자가 책을 읽음으로써 인물들은 책 속에서만이 아닌 독자의 기억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죠.
누군가가 《A씨에 관하여》는 무슨 이야기야? 라고 묻는다면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사람 이야기, 사실 그것만큼 재밌는 이야기도 없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책 넘기는 소릴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유의 사락사락 하는 소리는 빗소리보다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장이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그 소리에 다른 소리들이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아마 이야기 속에 나오는 분위기나 인물의 대화들이 책장 넘기는 소리에 곁들여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엔딩을 보실 때면 아마 여러 사람의 소리가 섞여 페이지를 넘길 때 꽤나 묵직한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하고 미소 지으며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