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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오기범(오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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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어쩌다 보니 지구 반대편>

다시, 여행

여행자로 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여행의 에너지를 나누고 싶다.’ 다행히 블로그라는 소통 채널이 있었기에 나눔을 목표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자 모임을 하고, 여행 사진전을 열고, 여행 강연을 하면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일상인이 되었지만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소소하지만 즐거운 이벤트가 계속 이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년간의 세계일주 이야기를 담은 책 『어쩌다 보니 지구 반대편』이 오랜 시간이 걸려 세상에 나오게 됐답니다. 기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제야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것 같아 속이 후련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내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자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채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간 이야기로 시간 속에 묻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는 같은 여행자로서 다른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았죠. 그러다 한 방송국 시사프로그램의 출연을 제안받았고, 2시간 정도 세계일주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모든 내용이 통편집 되는 어이없는 일을 겪고 말았습니다. 방송 탔다고 여기저기 자랑했다가 뜻밖의 흑역사를 만들고 만 것이죠. 그때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여행작가의 입장에서 다른 여행자를 만나 인터뷰를 해 보면 어떨까?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새로운 채널을 통해 더 많이 알리는 건 어떨까? 어쩌면 내가 추구하던 삶의 방향에서 ‘여행’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인터뷰 할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여행하면서 만났던 많은 여행자들, 여행을 꿈꾸다가 실행에 옮기고 돌아온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가더라구요. 여행 중에 잠시 시간을 공유했던 여행자, 예전 직장 동료, 새로 소개받은 사람, 고향 친구도 있었습니다. 또 여행자 모임이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의 이름까지 리스트에 빼곡히 채웠습니다. 그 인터뷰 리스트를 중심으로 1년 6개월 동안 20명의 여행자를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여행자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것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다시 여행자로 세상에 나서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여행은 우리에게 설렘과 기대를 안겨주는 즐거운 일이니까요. 자신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통해 여행을 나누고자 했던 많은 인터뷰이 분들 덕분에 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공동 작가로 함께 작업에 참여해주신 10명의 여행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행에는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그것이 여행을 떠나도 괜찮은 이유가 되겠죠. 여행은 우리의 인생에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행복과 가까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떠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각자의 색깔대로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지구 반대편

긴 여행을 하고 나면 후유증이 찾아옵니다. 시차에 따른 피로감이나 여행지에 대한 여운 때문이죠. 하지만 진짜 후유증은 여행자에서 일상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세계일주나 여타 장기 여행의 경우 한국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간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면 붕 떠서 지내는 묘한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여행 후유증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1년간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것이지만 여행 준비 기간까지 포함한다면 일상인으로서 지냈던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의 일이었으니까요.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을까?’ ‘지금 내가 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는 어떻게 또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답해집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까요. 특히 여행 막바지에 이를수록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아집니다. 이런 후유증을 줄이려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일상에 다가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여행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때 가졌던 것을 다 가질 수도 없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죠. 사회관계도, 인간관계도 많은 것들이 새로워졌으니까요. 자꾸만 예전 것들을 생각하고 머물러 있다면 괴리감 때문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다음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행의 끝에서 다시 시작을 꿈꾸는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으니 오히려 일상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지금 열심히 살아야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지 않겠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다시 일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고, 다시 심장이 뜁니다. 여행 후유증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상인으로 열심히 살면서 극복하는 것입니다. 제가 결론 내린 삶의 방향은 일상인과 여행자의 모습을 다 가져가는 것입니다. 50 대 50으로 말이죠. 세상을 향한 발걸음, 사람을 향한 발걸음, 꿈을 향한 발걸음을 생각하며 그저 묵묵히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걷고 또 걷는 것이죠. 그 발걸음이 가벼울 때도, 무거울 때도 있을 겁니다. 걸어가는 곳이 원하는 방향이고, 그 길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여행이 길어지면 일상이 됩니다. 일상을 즐기면 그것이 여행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계획한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잊고 있던, 감추고 있던 그 능력을 꺼내 일상에서 힘을 내서 한 걸음씩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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