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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오경아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가든 디자이너

최근작
2024년 4월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꿈꾸는 정원사의 사계 소박한 정원

식물이 인간에게 무엇을 해주느냐고 물으면 마땅한 표현을 못 찾겠다.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고 감동일 따름이다.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여름 바람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표현할 길이 없고, 이제 막 피어난 꽃들이 만들어내는 기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다 우연히 방송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매일매일 서른 장이 넘는 원고지에 빼곡히 글을 채우는 일로 16년을 살았고 그 사이 아내도 되고, 두 딸의 엄마도 되었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숫자에 흐뭇해하면서 하루하루의 고단함을 이겨냈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라고 위로도 하고, 뭐 뾰족한 거 있겠어, 스스로 최면도 걸면서. 그러다 문득 일산에 작은 마당 딸린 집을 얻었고 그 안에 꽃과 풀과 나무를 심으며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이 지극한 평화로움과 행복은 무엇일까. 난데없이 가든 디자인을 배우겠다고 어린 두 딸까지 앞장 세워, 남편을 팔자에도 없는 기러기 아빠로 만들고 영국까지 온 이유가 이렇게 사소했다. 어느덧 영국에서의 생활도 3년을 넘기고 있다. 3년 간 영국의 정원사가 되기도 했고, 가든 디자이너가 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을 때,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조금 더 확실하게 알았다는 것이다. 초록의 정원 속에서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더 없이 부풀어 오른다. 그게 초록이 주는 감동이고 기쁨이다.” 기쁨을 언어로 표현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영국 정원 산책

안녕하세요? 오경아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첫 번째 책에 이어 두 번째 책도 덥디 더운 여름의 한 가운데 출간이 됐습니다. 2008년 여름에 첫 책인 『소박한 정원』을 내고 2년 만의 일이네요. 이번 책의 제목은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영국 정원 산책』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도 썼지만 『소박한 정원』을 내고 난 뒤, 정원관련 책에 어떻게 사진 한 점이 없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제 자신 스스로 정원을 그림이 아니라 글로, 그리고 상상으로 봤던 시기였기에 사진을 싣자는 출판사의 조언을 거절하고 겁도 없이 사진 한 장 없는 정원 책을 냈지요. 그리고 유학생활 6년으로 접어드는 즈음에 이번에는 정원 사진을 듬뿍 넣어 『영국 정원 산책』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글이 아니라 사진으로 영국 정원을 함께 걷고,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 낸 책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는지 몰라도 참 운 좋게 유학길에 올라, 이곳 영국에서 온갖 경제적 불가능을 극복하면서 기적적으로 5년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제 나름대로 영국의 정원을 참 많이 찾아 다녔는데 저 혼자 보기 아깝고, 이런 문화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매번 들곤 했습니다. 그 마음이 사진에 담기고, 그리고 글에 담겨서 두 번째 책으로 엮였습니다. 『소박한 정원』이 전직이었던 방송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에(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정원을 글로 풀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렸다면 이번 책은 정말 제가 보고 느낀 대로 맘 편히 셔터를 눌렀고, 맘 가는 대로 산책하듯 글을 썼습니다. 혼자서 내비게이션 하나 믿고 찾아 나선 정원도 있었지만, 여름, 겨울 정기적으로 찾아와 준 남편이 동행해 사진을 찍어줄 때는 저 혼자 즐겼던 오롯한 정원 산책의 시간이었습니다. 영국이란 나라, 살면 살수록 뼈 속까지 이렇게 초록 물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정원에 대한 사랑이 지극합니다. 4천 개가 넘는 관상용 정원이 봄부터 가을까지 문을 열고, 사람들은 주말이면 테마 파크가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을 찾아 구불구불 좁디좁은 시골길을 달립니다. 사진기를 멘 사람도 낯선 동양인인 우리뿐일 정도로 이들은 그저 정원을 찾아와 꽃의 향기를 맡고,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기고, 정원 찻집에 앉아 친구들과 조곤조곤 정원 이야기를 나누다 조용히 집으로 돌아서죠. 아름다운 꽃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라도 발견한 듯 감탄을 하고, 자신의 집에 들이고 싶어 안달을 냅니다. 정원이 이 정도 밖에 안되냐고 잘못된 점을 탓하지도 않고, 식물 속에 조용히 앉았다 돌아서 나옵니다. 소박하지만 너무 고급스러운 이들의 정원 문화가 제가 이곳에서 5년 넘게 정원 공부하며 눈물 날 정도로 부럽고 또 부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아름다운 문화를 내 나라 한국에도 고스란히 떠서 앉혀 놓고 싶다는 조급함이 늘 제 맘을 줄달음치게 했죠. 우리에게도 이런 정원의 문화가 찾아올 날이 있겠지요. 너무 좋은 것이기에 언젠가 분명히 우리에게도 오겠지만 조금 더 앞당기고 싶은 마음 가득하고, 그 앞당김에 제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며 사진과 글에 그 마음을 담았습니다. 운이 좋아 저 혼자 누렸던 이 풍요로움을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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