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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서정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9년

최근작
2024년 4월 <커스티는 다 알아>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5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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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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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는 깔끔하면서도 탄탄한 구조와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문장이 돋보이는 글,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연필 그림이 더없이 따뜻하고 사려 깊은 작품이다. 아빠가 휠체어 탄 모습을 시작과 끝, 딱 두 장면에서만 보여 준 시선도 성숙해 보인다. 이 책은 장애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아빠와 딸의 가족애를 넘어서, 인간의 품격이라는 차원을 펼쳐 보인다. 불편하고 부당하고 불만스러운 삶의 조건을 온화한 미소 밑으로 가라앉힌 아빠, 그 아빠를 진정 어린 위로와 대안으로 감싸안는 딸. 그 둘의 대화가 담아내는 보기 드문 격조가 다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실마리가 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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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나는 꽤 오래전부터 ‘진정한 연애 동화’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해 왔다. 아이들이 '연애'라는 새로운 충돌을 통해 인간관계의 오묘함과 지난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힘겹게 통과하며 어떤 성장의 단계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말이다.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는 바로 그런 이야기들이 쟁여 있는 뿌듯한 책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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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가로로 긴 데다 위로 넘기게 되어 있는 판형. 형식이 꽤 실험적으로 예사롭지 않아 보이지만, 내용은 예스러울 듯하다. 얌전한 서체의 세로글씨 제목, 포근하고 넉넉한 하얀 여백에 정갈하고 부드러운 단색의 소박한 동네 모습. 딱 세 군데의 옅은 오렌지 색조가 반짝 뜬 눈처럼 표정을 만든다. 이 책은 이렇게, 예스러운 것을 예사롭지 않게, 상큼한 표정과 함께 보여준다.예스러운 것은 <나의 작은 집>이다. 작가가 작업실로 쓰던 집. ‘어느 날 문득’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이 궁금해진 작가는 집의 과거를 더듬는다. 처음에는 카센터. 그 옛 시절의 흔적은 포니나 코로나 같은 자동차 이름뿐 아니라 ‘카- 센타’, ‘빵구’같은 옛날 용어, 옥상을 둘러싼 가시철망 같은 디테일에서 깨알처럼 쏟아진다. 자질구레한 공구들과 자동차 부품, 심지어 벽에 붙은 자동차 광고 포스터들은 또 어떻고! 꼼꼼한 그림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데, 자칫 독자들을 허우적거리게 할 수도 있는 홍수 같은 디테일들이 너무나 정갈하고 담백하게 정돈되어 있는 화면 구성은 더욱 감탄스럽다.마치 조그만 흑백사진들이 조르르 붙어 있는 옛날 사진첩을 보는 듯한 이 책은, 그 사진들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함께 듣는 것 같다. 카-센타 아저씨의 꿈이, 사진사 아저씨의 예술혼이, 길고양이 할머니의 넉넉한 품이, 모자 가게 청년들의 흥이, 실개천처럼 지절대며 흘러나온다. 주인이 바뀔 때마다 표정이 바뀌는 이 작은 집은, ‘오랫동안 누구의 집도 아니’었을 때에도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이다. 그 오래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이렇게 포근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며 전해준 작가를 만났으니, 집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집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만큼 우리도 집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새로운 각성을 하나 얻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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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삶과 죽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명 순환의 고리. 먹히는 해바라기에게는 죽음이겠지만, 먹는 곤충과 동물에게는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가는 삶이다. 아홉 개의 씨앗들이 여러 생명 속으로 들어가 삶을 이어 가게 해 주니 슬퍼할 일도 아까워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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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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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는 말갛고 하얗다. 힘 있지만 부드럽다. 그것은 그의 글의 가장 깊은 기저가 아름다움과 연민과 희망이기 때문일 것이다.
6.
“이 책을 읽은 뒤 중장비 기계가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트랙터, 지게차, 굴삭기 같은 것들이 강아지,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울퉁불퉁한 쇳덩이 차에 이런 생명력을 부여하고 이런 애정이 솟아나게 하다니!”
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예술이 한다 〈동물 공화국〉은 역사 속에서 아주 드물게 성공적이었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온전히 되살려 내고자 한다. 총 4권 중 절반이 완성된 가운데 그 노력의 기본 요건이 전모를 드러낸다. 그것은 ‘비폭력 저항’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낯설지는 않지만, 너무나 드물어서 믿을 수가 없는 전략, 비폭력. 이 이야기는 그 비폭력 저항 정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싹이 트고, 어떤 혹독한 처벌과 반발에 꺾일 뻔하고, 어떻게 살아남아 꽃을 바라보는 과정으로 가는지를 보여 준다. 촘촘하게 잘 짜인 스토리, 개연성과 개성을 갖춘 캐릭터들, 드라마 넘치는 그림은 독자를 그 과정에 숨죽이고 따라가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그 비폭력 저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무기’로 쓰는지를 차근차근 보여 준다. 기본적으로 그 무기는, 예술이다. 떠돌이 어릿광대 쥐 아젤라르가 무대를 마련하자 피로와 허기에 지쳐 있으면서도 관객들은 찾아온다. 그가 공연하는 그림자극이 거짓과 폭력으로 점철된 독재 세력의 실상을 폭로하는데, 날뛰는 친위대에게 아젤라르는 우리의 훌륭한 대통령이 독재자란 말이냐며 오히려 그들을 위협한다. 거기에 관객들은 대통령 찬가 합창으로 조롱을 얹어 준다. 풍자와 유머와 말문 막히는 조롱을 담은 예술. 그것이 억눌린 자들을 일깨운다. 그 예술이 억압당하면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공연이 아닌 놀이의 방식으로 맥이 이어진다. 대통령의 얼굴을 그린 양동이를 두들기는 놀이는 친위대가 양동이를 체포하는 난센스를 불러온다. 저항에 앞장서다 못 박혀 죽은 거위의 이름인 마르게리트 꽃을 벽화로 그릴 수 없게 되자 낙엽에 그림을 그려 엄숙하게 연설하는 대통령의 머리 위로 쏟아붓는다.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놀이는 억압하는 자의 권위에 균열을 일으키고 억압당하는 자의 불안을 녹이면서 자유와 해방의 미래에 빛을 비추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예술가의 좌절이 있고, 무리의 분열이 있고, 폭력에의 유혹이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폭력.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우리 자신의 폭력성을 맞닥뜨린다.’ ‘복수하겠다고 힘으로 하나가 된다면 최악의 상황을 보게 된다.’는 아젤라르의 단언은 이 책의 중심 메시지를 대변한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중심 캐릭터인 고양이 방갈로르에 의해 구현된다. 남편 없이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일에만 골몰하며 소극적, 폐쇄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려던 방갈로르가 점차 이웃을 받아들이고 전면에 나서면서 비폭력 저항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겐 적이 없다.’며 친위대 사냥개의 아픈 아이들까지 돌보는 넉넉한 품을 갖추게 된 방갈로르. 우리가 무엇으로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자는 방갈로르의 설득이 독자의 마음을 녹인다.
8.
토끼판 『일리어드』와 『오디세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9.
『수박이 먹고 싶으면』은 수박씨를 심어서 키우고 수박을 따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농사법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 동네사람 모두 둘러앉아 함께 수박 먹는 즐거움에 관한 책만도 아니다. 그것들도 물론 들어 있지만,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웅숭깊은 말을 글과 그림에 담고 있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작은 것에 대한 정성 지극한 보살핌과 기다림, 거기서 울려 나오는 자연의 이치와 사람살이의 섭리라고 할 수 있을까. 싹을 보살피되 ‘제가 절로 난 줄 알도록/ 무심한 듯 모른 척해 주어야 한다’거나, 어쩔 수 없이 솎아낸 싹이 ‘슬프지 않게/ 남은 싹이 그 몫까지 자랄 수 있도록/ 북 돋워주고 물 뿌려주’는 양육법은 이 시대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방식이다. 진딧물과 잡초를 ‘농약 대신 일일이 손으로 뽑고 훑으며’‘고단한 노동을 마다지 않아야’ 하지만, 너무 지치지 않게 원두막에서 ‘시원한 미숫가루 한 사발 들이마시고/ 낮잠 한숨 잘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은 부모들을 위한 조언 같다. 그리하여 마침내 ‘단물 뚝뚝 듣는 붉은 속살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수박을 둘러싸고 모인 사람들은 장애인, 이민족, 동물 이런 구별 하나도 없는 공동체를 보여준다. 그냥 그대로 시로 읽히는 글은 나직나직, 자기 자신에게 눌러 다짐하는 어조다.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자는 의도는 없지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명확히 알고 있는 이 어조가 오히려 메시지를 깊고 넓게 퍼뜨린다. 그림의 메시지는, 농부 할아버지를 졸랑졸랑 따라다니는 강아지를 눈여겨봐도 된다. 씨 앞에서 젖먹이였던 녀석이 수확철 늠름한 성견이 되어 있는 모습이 세상 어린 것들의 성장과 성숙을 말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메시지 이전에 ‘날 잡아 잡수! 하고/ 푸른 몸뚱이를 반짝거’리는 수박 한 덩이가 눈부시게 빛나는 자태, 그 수박을 감싸고 있는 주름진 농부의 손만으로도 이 책은 할 말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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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띠지에 적힌 설명처럼 이 책은 장애인 아티스트, 그러니까 자폐 2급인 한부열 작가의 그림책이다. 자폐는 말 그대로 자신을 닫아걸고 세상과 소통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상태일 뿐 정작 본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과, 혹은 세상 어떤 존재와 어떻게든 소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부열 작가는 이런 특별한 소통 방식에 대한 힌트를 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것 같다. ‘한부열의 선물’은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번 죽 훑어보니 보통 그림책 읽는 법에 익숙한 눈으로 보자면 그 선물은 확실하지가 않다. ‘작은 친구들의 선물’이라는 단서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그 작은 친구들은 누구일까? 처음으로 되돌아가본다. 그들은‘별빛 초롱초롱한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곤충들이다. 실을 뽑아 폭신한 그물을 짜는 거미, 콩콩 뛰어 예쁜 점을 만들어내는 무당벌레, 반짝반짝 단추를 만들어내는 반딧불이, 사락사락 꽃가루를 내려주는 나비. 다시 엄마가 선물을 받는 장면으로 가보니, 아, 엄마는 이미 그 선물과 하나가 되어 있다. 거미의 그물은 엄마의 옷이고, 무당벌레의 점은 엄마 옷의 무늬이고, 반딧불이의 단추는 엄마 옷의 단추이다. 나비의 꽃가루는 꼭 안은 엄마와 부열이 주위에서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이 간단한 이야기는 물론 한부열 창작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해 만들어낸 스토리를 ‘작가 커뮤니케이터’인 엄마가 전해주었고 그가 그림을 그려냄으로써 프로젝트 팀과의 소통에 성공한 것이다. 30센티 자를 가지고 수정하는 법 없이 단번에 완성한다는 그의 그림은 직선과 곡선의 혼합이 묘한 리듬감을 만든다. 원색의 침착하면서 활달한 사용이 강력한 활기를 부여한다. 무엇보다도 무당벌레, 나비, 거미, 반딧불이 같은 곤충들의 생기 넘치는 풍부한 표정이 작가가 이 작은 생명체들과는 충분히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프로젝트가 계속되면 한부열 작가의 내면은 더 넓게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웃는 곤충에 비해 사람은 무표정해 보이지만, 이제 웃는 사람의 얼굴도 그리게 되지 않을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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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자라는 아이는 어느 때가 되면 ‘왜요?’라는 질문을 쏟아낸다. 그 질문의 폭풍우는, 안 맞아본 어른은 모른다. 온 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 나중에는 입술 한 번 달싹일 수도 없어진다. 린제이 캠프와 토니 로스라는 영국의 작가들은 ‘왜요?’라는 그림책에서 그런 아이와 어른을 그린다. 아이의 ‘왜요?’는 어른은 물론이거니와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까지 넉 아웃시킨다. 쏟아지는 질문에 넌덜머리가 난 외계인이 지구 접수는 다시 신중히 생각해야겠다면서 달아나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도 물리치는 이 질문 폭탄을 너끈히 받아내는 엄마가 한국에 등장했다! 받아내다 뿐인가. 이 엄마는 자신만의 발전소를 가지고 있어서 그 폭탄을 가지고 어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환상과 유머와 놀이정신에서 나오는 경쾌하고 신선한 에너지를.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라기보다는 엄마로 보인다. 아이의 천진한 질문에 대한 엄마의 즐거운 대답이 이 책을 살려낸다. ‘엄마 비가 왜 와요?’하는 아이의 물음에 ‘하늘에서 새들이 울어서 그래.’하는 대답은 나옴 직하기도 하지만, 이어 나오는 ‘왜요?’에 ‘물고기들이 더럽다고 놀려서 그래.’가 나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엄마의 대답은 더욱 더 맥락 없이 엉뚱하고, 짓궂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이 안 되는 정보나 친구 놀리기 등의 올바르지 않은 태도를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책이 결국 도달한 지점은 ‘모든 것 감싸 안기’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어른, 비와 무지개, 놀리기와 울기, 하늘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 현실과 상상, 실수와 배려, 이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 녹아들어 모난 데 하나 없이 둥글둥글한 세상을 보여준다. 표지 그림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엄마와 아이는 자신의 눈높이를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의 눈을 보며 시선을 맞춘다. 그 둘을 감싸고 있는 건 부드러운 물풀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이다. 부드럽고 자유롭게 세계를 넓히면서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따뜻한 에너지를 선물하는 이 엄마가 참 사랑스럽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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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어린이이야기나 그림책에서는 온갖 것들이 의인화된다. 토끼들이 옷을 입고 두 발로 걷고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건 기본이다. 민들레 같은 식물, 돌멩이 같은 무생물도 스스로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독자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는 일, 그것이 어린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상추씨』는 그런 힘 있는 생명창조의 선상에 있는 책이다. 우리 밥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인 상추. 키우기 쉽고, 값싸고, 요리랄 것도 없이 대충 먹어도 되는 상추. 그런 상추를 이 작가는 어떻게 살려내고 있을까. 표지를 보면 상추 두 장 위에 삼겹살 한 점, 생선회 한 점이 놓여 있다. 상추는 바야흐로 그 고기들과 함께 사람 입 속으로 사라질 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 사이에서 으깨짐으로 생이 마감되는 운명 아닌가. 하지만 상추들은 다소곳이 눈을 감은 채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팔이나 손이 그려진 건 아니지만 고깃점들을 감싸 안고 있는 것 같다. 빨간 머리 아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생선회를 안은 상추의 뺨에는 하트 모양의 홍조까지 그려져 있다. 이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상추로서의 운명을 전면적으로 수락하며 할 일을 다 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보여주는 걸까? 각종 천을 정성껏 가위질하고 꼼꼼하게 바느질해 상추를 살려낸 작가는 그런 몸 바침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했던 걸까? 돌담 안에 뿌려진 상추씨에서 싹이 나고 잎이 자라는 과정은 천을 이용한 의인화 일러스트 안에서 사랑스럽게 펼쳐지지만, 그 생생한 얼굴의 상추들이 결국 뜯겨나가 밥상 위의 먹을거리로 놓이는 장면은 엄정한 자연의 섭리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살아가는 일 자체가 남을 위해 몸을 바치는 일이란다.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비극이 아니다. 꽃 피운 상추에서 받은 상추씨가 그 삶을 되돌려준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져가고 그 가운데 한 몫을 담당하는 일은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상추들이 말해준다.
13.
백희나의 그림책들에는 먹을 것이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름빵, 달 샤벳, 꿈에서 맛본 똥파리, 장수탕 선녀님의 요구르트 등. 그리고 이번에는 알사탕이다. 이 모티프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이 버무려진 음식으로, 현실의 팍팍함을 혹은 달콤하게 감싸고 혹은 시원하게 날림으로써 등장인물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등장하는 알사탕은 혼자 놀던 동동이를 주변 인물과 동물, 심지어는 사물들과도 소통하게 하면서 일상에 촉촉한 온기를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무리지어 노는 아이들에 섞이지 못하고 혼자 구슬놀이를 하던 동동이. 구슬을 더 사러 들른 구멍가게에서 할아버지가 건네는 알사탕을 받아 입에 넣자 어디선가 소리들이 들린다. 옆구리에 리모컨이 끼여 아픈 소파, 나이 먹어 동동이와 놀기가 힘든 강아지, 퍼붓는 잔소리 속에 ‘사랑해’라는 말을 숨기고 있는 아빠, 하늘나라에서 동동이를 응원하는 할머니... 이런 환상 속의 말들 덕분에 동동이 마음속의 외로움과 서러움, 야속함들이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마치 입 안에서 녹는 알사탕처럼. 그렇게 위로와 힘을 받고 난 동동이는 마지막 알사탕을 입에 넣지만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동동이의 입에서 그동안 그토록 꺼내기 힘겨웠던 말이 나온다. “나랑 같이 놀래?”동동이 혼자 하는 구슬치기에도 입가에 미소는 어리지만, 친구가 생긴 동동이 집 앞에 놓인 두 대의 스케이트보드에는 마음이 폭 놓인다. 여전히 감탄스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만들어낸 피규어들과 배경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이나 강아지의 몸짓과 표정이 전작보다 더욱 유려해지고 풍성해진 듯하다. 누구 한 사람 없는 가족에게도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보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 덕분에 엄마 없는 동동이에게 대책 없이 쏠리는 동정심도 자제할 수 있다. 아빠와 강아지, 친구와 소파와 함께 씩씩하게 지내렴, 동동아.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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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어떤 경우, 모호함에서 명확함이 나올 수가 있다. 이 책의 경우다. 최소 스무 살의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는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공룡이 찾아온다. 거리낌 없이 눌러앉아 주인공의 일상을 휘저어놓는 공룡에 대한 정보도 아무 것도 없다. 이 모호하고 어리둥절한 정황을 작가는 유머로 끌고 간다. 공룡의 식탐은 어마어마하고, 잘 때는 코 골고 방귀 뀌는 게 장난이 아니다. 영화 보면서는 어찌나 생뚱맞은 반응을 보이는지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바이킹을 열 번도 더 타재서 나는 토할 것만 같다 ... 혹시 아이 키우는 이야기일까? 그러나 아니다. 주인공의‘너 누구니?’하는 질문에 모든 전모가 환히 밝혀진다. ‘그제야 기억 속 친구가 보인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나만 어른이 되었다.’라는 글에서. 유머러스하지만 무채색에 가까운 일상을 완전히 뒤집는 무지갯빛 추상 그림에서. 열다섯 살, 배낭과 모자와 목에 두른 스카프라는 나들이 차림, 멸종된 공룡 ... 한순간에 명확해진다. 이것은 어떤 것들이 거의 멸종 수준으로 암흑 속으로 잠겨간 ‘그때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이 책은 그냥 기억에 관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세계 어느 나라 독자에게든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만 있는 어떤 공감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어떤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공룡이 없었던 적이 없으니까. 기억해줘서 고맙다며 오랜만의 여행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공룡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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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성경의 내용은 주일학교에서 하는 공부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날마다 보고 듣고 생각하며 키우는 가치관과 세계관의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믿음 튼튼 개념 쑥쑥 시리즈는 이런 소망에서 나온 책입니다. 크다, 작다 같은 일상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성경의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익히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 말씀이 삶 속에 스며들게 하는 거지요. 깊은 신앙심에 기초한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정성스러운 작업이 이 사랑스러운 책을 탄생시켰습니다.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을 향한 길의 귀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16.
삶의 환경이 달라지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아차 하는 사이에 익숙했던 조건들은 뒤로 물러가고 새로운 문명의 이기에 손발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새롭고 편리한 것 사이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옛것을 불러와서 거기서 추억과 위안을 찾으려 한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아마 연탄일 것이다. 연탄 때는 게 어찌 불편하지 않았으랴. 연탄 캐는 일이 어찌 위험하고 힘겹지 않았으랴. 그러나 그 불편함과 위험과 힘겨움 속에 서민적인 것, 따뜻한 것, 협동과 나눔 같은 덕목이 오롯이 들어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연탄의 힘을 어른 세대가 들고 나왔다. 제목도 정겨운 <연탄집>이다. 오래 전 역사도 아니고 작가가 어린 시절을 살았던 가까운 과거의 일화를 끌어오는 일은 자칫하면 ‘옛날이 좋았다, 힘들었지만 인간적이었다’는 타령 같은 회고록이 되기 십상이지만, 이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그 함정을 가뿐히 피해간다. 엄마 아빠의 합동결혼식, 탄광사고, 연탄배달 봉사 같은 굵직하고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들이 감상에 빠지지 않도록 글은 간결하고 탄력 있다. 연탄에 대한 작가의 복합적인 감상은 “나는 연탄도 동생처럼 돌보아야 했다.”라는 짧은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골목의 정겨운 모습을 그린 <담>이라는 책으로 볼로냐라가치 상을 받은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는, 글 작가가 말하지 않은 감상을 은근히 드러내준다. 지금 아이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어른들의 옛이야기에 그치지 않도록 인물들을 모두 아이처럼 표현해낸 것이다. 특히 그 조그만 발! 딸을 안고 가는 광부아버지의 장화 신은 발이 아이의 주먹 정도로 조그맣게 그려진 대목은 어른들에게 어쩐지 짠한 감동을,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친근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책들 덕분에 연탄은 아마도 어떤 시대의 환경, 어떤 세대의 정서를 대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삶의 조건과 감성을 투영하는 오브제로 끊임없이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지 않을까.
17.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던 『엄마의 선물』작가가 이번에는 친구를 소재로 삼은 작품을 냈다. 기법은 앞의 책과 같다. 책장을 펼치면 두 친구가 한 면에 하나씩 양쪽으로 나뉘어 있지만, OHP필름 페이지를 넘기면 떨어져 있던 친구들이 한데 뭉치게 된다. 그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도움을 준다. 컵이 비어 있으면 물을 나누고, 비를 맞고 있으면 우산을 씌워주고, 넘어져 있으면 일으켜준다. 굳이 뭔가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의기소침해 있는 친구 옆에 함께 앉아 있기만 해주어도 친구는 얼굴이 환해진다. 『엄마의 선물』보다 훨씬 더 일상적이면서 감각적인 소재와 캐릭터들이 책 전체를 생생하게 만든다. 표지의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구체적 형상 없이 무채색 그림자처럼 표현된 것은, 독자가 그 그림자에 자신을 대입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설정한 작가의 작전인 듯하다. 이 책은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여러 사람을 앞에 모아 놓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읽는 이는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보는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캐릭터가 아이라고 해서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아빠 엄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서부터 오래된 친구를 떠올리는 어른들까지, 누구에게든 깊은 감흥을 주는 책이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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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석유는 ‘문명화’된 인간의 삶에 가장 큰 혜택과 함께 가장 큰 문제를 가져다주는 물질이다. 정치나 경제 측면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들여다볼 엄두도 실감도 나지 않지만, 환경 분야는 다르다. 십년 전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사고처럼 바로 우리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석유 덕분에 누리는 편의와 그로 인한 폐해 사이의 관계에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뭔가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외뿔고래의 슬픈 노래』는 석유로 인한 비극 중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에 빛을 비춘다. 석유탐사선이 북극바다에 공기총을 쏘아 석유가 묻힌 곳을 조사한다. 로켓 발사 소리보다 더 큰 그 소리가 10초에 한 번 꼴로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터진단다. 그 소리에 주변 생명체들의 머리가 터져나간다.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아무리 열심히 보아도 좀처럼 접하기 힘든 ‘외뿔고래’는 그 일로 고통 받는 북극 생물의 대표로 제시된다. 전설 속 일각수처럼 머리 앞에 긴 뿔이 달린 신비스러운 동물, 외뿔고래. 그들은 아름다운 빙하로 둘러싸인 눈부신 바다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힘겨루기를 하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며 우두머리를 뽑고, 종족을 번성시키려 노력한다. 그때 나타난 석유탐사선 때문에 고래들은 흰 배를 드러내며 물 위로 떠오르고, 청각과 방향감각을 잃은 채 제자리에서 맴을 돌고, 아름답게 노래 부르던 목소리를 잃고, 패잔병처럼 후퇴하여 새 보금자리를 찾아 헤맨다. 어린 독자들에게 너무 큰 충격을 주지 않으려 최대한 온건한 표현 방식을 사용한 글과 그림이지만, 담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책의 임무 중 하나가 독자를 일깨우는 일이라면, 아이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외뿔고래를 돕기 위해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전등불 잘 끄기, 헌 옷 물려 입기’를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활동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품는 바람이다.
19.
이 책은 우선 활짝 펼쳐 보아야 한다. 쪼그려 세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열심히 쑥갓 꽃을 도화지에 옮기는 할아버지는, 뒤표지의 사진을 그대로 옮긴 그림이다. 사진과 그림이 어떻게 똑같은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다른 정취를 전달하는지,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렇게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 있을까. 실향민 아버지는 화가인 딸의 권유로 90 넘어 그림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성가셨지만 하다 보니 별로 어렵지 않다. ‘이런 것도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원’에서부터 시작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향 가까운 임진강을 화폭에 담기까지, 이 아버지가 그린 작품들과 딸의 일러스트가 절묘하게 합쳐져서 멋진 그림책이 완성됐다. 아버지의 그림은 첫 작품부터 보통 이상의 색감과 대담한 선과 공간 이용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보다 더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버지의 말을 딸이 모으고 골라 적었다는 텍스트이다. ‘공작이 온다!/ 걸음걸이 좀 봐라, 도도하기 짝이 없다./ (녀석이 내 손바닥에 올려놓은 과일을 쪼아 먹는 느낌이)꼭 입 맞추는 것 같았어./ 그런 이상야릇한 느낌은 처음이야.’ 같은 대목은 시가 부럽지 않은 절창이다. 이 아름다운 부녀가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화음이 깊고 높고 먼 울림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같다. 아버지의 절절한 향수는 거기에 애틋한 비감을 더해준다. 그림책은 누구든 무엇이든 쓰고 그리고 읽으며 감동받을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책이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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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존 클라센은 모자 전문가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로 혜성처럼 나타나더니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로 주요 그림책 상을 휨쓸면서 장안의 지가를 올렸고, 이제 ‘모자를 보았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두 거북이 모자 하나를 두고 벌이는 욕망의 관계. 둘 다 못 가질 바에야 모자를 그냥 놔두자고 거북1이 제안하지만 거북2는 못내 욕망을 떨치지 못한다. 거북1이 잠든 한밤중에 거북2가 모자를 향해 슬그머니 다가가지만 꿈속에서 둘 다 모자를 가졌다는 거북1의 말에 모자로 향하던 발길을 친구 곁으로 돌린다. 두 거북이 똑같이 모자를 하나씩 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무리에 마음이 따뜻하게 그득해진다. 앞의 두 편이 훔치고, 쫓고, 깔아뭉개고, 잡아먹는 욕망의 극단을 보여주는 데 반해 이번에는 초탈이 그려진다. 앞 책들에 담긴 옛이야기적 폭력성에 흠칫하던 독자도 이 책에서는 마음을 푹 놓을 것 같다. 무심한 듯 장난스럽지만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고 예리한 그림에, 욕망에 관한 이런 양 극단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솜씨는 정말 놀랍다. 클라센은 아마도 이 작품으로 모자 삼부작을 완결 지을 듯하다. 여기서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남아 있을까. 그렇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모자 이야기가 나온다면 클라센의 팬으로서 환호작약을 아끼지 않을 것 같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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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어린이책’범주 그림책(요즘은 그림책이 모든 연령층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로 규정되는 경향이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작고 약한 것들을 이야기한다는 점일 것이다. 멧돼지는, 인간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몸집과 엄니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서식지가 파괴되니 도시로 내몰리고, 지레 겁먹은 인간들이 총을 들고 쫓으니 공포에 질려 도망 다녀야 하는 멧돼지들. 이 시대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으로 구현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멧돼지를, 단순히 안타까운 시선이나 자연보호 구호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그려낸 독특한 그림책이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이다. 그림책에는 그다지 흔치 않은 아이러니를 구사하는 이 책은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는 방법은 바로 인간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쫓겨난 멧돼지들은 히치하이크를 하고,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지고, 뷔페식당을 기웃거린다. 여기까지는 불쌍한 도망자 신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압권은 그 이후. 그들은 수많은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경찰 ‘녀석’들을 그 ‘지능’을 시험해가면서 따돌린 뒤 마침내 ‘조용하고 살기 좋은’ 새 거주지를 발견한다. 그 안의 인간들은 굴삭기에 쫓긴 멧돼지보다 더 황망하게 달아난다! 고층아파트에 자리 잡은 멧돼지 가족이라는 이 통쾌한 결말이 마음에 안 드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독자들에게는 멧돼지들의 새 보금자리를 찾아 주기를 권할 수도 있겠다.
22.
가로로 긴 데다 위로 넘기게 되어 있는 판형. 형식이 꽤 실험적으로 예사롭지 않아 보이지만, 내용은 예스러울 듯하다. 얌전한 서체의 세로글씨 제목, 포근하고 넉넉한 하얀 여백에 정갈하고 부드러운 단색의 소박한 동네 모습. 딱 세 군데의 옅은 오렌지 색조가 반짝 뜬 눈처럼 표정을 만든다. 이 책은 이렇게, 예스러운 것을 예사롭지 않게, 상큼한 표정과 함께 보여준다. 예스러운 것은 <나의 작은 집>이다. 작가가 작업실로 쓰던 집. ‘어느 날 문득’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이 궁금해진 작가는 집의 과거를 더듬는다. 처음에는 카센터. 그 옛 시절의 흔적은 포니나 코로나 같은 자동차 이름뿐 아니라 ‘카- 센타’, ‘빵구’같은 옛날 용어, 옥상을 둘러싼 가시철망 같은 디테일에서 깨알처럼 쏟아진다. 자질구레한 공구들과 자동차 부품, 심지어 벽에 붙은 자동차 광고 포스터들은 또 어떻고! 꼼꼼한 그림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데, 자칫 독자들을 허우적거리게 할 수도 있는 홍수 같은 디테일들이 너무나 정갈하고 담백하게 정돈되어 있는 화면 구성은 더욱 감탄스럽다. 마치 조그만 흑백사진들이 조르르 붙어 있는 옛날 사진첩을 보는 듯한 이 책은, 그 사진들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함께 듣는 것 같다. 카-센타 아저씨의 꿈이, 사진사 아저씨의 예술혼이, 길고양이 할머니의 넉넉한 품이, 모자 가게 청년들의 흥이, 실개천처럼 지즐대며 흘러나온다. 주인이 바뀔 때마다 표정이 바뀌는 이 작은 집은, ‘오랫동안 누구의 집도 아니’었을 때에도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이다. 그 오래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이렇게 포근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며 전해준 작가를 만났으니, 집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집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만큼 우리도 집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새로운 각성을 하나 얻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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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원한 책을, 더위 다 가신 뒤에 추천하게 된 것이 아쉽다. 한여름 폭염에 펼쳐들면 낄낄대면서 더위를 조금이라도 물리칠 수 있었을 텐데! 술 취한 아빠가 아들 주려고 사온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들여놓은 뒤 문을 열어놓은 채 가 버린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아빠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책할 것이고, 엄마는 흥건해진 냉장고를 치우면서 소리를 바락 지를 것이고, 아들은 으아앙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은 너무나 너그러운 장르다. 실수와 짜증과 실망까지도 감싸 안아 한바탕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놓을 수 있다. 비결은, 표지에서 귀띔해주듯, 냉장고 속 작은 음식들이다. 요구르트며 쿠키며 딸기 들은 통통 튀는 아이처럼, 우유며 카스텔라들은 품 넓은 어른처럼 그려지는데, 이들이 힘을 합쳐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을 근사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되살려내는 것이다. 이 과정이 어찌나 흥겹고 유머러스하면서 생생하게 펼쳐지는지, 나도 이런 아이들을 냉장고에 넣어 놓은 뒤 지켜보고 싶어질 정도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망했다 싶은 상황이 놀랍게 반전되는 희망이 읽힌다. 작은 것들도 힘을 합하면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격려도 읽힌다. 그저 먹히는 것만이 운명인 음식물들이지만 주체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근사한 작품으로서 먹힐 수 있다는 자부심도 읽힌다. 그렇게 먹히면 뭐가 더 나은 걸까? 물론, 훨씬 낫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 아니더라도 이 그림책은 정말 즐겁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캐릭터 하나하나의 표정과 자세와 행동, 거기서 나오는 성격들이 어쩌면 이렇게 개성과 활기에 넘치는지. 의성어, 의태어를 적절히 활용한 탄력 있는 글도 그림과 잘 어울린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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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어린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는 책이다. 이때 대상이란 독자이기도 하고 책의 내용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은 대체로 어린이거나 어린이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힘없고, 애정과 배려가 어린 눈길을 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어린이 책에 동물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표지판 속의 이미지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표지판 아이』의 의미는 그 맥락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인형 같은 사물도 아닌, 사실적인 그림도 아닌 단순한 이미지를 살아 있는 사람에 비유하다니. 너무나 익숙해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표지판들. 그 속의 엄마와 아이, 임산부와 노인, 경찰과 장애인들이 거리로 튀어나와 돌아다닌다. 이 예사롭지 않은 설정이 우리의 사각지대에서 숨죽이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일깨운다면, 과한 독후감일까. 하지만 그저 이미지에 불과했던 흐릿한 어떤 것들, 예를 들면 천재지변의 희생자들, 전쟁 난민들, 역사 속의 군상들이 이 표지판 속 인물들을 뒤따라 튀어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시각의 확장은 설정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의 힘은, 표지판 속 인물들이 벌이는 이야기의 탄탄함에 있다. 학교 앞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있던 표지판 아이가 날아온 공에 맞아 길에 떨어지고, 바람에 날려가고, 길고양이의 위협을 받으면서 헤맨다는 진진한 모험담. 장애인에서부터 자전거 타는 사람, 기저귀 가는 아기, 순경까지 모두 나서서 아이와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따뜻한 공동체 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그러나 힘 있게 쥔다. 그림책은 그림도 중요하지만, ‘역시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25.
우리 아동·청소년 문학의 탁월한 이야기꾼 이금이가 작정하고 쓴 역사소설.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지금 이 시대까지의 시간 배경, 서울 근처 작은 시골마을에서부터 일본, 러시아, 미국을 넘나드는 공간 배경 덕분에 이야기는 속이 탁 트이도록 광활하다. 그러나 자작의 딸과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라는 두 주인공의 얽히고설킨 운명과 감정의 실타래는 읽는 이의 마음을 칭칭 동여매는 듯하다.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신분과 성격을 가진 두 소녀의 인생행로가 소용돌이치는 시대상황 속에서 역동적으로 펼쳐지는데, 그 뒤를 따르다보면 그들의 삶이 드라마의 장면들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여름 휴가지에서 흥미진진하게 읽고, 깊어가는 가을에 다시 심각하게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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