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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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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베트남 전쟁을 '1968년 2월 12일' 단 하루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현미경 같은 시간의 렌즈로 접근하고 있다. 또 퐁니퐁넛이라는 한 마을을 통해 전쟁을 기록하면서 생성시켜내고 있는 장소성은 이전에 없었던 기록 태도이자 방향이다. 기록자 고경태는 전쟁을 인간존엄이 휘발해버리는 통계학이 아니라 미시적 기록으로 엮어가면서 전쟁 이전의 기억에서부터, 고통의 그날, 그 후의 삶까지를 촘촘히 복원해내고 있다.
기록자는 이를 위해 17년 동안 한 마을을 방문해왔다. 이 점에서 정밀한 탐사보고서이기도 하다. <한 마을 이야기, 퐁니퐁넛>은 같은 이름의 전시회에 맞춰 출간되었고 풍부한 사진과 자료가 들어 있다. 베트남전 종전 41년, 한국군 참전 51년 '단 하루', '한 마을'로 베트남전쟁의 본질을 읽는다. 서문 : 기자가 다 고경태 씨 같지는 않다. 한 줄 사진캡션으론 너무 부실해서, 팩트에 충실하려고, 역사 앞에 정직하고 싶어서, 그는 그 참혹한 사진들을 확대복사해 들고 ‘따이한’을 끔찍해하는 사람들을 거듭거듭 만나러 갔다. 그들은 참혹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한다. 이들 표정에서 원한ㆍ증오의 감정을 지워낸 것이 인간으로서의 품위라면, 고경태 씨 글이 오열ㆍ경악 따위의 단어로 범벅되지 않은 것은 기자로서의 품위라 할 것이다. : 어떤 사람은 자신이 찍힌 사진을 영원히 보지 못한다. 그가 필름에 담길 때 이미 사람이 아닌 경우, 단지 죽은 몸뚱이에 불과한 경우, 그는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볼 수 없다. 누가 사진을 찍은 걸까, 누가 사진을 보려 했던 걸까, 어쩌다 우리까지 보게 된 걸까. 그 사진과 의문이 여기에 있다. 악마가 남긴 기록도 천사가 남긴 기록도 그것이 사진이라면, 회색의 수렁에 빠지는 걸 피하지 못한다. 존재의 수렁이다. 그때 그곳의 (죽은) 그를, 지금 여기의 (산) 내가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우리가 행한 것이다. 이 기록집만큼, 우리 자신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이다. 요즈음 어감조차 생소해진 ‘기자 정신’과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의 윤리를 나는 이 책에서 배웠다. “투쟁만 하다, 고생만 하다 살 만해지니까 인생이 지네요. 좀 더 일찍 오시지.”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이 책은 그나마 가장 먼저 도착한 가해국의 양심적인 지식인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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